『시니어 창업 해! 말어! 그 사이에서_2』 오십 여섯번째 글
시니어 창업의 본질을 들여다보면, 결국은 평생 소비자의 자리에서 살다가 이제는 공급자의 자리로 옮겨 앉는 과정이었다.
우리는 대부분의 인생을 소비자로 살아왔다.
시장에서 물건을 사고, 서비스를 이용하며, 돈을 쓰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창업을 하는 순간, 역할이 완전히 뒤집혔다.
소비자의 시각으로만 살아온 사람이 공급자의 사고방식으로 전환하지 못하면 반드시 어려움을 겪게 되어 있었다.
소비자는 불편하면 다른 곳으로 옮긴다.
하지만 공급자는 그 불편함을 해결해줘야 한다.
소비자는 가격이 비싸면 외면한다.
하지만 공급자는 원가, 인건비, 임대료를 계산하며 가격을 정해야 한다.
소비자는 서비스가 마음에 안 들면 불평하고 떠나지만, 공급자는 그 불평을 견뎌내며 다시 잡을 방법을 찾아야 한다.
바로 이 차이가 창업을 단순한 ‘직업 전환’이 아니라 ‘정체성 전환’이라고 말하는 이유였다.
나는 많은 시니어 창업자들이 이 부분에서 혼란을 겪는 것을 보았다.
한 분은 평생 대기업에 다니며 ‘고객’으로 대접받는 삶에 익숙했다.
은퇴 후 작은 카페를 열었지만, 손님이 무리한 요구를 하거나 불평을 늘어놓을 때 쉽게 상처를 받았다.
“내가 왜 이런 소리를 들어야 하지?”라는 불만이 쌓이면서 결국 몇 달도 버티지 못했다.
그는 소비자의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공급자의 자리에 앉았던 것이다.
반대로 성공하는 시니어 창업자들은 소비자의 불편과 요구를 새로운 기회로 해석했다.
한 은퇴자는 작은 반찬 가게를 열면서 손님이 남긴 피드백을 꼼꼼히 기록했다.
“반찬이 짜다”라는 이야기가 나오면 즉시 레시피를 수정했고, “포장이 불편하다”라는 말에는 더 작은 용기를 찾아 바꿨다.
그 결과 단골은 점점 늘어났고, 결국 안정적인 매출을 만들 수 있었다.
그는 소비자에서 공급자로의 전환을 빠르게 해낸 사례였다.
소비자의 자리에서 공급자의 자리로 옮겨 앉는다는 것은 단순히 ‘팔기 시작한다’는 의미가 아니었다.
그것은 책임의 무게를 짊어지고, 시장의 냉정함을 정면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이었다.
소비자는 언제든 떠날 수 있지만, 공급자는 절대 떠날 수 없다.
공급자의 자리에 앉는 순간, 매일 아침 문을 열어야 하고, 매일 고객을 맞아야 하며, 매일 운영비를 감당해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공급자의 관점’을 얼마나 빠르게 몸에 익히느냐였다.
공급자의 관점이란 곧 시장과 고객을 이해하는 눈이다.
단순히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아니라 “고객이 원하는 것”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했다.
고객의 반응을 통해 상품과 서비스를 끊임없이 바꿀 수 있어야 했다.
이때 필요한 것은 겸손이었다.
나는 늘 이렇게 말했다.
“창업을 한다는 건 시장에 배우러 들어가는 것이다.”
공급자가 되었다는 건, 이제 고객의 목소리가 교과서가 된다는 뜻이었다.
또한 공급자의 자리는 경제적 마인드가 필수였다.
소비자의 입입장에서는 만 원짜리 밥 한 그릇이 비싸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공급자의 입장에서 보면 그 안에는 쌀값, 반찬값, 인건비, 전기세, 임대료, 세금까지 들어 있다.
공급자가 되면 “왜 이 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지”를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어야 했다.
가격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였다.
시니어 창업에서 공급자로의 전환은 심리적 변화도 필요했다.
소비자는 늘 누군가에게 기대지만, 공급자는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소비자는 결과만 보지만, 공급자는 과정을 책임져야 한다.
소비자는 실패해도 다시 다른 곳에서 사면 되지만, 공급자는 실패하면 삶 전체가 흔들린다.
이 무게를 받아들이지 못하면, 창업은 금세 벽에 부딪혔다.
하지만 이 전환을 제대로 해낸다면, 시니어 창업은 또 다른 기회가 될 수 있었다.
소비자로 살 때는 몰랐던 시장의 원리를 배우고, 새로운 시각을 얻게 되었다.
무엇보다 내가 단순히 ‘돈을 쓰는 사람’이 아니라 ‘가치를 만드는 사람’으로 바뀌는 경험은 삶의 후반부에 큰 의미를 주었다.
그것은 단순한 직업의 문제가 아니라, 존재 방식의 변화였다.
따라서 나는 시니어 창업자들에게 늘 강조했다. “당신은 이제 소비자가 아니다. 공급자의 자리에서 생각하고, 행동하고, 버텨야 한다.”
그 자리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면 창업은 분명히 값진 도전이 될 수 있었다.
소비자에서 공급자로의 전환, 그것이야말로 시니어 창업이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를 가르는 가장 근본적인 출발점이었다.
- 멘토 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