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기스칸처럼 창업하라!』Part 1. 초원의 탄생, 창업의 시작, #1
그의 이름은 징기스칸. 초원의 바람처럼 거칠었지만, 그 안엔 놀라울 만큼 체계적이고 전략적인 사고가 숨어 있었다.
수많은 부족이 흩어져 있던 시대, 그는 단 하나의 자원만으로 세상을 움직였다. 바로 ‘사람’이었다.
그가 세운 제국은 단지 전쟁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인간을 이해하고 시스템을 설계한 결과였다.
나는 오늘의 스타트업 생태계 속에서도 그와 닮은 창업가들을 본다.
돈보다 방향을, 속도보다 실행을 믿는 사람들이다.
징기스칸을 떠올리면 흔히 정복자의 이미지를 먼저 생각한다. 그러나 그를 조금만 더 깊이 들여다보면, 오히려 그는 ‘린스타트업’의 철학을 가장 먼저 실천한 사람에 가깝다.
그는 처음부터 거대한 제국을 꿈꾼 게 아니다. 시작은 한낱 버려진 소년이었다. 그가 할 수 있었던 건, 작게 실험하고 빠르게 배우는 것이었다. 작은 부족과 손을 잡고, 한 번의 실패를 통해 다음 전략을 세웠다. 전쟁터에서의 ‘실험’은 곧 오늘날 창업가의 MVP였다.
창업은 늘 불확실성과 싸우는 일이다. 계획보다 빠르게 상황이 바뀌고, 예측보다 더 냉정하게 시장이 반응한다. 징기스칸도 그랬다. 그는 계획을 세우되, 고집하지 않았다. 늘 현장의 정보를 반영했고, 그에 따라 즉각 전략을 바꿨다. 피벗(Pivot)의 원조였다. 그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칼이 아니라 ‘적응력’이었다.
오늘날 스타트업의 창업자들도 같은 고민을 안고 있다. 시장은 불확실하고, 자본은 제한적이다. 하지만 바로 그때, 징기스칸의 방식이 빛을 발한다. 그는 자원을 ‘부족함’이 아니라 ‘기민함’으로 해석했다. 준비가 완벽하지 않아도 시작했다. 작게 시작했기에 빠르게 배울 수 있었고, 빠르게 배웠기에 더 큰 판으로 확장할 수 있었다.
그의 리더십의 핵심은 실행이었다. 아무리 훌륭한 전략도 행동이 없으면 무의미하다는 걸 그는 본능적으로 알았다. 그래서 그는 늘 전장에 먼저 나섰다. 전투의 중심에 서서, 직접 검증하고, 직접 확인했다. 그는 책상 앞의 리더가 아니라, ‘실험의 현장’에 있던 창업가였다. 그가 이끈 조직은 명령이 아니라 학습으로 움직였다. 명령이 실패하면 다시 학습했고, 학습이 쌓이면 그것이 문화가 되었다.
나는 징기스칸을 볼 때마다 ‘리더의 본질은 통제보다 신뢰’라는 사실을 떠올린다. 그는 병사에게 명령하지 않았다. 대신 책임을 줬다. 십인제(十人制)라는 체계를 만들어 작은 단위가 스스로 판단하고 움직이게 했다. 권한 위임의 시스템이었다. 리더는 방향만 제시하고, 실행은 구성원이 맡았다. 지금의 애자일(Agile) 조직 구조와 다를 바 없다.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선 권력이 아니라 자율이 필요하다는 걸 그는 알고 있었다.
창업가에게도 같은 원리가 적용된다. 초기 스타트업일수록 리더는 모든 걸 통제하려 한다. 그러나 그렇게 하면 속도가 느려진다. 리더가 해야 할 일은 모든 걸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다. 징기스칸은 바로 그 문화를 만든 사람이다.
또 하나 주목해야 할 점은 그의 정보 활용 능력이다. 그는 전장마다 ‘야사크(정보망)’을 만들었다. 정보를 모으고 분석하여 전략을 세웠다. 감(感)이 아니라 데이터에 기반한 판단이었다. 스타트업의 시장조사와 같은 개념이다. 그는 데이터를 믿었다. 그 데이터는 숫자가 아니라 ‘사람의 행동’에서 나왔다. 상대 부족의 이동 패턴, 연합 시기, 내부 갈등 같은 정보가 그의 손에 들어오면, 그것은 곧 전략이 되었다.
하지만 징기스칸이 남긴 진짜 교훈은 냉철한 전략보다 따뜻한 통찰에 있다. 그는 인간의 본성을 이해했다. 두려움을 느끼는 법, 욕망을 자극하는 법, 신뢰를 구축하는 법을 알고 있었다. 그는 모든 전쟁을 인간의 문제로 보았다. 그리고 해결책도 인간 안에서 찾았다. 그래서 그의 리더십은 무력보다 설득에 강했다. 그는 적을 굴복시키기보다 끌어안았다. 창업가에게도 필요한 건 바로 이 태도다. 고객을 지배하려 하지 말고, 고객과 공존하라. 시장은 적이 아니라, 함께 살아야 할 생태계다.
징기스칸은 제국을 세운 뒤에도 멈추지 않았다. 그는 끊임없이 배우고, 제도를 바꾸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받아들였다. 다양한 문화를 포용하며, 그 안에서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냈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변화 속에서 새로운 질서를 창조했다. 스타트업의 세계도 그렇다. 기술은 빠르게 변하고, 고객의 행동은 예측할 수 없다. 살아남는 자는 크거나 강한 자가 아니라,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는 자다.
나는 창업을 ‘현대의 전쟁’이라 표현한다. 총 대신 아이디어를, 말 대신 데이터와 기술을 탄 창업가들이 각자의 초원에서 싸우고 있다. 그들의 공통된 적은 불확실성이다. 그러나 불확실성은 언제나 기회를 품고 있다. 징기스칸은 혼란 속에서 자신만의 질서를 만들었다. 그는 혼돈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혼돈을 새로운 시스템으로 바꿨다. 그것이 진짜 리더의 힘이다.
그의 삶을 따라가다 보면, 한 가지 분명한 진리를 깨닫게 된다. 창업은 결국 ‘확신’이 아니라 ‘진화’의 과정이라는 것이다. 징기스칸은 매일 더 나은 전쟁을 했고, 오늘의 창업가는 매일 더 나은 실험을 해야 한다. 그는 이겼기 때문에 위대한 게 아니라, 실패를 배움으로 바꿨기 때문에 위대했다.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새로운 무기가 아니다. 이미 무기는 우리 손에 있다. AI, 데이터, 네트워크. 문제는 그것을 어떻게 연결하고 활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징기스칸은 초원의 자원을 결합해 제국을 만들었다. 오늘의 창업가는 디지털 자원을 결합해 새로운 제국을 만든다. 그 방식은 다르지만, 본질은 같다.
결국, 창업은 시대와 무관한 인간의 본능이다.
징기스칸이 초원을 달리던 그 시절에도, 그리고 우리가 디지털을 탐색하는 지금도, 본질은 같다.
배우고, 실험하고, 나누며 성장하는 것.
그것이 바로 ‘징기스칸처럼 창업하는 법’이다.
그의 초원은 끝났지만, 그 정신은 여전히 이 시대의 창업자들 속에서 살아 숨 쉬고 있다.
- 멘토 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