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결에 쓰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기를 원한 이도 있었다.
하얀 배꽃에 비추인 밝은 달빛을 보며 정이 많은 것을 병으로 여겼던 이도 있었다.
삶에 찌들기 전의 나는 그 시를 눈 앞에 그리며, 참 좋아 했었다.
그 올곧음과 따뜻한 마음에 찬사를 보냈다.
그 시대와 상황, 그 한가운데 서 있는
그 노래하는 이를 사랑했었다.
그 마음을 닮고 싶었다. 그 깊은 절박함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무엇에도 부끄럽다. 내 자신에게 조차도 그 부끄러움은 얼굴을 들지 못하게 한다.
정(情)을 잃은 지도 너무도 오래 되었다. 다정함이 무엇이었던가?
눈을 감아 본다. 그리고 저녁 술 한잔으로 맘껏 취해 본다.
이제는 잃어버린 '나'다.
지금 묻는다. '너'는 '나'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