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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가난한 소년 테무친, 첫 창업자의 불안

Part 1. 초원의 탄생, 창업의 시작, 두번째 글

by 멘토K

소년 테무친은 태어날 때부터 가난했다. 아버지를 독살로 잃고, 부족은 뿔뿔이 흩어졌다. 남겨진 가족은 초원의 추위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물고기를 잡고 들쥐를 사냥했다. 어린 테무친은 배고픔을 견디며 사람의 본질을 배웠다. 인간은 배고프면 변하고, 두려우면 배신한다는 것을. 그에게 세상은 늘 불안했고, 신뢰는 사치였다.

그러나 그 불안 속에서 그는 한 가지를 깨달았다. ‘세상은 나를 도와주지 않는다. 그렇다면 나는 스스로 방법을 찾아야 한다.’


모든 창업의 시작은 불안이다. 아무도 믿어주지 않고,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다. 그때 필요한 건 용기가 아니라, 버티는 힘이다.

테무친은 바로 그 버팀의 본능으로 첫 번째 창업을 시작했다. 그가 만든 건 군대가 아니라 ‘공동체’였다. 같은 처지의 사람들을 모아 먹을 것을 나누고, 정보를 나누고, 생존을 도모했다. 작은 협업이 시작이었다. 자본이 아닌 관계가 그의 첫 번째 투자였다.


오늘날 스타트업도 이와 다르지 않다. 자본이 없는 창업가는 사람을 모아야 한다. 비전으로, 신뢰로, 함께 버틸 이유로 끈을 엮어야 한다. 테무친은 그 일을 누구보다 잘했다. 그는 약속을 지켰고, 배신하지 않았다. 배신이 일상이던 초원에서 ‘약속을 지키는 사람’은 곧 믿음의 상징이었다. 그 믿음이 첫 번째 동맹을 만들었다. 창업에서 첫 고객을 얻는 것처럼, 그는 첫 동지를 얻었다.


하지만 동지가 생긴다고 불안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테무친의 나날은 늘 위태로웠다. 겨울에는 식량이 모자랐고, 여름에는 적의 습격을 걱정해야 했다. 그럼에도 그는 움직였다. 위험을 계산하지 않았고, 완벽을 기다리지 않았다. 바로 그 점이 중요하다. 그는 언제나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했다. 완벽한 조건이 갖춰질 때까지 기다리는 건, 초원에서는 곧 죽음을 의미했다.


창업가의 불안은 ‘준비가 부족해서’ 생기는 게 아니다. ‘확신이 없기 때문에’ 생긴다. 하지만 확신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는다. 만들어 가는 것이다. 테무친은 확신 대신 실행을 선택했다. 첫 번째 작은 전투, 첫 번째 실험이 그의 확신을 키웠다. 실행이 불안을 이기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그는 실패할 때마다 자신을 다듬었다. 방향을 바꾸고, 동지를 재배치하고, 전략을 수정했다.


그가 보여준 건 ‘린 창업가의 원형’이었다. 자원이 없을수록 그는 더 단순하게 생각했다. 싸울 수 없는 전쟁은 피했고, 확률이 있는 전투만 골랐다. 스타트업의 언어로 말하면, 그는 시장 검증을 먼저 한 셈이다. 제품을 만들기 전에 시장을 실험한 것이다. 작은 승리를 통해 자신과 팀의 생존력을 시험했다.


그의 불안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불안은 그의 무기가 되었다. 불안한 자는 끊임없이 관찰하고 대비한다. 테무친은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초원에서, 끊임없이 주위를 살폈다. 어디에 먹이가 있고, 어디에 위험이 숨어 있는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 관찰력은 곧 통찰이 되었고, 통찰은 전략이 되었다.


창업자는 흔히 ‘자신감’을 말한다. 그러나 진짜 창업가는 ‘불안’을 동력으로 삼는다. 불안은 나약함이 아니라 민감함이다. 세상의 변화를 가장 먼저 감지하는 감각이다. 테무친은 그 감각으로 세상을 움직였다. 부족 간의 갈등, 전쟁의 조짐, 날씨의 변화까지 그는 모두 읽어냈다. 그에게 불안은 생존의 신호였다.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테무친은 새로 모은 동지들과 함께 첫 약탈전을 준비했다. 상대는 더 강했고, 병력도 많았다. 모두가 겁을 먹었다. 하지만 그는 물러서지 않았다. 대신 전략을 바꿨다. 야간 기습을 선택했고, 예상치 못한 경로로 접근했다. 작게 싸워 이겼다. 승리는 작았지만, 동지들에게 확신을 심어주었다. 그 확신이 두 번째 전투의 연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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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도 그렇다.

처음부터 큰 성공은 없다. 중요한 건 첫 작은 승리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첫 고객, 첫 매출, 첫 리뷰, 첫 투자. 그것이 조직의 불안을 조금씩 덜어준다. 그리고 그 불안을 덜어주는 순간, 팀은 믿음을 갖는다. 믿음이 생기면 다시 도전할 수 있다.


테무친의 불안은 늘 그를 몰아붙였다. 하지만 그는 그 불안을 피해가지 않았다. 오히려 마주했다. 자신이 느끼는 두려움을 인정하고, 그 안에서 길을 찾았다. 그게 리더의 조건이었다. 그는 늘 냉정하게 말했다. “두려움이 없는 자는 무모하다.” 불안은 그를 겸손하게 만들었고, 겸손은 그를 배우게 했다.


창업가는 끊임없이 배워야 한다. 시장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기술은 더 빠르게 진화한다. 테무친도 배웠다. 다른 부족의 전술을 훔쳤고, 타인의 성공을 분석했다. 심지어 패배한 적의 장수를 살려두고 그에게 배우기도 했다. 그는 자존심보다 생존을 선택했다. 배움은 그에게 전략이었다.


테무친이 위대했던 이유는, 불안한 자신을 부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 불안을 에너지로 삼았다. 그는 결핍 속에서 집중했고, 불안 속에서 단단해졌다. 스타트업 창업가에게도 이건 똑같이 적용된다. 돈이 부족하고, 사람이 부족하고, 확신이 부족할 때, 그 결핍이 바로 성장의 출발점이 된다.


창업은 완벽한 준비가 아니라, 불완전한 결심에서 시작된다.
테무친의 삶이 증명한다.
가난은 문제의 시작이 아니었다.
불안은 실패의 신호가 아니었다.
그것은 오히려 새로운 제국을 여는 문이었다.


지금 당신이 느끼는 불안은 어쩌면 창업자의 본능일지도 모른다.
그 불안을 피하지 말고, 관찰하라.
거기서 길을 찾고, 거기서 배워라.
소년 테무친도 그렇게 초원을 건넜다.
불안 속에서, 그는 리더가 되었고, 결국 제국을 만들었다.


그의 첫걸음은 완벽하지 않았지만, 그 불완전함이 바로 시작의 증거였다.
그리고 그 시작이 오늘, 우리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다.


“모든 위대한 창업은 불안에서 태어난다.”


- 멘토 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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