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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에이니어, 멈춘 시간이 다시 흐를 때

『AI시대, 시니어의 시간이 다시 온다. 에이니어』 첫번째 글

by 멘토K

퇴직한 시니어의 사례이다.

퇴직 후의 시간은 이상하게도 조용했다. 매일 아침 정해진 시각에 울리던 알람이 멈추고, 점심시간도, 회의시간도, 보고서 마감일도 사라졌다.

세상은 여전히 분주하게 돌아가는데 자신의 시계만 멈춰버린 듯한 기분이었다. 처음엔 그 고요가 낯설지 않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시간이 질문을 던졌다. “이제 너는 무엇으로 흘러갈 거니?”

그때 처음으로 ‘AI’라는 단어가 낯선 호기심으로 다가왔다. 젊은 세대의 전유물 같던 기술, 복잡한 용어로만 보이던 세상이었다. 하지만 그 속에 시니어 인생의 ‘두 번째 시계’를 다시 돌릴 실마리가 숨어 있었다. 젊음이 기술이라면, 시니어에게는 경험이 있었다.


그리고 AI는 그 경험을 다시 세상과 연결시킬 수 있는 통로였다. 그렇게 나는 AI시대 시니어에 대한 새로운 이름을 붙였다.


‘에이니어(AI+Senior)’. 기술을 배우는 시니어가 아니라, 경험과 지혜를 AI와 융합해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사람.


사람들은 종종 말한다. “AI가 인간을 대체할 거야.”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AI는 ‘지식을 복제’할 뿐, 인간만이 할 수 있는 ‘맥락의 해석’을 대신하지 못한다.

숫자와 데이터의 세계에 ‘의미’를 부여하는 건 인간의 몫이다. 나는 지난 35년의 사업과 직장생활 속에서 보고, 듣고, 겪은 수많은 사건들 속에 이 의미를 품고 있다. 그 경험을 AI와 연결시킬 때, 새로운 창조가 시작된다. 단순히 글을 쓰고 이미지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지식을 오늘의 문제 해결로 확장시키는 일이다.


AI는 놀라울 정도로 정직하다. 내가 어떤 질문을 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세상을 보여준다.

그래서 ‘프롬프트(prompt)’를 잘 쓰는 건 단순한 기술이 아니다. 그것은 사고방식의 훈련이다. 시니어에게 필요한 건 이 ‘질문의 기술’이다.


인생의 경험을 담은 질문은 AI를 통해 전혀 새로운 답으로 돌아온다. “내가 살아온 길에서 배운 교훈을 오늘의 젊은 세대에게 어떻게 전달할 수 있을까?” 이 물음이 ChatGPT라는 도구를 만나면, 어느새 글이 되고, 콘텐츠가 되고, 작은 강의가 된다.


나는 다수의 은퇴와 퇴직 강의를 접하면서 ‘지식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표현되지 않는 것’이 문제라는 걸 깨달았다. 우리 세대는 너무 많은 것을 알고 있지만, 그것을 세상에 말하는 방법을 배운 적이 없다.


AI는 그 침묵을 깨주는 도구다. 문장을 다듬어주고, 구조를 잡아주며, 생각을 시각화해준다. 마치 내 안의 또 다른 조력자처럼, 나의 언어를 세상과 다시 이어준다. 이건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해방’에 가깝다. 오랜 세월 머릿속에만 있던 지식이 드디어 세상으로 나올 수 있게 된 것이다.


물론 처음에는 두려웠다. 내가 이걸 할 수 있을까, 너무 늦은 건 아닐까. 하지만 해보니 다르다. 젊은 세대보다 내가 유리한 점이 있었다. 문제를 보는 눈, 사람을 이해하는 감, 상황을 읽는 힘. AI는 이런 경험을 학습하고 조합해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낸다. 결국 중요한 건 ‘AI가 뭘 하느냐’가 아니라 ‘내가 AI에게 무엇을 시키느냐’였다. 경험이 깊은 사람일수록 더 좋은 질문을 던질 수 있고, 더 인간적인 답을 끌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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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는 매일 아침 커피 한 잔을 내리고, ChatGPT에 이렇게 묻는다.

“오늘은 어떤 새로운 배움을 시작해볼까?” 그리고 그 대화 속에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태어나고, 글이 만들어지고, 강의가 구성된다.


그 과정이 내게 다시 ‘시간’을 준다. 예전엔 하루가 느리게 흘렀다면, 지금은 매일이 실험이고 발견이다. 나의 경험은 AI를 만나 다시 살아 움직이고 있다.


나는 이제 알고 있다. 퇴직이나 은퇴는 멈춤이 아니라 재조정의 시간이었다는 것을. 시니어의 삶은 ‘소멸’이 아니라 ‘변환’의 단계다. AI는 단지 그 변화를 돕는 파트너일 뿐이다. 세상은 여전히 젊고, 기술은 빠르게 변하지만, 본질은 같다. 결국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는 건 사람이다. 기술이 아무리 정교해도, 사람의 온기와 지혜를 대체할 수는 없다.


에이니어란 그런 사람이다. 세상과 단절된 존재가 아니라, 세대와 기술을 잇는 다리. AI를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다시 꺼내고, 그것을 미래의 언어로 번역해내는 사람들. 우리는 잃었던 시간을 되찾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간을 만들어가고 있다. AI가 세상을 바꾼다면, 에이니어는 그 변화에 의미를 부여한다.


나는 오늘도 이렇게 믿는다.


“AI는 도구이고, 인간은 방향이다. 그리고 에이니어는 그 둘을 이어주는 다리다.”


그 다리를 건너는 순간, 멈춰 있던 당신의 시간도 다시 흐르기 시작할 것이다.


- 멘토 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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