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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raki Nov 09. 2022

아침 요가를 마치고 내리는 커피 한잔

니카라과 ‘리틀 레드 라이딩 후드’


나의 삶의 변화를 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중에 하나가 잠을 줄이는 것이었다. 나는 어려서부터 잠자는 것을 정말 좋아했는데 이 사실은 성인이 되어서도 크게 변하지 않았다. 오히려 나의 방을 갖게 되고, 직접 나의 침구를 고르기 시작하면서 잠자는 것, 잠자는 공간, 잠잘 때의 촉감 등에 더 집착을 하게 되었다. 그런 내가 잠을 줄여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 삶에 변화가 필요해.


그 이유 하나였다. 더 이상 예전과 같은 일상의 패턴으로는 내가 더 나아질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회사를 가고, 일을 하고, 회사에서의 스트레스와 피곤을 보상받듯 더 잠에 집착하는 그런 패턴은 더 이상 나에게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일단 잠을 줄여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미라클 모닝까지는 바라지도 않았다.

남들은 미라클 모닝이라며 새벽 5시에 일어나 운동도 하고, 책도 읽고, 자기 계발도 한다고 하던데 그 새벽 5시라는 단어 자체가 나를 떨게 만들었다. 그래서 새벽 6시로 타협을 했다. 남들은 어떻게 하더라도 나는 나의 생활 패턴을 만들면 된다는 나름의 이유를 만들었다.


하지만 침구의 촉감, 그 따스함이 너무 좋다.

매일 아침 6시면 알람이 울린다. 그리고는 5분여 동안 나와의 싸움이 시작된다. ‘이렇게 침대에 누워있는 시간이 너무나도 행복한데, 굳이 이러한 행복을 뒤로하고 내가 지금 일어나야 하는 이유는 뭘까? 일어나서 뭘 한다고 한들 내 삶이 변화되긴 하는 걸까?’ 그러다 이러한 변화 따위가 나를 변화시키지는 못할 거라면서, 내가 지금 이렇게 행복한데 왜 이 행복을 버려야 하냐며 나는 다시 잠에 빠져들었다.


월화수목금 6시 기상. 아침 요가 시작

수많은 고민으로 일어날까 말까를 반복하기를 한 달 남짓. 어느 날 이게 뭐라고 이렇게까지 고민을 하고 있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그냥 일어나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아침 요가를 하기 시작했다. 밤새 굳은 몸을 풀어내고, 이리저리 몸을 움직이다 보면 조금씩 몸에 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처음엔 그냥 아팠다. 굳은 근육이 너무 아팠고, 왜 이 아침부터 생고생을 하냐며 그냥 다시 잠을 자라는 마음의 목소리들이 너무 컸다. 그리고 4주 차에 들어선 오늘. 몸이 개운해졌다는 느낌을 처음 받았다.


오전 7시. 커피를 내리고 글을 쓴다.

아침의 커피를 자주 마시는 편은 아니다. 카페인에 약하기도 하고 빈속에 커피가 들어오면 오히려 컨디션이 나빠지기도 하니까. 그런데 어제 남편   원두가 너무 궁금해서 요가를 끝내자마자 커피를 한잔 내렸다. 오늘의 커피는 커피 리브레의 ‘니카라과_리틀 레드 라이딩 후드이다.


귀여운 이름과 다르게 ‘취’가 올라온다,

커피 중에 가끔 짜장 냄새가 올라오는 것들이 있다. 정말 신기하지만 그런 커피가 있는데 ‘리틀 레드 라이딩 후드’라는 새콤달콤한 딸기향이 날 것 같은 이 커피에서 짜장 냄새가 올라온다. 내가 ‘취’가 올라온다고 했더니 남편이 이상하다며 옆에서 한잔을 더 내린다. 3번에 나누어 붓는 물이 너무 빠르게 빠진다며 분쇄의 크기, 물 내림의 속도, 시간 등에 이야기를 나눈다. 내가 내린 차가운 커피와 남편이 내린 따뜻한 커피를 번갈아 마셔보며 차갑고 뜨거운 커피에서 나는 다른 향과 맛에 대해서, 내가 기대했던 커피의 향이 무엇이었는지를 이야기한다.


아직 아침 7시. 예전 같았으면 우리 둘 다 한창 잠을 자고 있을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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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장명 :엘아비뇽 외 4개 농장 (El Avion and 4 Other Farms)


생산자 : 마리오 호세 곤잘레스 로드리게스 외 4명


지역 : 누에바 세고비아, 디필토, 라스 마노스 (Les Manos, dipilto, Nueva Segovia)


재배 고도 : 1,350 - 1,700m


품종 : 카투라 (Caturra)


가공 방식 : 리틀 레드 라이딩 후드 (CM 내추럴)

Little Red Riding Hood. 신선한 과일향을 표현하기 위해 CM 프로파일로 짧은 시간 발효를 시켰습니다. 발효를 균일하게 통제하기 위해 작은 배치 사이즈로 발효를 진행했고 이후 체리를 꺼내 아프리칸 베드에 얇게 펴서 건조했습니다. 이후 아프리칸 베드에 체리를 쌓아 건조를 진행하였습니다.


와이니 / 건자두 / 라즈베리 / 오렌지 / 메이플 시럽 / 초콜릿


출처 : 커피 리브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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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쓰는 동안 커피가 조금씩 풀리기 시작하면서 자두, 건포도 같은 향들이 올라오기 시작한다. 기대했던 것처럼 가벼운 맛과 향들은 아니지만 커피를 내리고, 대화를 나누고 함께하는 시간이 즐거웠으니 이 커피는 참 훌륭한 역할을 해주었다. 이렇게 또 오늘 하루가 시작되었고, 이전과는 다른 나의 생활이 시작되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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