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창업 해! 말어! 그 사이에서_2』오십 네번째 글
많은 시니어가 은퇴 후 자연스럽게 창업을 떠올렸다.
회사라는 울타리를 벗어나니, 이제는 내 이름을 건 가게 하나쯤 가져야 한다는 생각이 밀려왔다.
하지만 조금 더 들여다보면 창업이 유일한 길은 아니었다.
오히려 새로운 시대에는 ‘창직’이라는 개념이 시니어에게 더 잘 맞을 때가 많았다.
창업이란 결국 조직과 자본, 공간을 전제로 한다.
반면 창직은 자신의 경험과 능력을 새로운 일로 연결하는 방식이다.
창업은 초기 비용이 크다.
점포 임대료, 인테리어, 장비, 인건비까지 시작하는 순간부터 자본이 묶인다.
반대로 창직은 비용 부담이 적다.
평생 쌓아온 경력, 손에 익은 기술, 자신만의 이야기를 자산으로 활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평생 요리사로 살아온 이가 은퇴 후 큰 돈을 들여 식당을 차리기보다는 ‘시니어 맞춤 요리 클래스’나 ‘온라인 쿠킹 강좌’를 운영하는 것이 창직의 예라 할 수 있다.
작은 비용으로 시작하지만, 시장은 오히려 더 넓다.
창업은 많은 경우 ‘생계형’에 가까워진다.
퇴직금이나 대출금을 들여 가게 문을 열고, 매출이 곧 생존의 기준이 된다.
그러나 창직은 ‘삶의 연장선’에서 시작할 수 있다.
굳이 큰돈을 들이지 않아도 되고, 무엇보다 스스로 원하는 방식으로 일을 설계할 수 있다.
이는 시니어가 오랫동안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중요한 조건이 된다.
몸이 버티지 못하는 12시간 노동 대신, 하루 몇 시간씩 강의하거나 콘텐츠를 제작하며 새로운 일거리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또한 창직은 시장의 변화에도 더 유연하다.
창업은 점포나 재고에 발이 묶여 쉽게 방향을 틀기 어렵지만, 창직은 변화에 따라 즉시 새로운 모델로 바꿀 수 있다.
디지털 플랫폼이 발달한 지금, 블로그·브런치·유튜브·온라인 클래스 같은 무대는 시니어에게도 열려 있다.
중요한 것은 스스로 무엇을 잘할 수 있는지 정의하고, 그것을 상품과 서비스로 풀어내는 능력이다.
창직이 시니어에게 좋은 이유 중 하나는 ‘경험’이 곧 경쟁력이 된다는 점이다.
젊은 창업자는 자본과 에너지는 넘치지만 경험이 부족하다.
반면 시니어는 실패와 성공, 갈등과 협업을 모두 경험했다.
이를 바탕으로 남에게 없는 이야기를 만들 수 있다.
예를 들어 은퇴한 금융인은 ‘시니어 재무 상담 서비스’를, 전직 교사는 ‘은퇴자 맞춤 독서코칭’을, 전직 건축가는 ‘작은 집 리모델링 컨설팅’을 할 수 있다.
모두 창직이다.
물론 창직에도 준비가 필요하다.
자기가 잘하는 일을 시장과 연결하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다.
하지만 이 연결 고리만 찾는다면 창업보다 훨씬 안정적이고, 장기적으로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창직은 ‘일과 삶의 균형’을 가능하게 한다.
수익은 안정적으로 가져가되, 자신이 원하는 리듬과 방식으로 살아갈 수 있다.
창업은 ‘가게 문을 열어야 한다’는 물리적 제약 속에서 시작하지만, 창직은 ‘나를 어떻게 드러낼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한다.
이는 시니어에게 큰 차이를 만든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중요한 것은 단순한 돈벌이가 아니라, 자신이 살아 있다는 감각과 사회와 연결되는 경험이다. 창직은 바로 그 지점을 채워준다.
따라서 은퇴 후 무조건 창업을 떠올리기 전에, 자신에게 맞는 길이 창업인지 창직인지 냉정하게 따져봐야 했다.
자본이 크지 않고, 몸이 버거운 장시간 노동이 어렵고, 삶의 균형을 지키고 싶다면 창직이 훨씬 더 합리적 선택이 될 수 있다.
창업보다 창직이 어울릴 수도 있다는 사실, 이것이야말로 시니어가 시대에 맞춰 일하는 가장 현명한 방법이었다.
- 멘토 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