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흔들리며 피어나다.
안전벨트를 조이고, 조용히 눈을 감는다.
이륙보다 더 긴장되는 순간 - 바로 착륙.
비행기가 지면을 향해 천천히 내려가는 동안,
심장은 점점 빠르게 뛴다.
기체는 쿠르릉, 쿵쿵, 바퀴를 활주로에
내리찍으며 긴 여정을 마무리 짓는다.
마치 오랜 시험을 치르고,
그 결과를 기다리는 순간처럼 말이다.
예전보다 기술이 발전해서인지
착륙은 한결 부드러워졌다.
흔들림은 줄었고,
조종사의 섬세한 손끝이 느껴질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 한편에는 여전히 알 수 없는 떨림이 남아 있다.
늘 그렇듯,
‘이제 괜찮다’는 안도는 바퀴가 지면을
굴러갈 때에야 비로소 찾아온다.
10년 전인가 유럽을 오갈 때는
러시아 항공을 타고 다녔다.
오랜 기억이지만 그때,
기내에 울려 퍼지던 박수 소리가 아직도 생생하다.
비행기가 무사히 착지한 것만으로도,
사람들은 서로를 향해 미소를 지었고,
박수는 누군가를 향한 찬사가 아니라,
그저 살아 있음에 대한 감사였다.
요즘은 그런 박수가 없다.
러시아 항공이 아니라서 그런 것보다는
기술은 발전했고,
비행도 익숙해졌지만,
그 익숙함 속에서 우리가 잊고 사는 것이 있다.
‘무사히 도착함’
사실은 결코 당연하지 않은 축복.
나는 그날 이후 착륙할 때마다
매번 스스로에게 조용히 속삭인다.
“오늘도 잘 도착했구나.”
비록 소리 내어 박수를 치지는 않지만,
내 마음속에선 조용한 박수를 보낸다.
이 모든 날들에,
이 무사함에,
그리고 여전히 나를 데려다주는 모든 인연들에게.
그렇게 나는 또 공항에 발을 내딛는다.
이번 출장은 폴란드였다.
짧지만 깊은 여정을 돌이켜보면,
낯선 땅에서의 바쁜 일정 속에도,
우리는 또 새로운 인연을 맺었다.
비록 ‘일’로 만났지만,
그 안에서 기술과 열정을 나눴고,
서로의 성취와 기쁨을 함께했다.
무언가를 나눈다는 것은,
때로 돌아올 기약이 없어도 아낌없이 주는 일이다.
나 또한,
누군가의 따뜻한 시선과 배려 속에서
여기까지 걸어왔다.
그래서 이제는,
나 역시 누군가의 길에 작지만
확실한 동행이 되고 싶다.
“함께 걷는다는 것.”
그것은 단순한 동행이 아니다.
서로의 삶에 조용히 흔적을 남기고,
서로의 하루에 숨은 응원이 되어주는 일이다.
부디 너무 이기적이지 않기를.
오늘만을 위해 자신을 갉아먹지 않기를.
세상은 때로 우리를 배신하고, 실망하게 만들지만
그 아픔이 너무 깊지 않다면,
그조차도 우리의 안목을 넓히고
영혼을 살찌우는 자양분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친구’라는 이름으로
누군가의 마음에 작은 돌 하나를 놓는다.
그 돌은 때로 징검다리가 되고,
때로는 잠시 쉬어갈 쉼표가 된다.
우리는 그렇게 말없이 서로를 이어가는 법을 배운다.
그리고,
비행기 바퀴가 활주로를 굴러 나갈 때,
나는 안다.
오늘도, 다시 살아 있다는 걸.
출장은 끝났지만, 마음엔 하나의 인연이 남았다.
친구라는 이름으로. Przyjaciel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