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s Bus!!

bus bus

by mercioon


인도 북부에서는 이동 수단 중 하나인 버스에 관한 에피소드가 많다. 산길이 많은 관계로 기차나 슬리퍼 버스가 없는 데다, 그나마 있는 버스들은 낡고 낡아서 이동하는 감옥에 갇힌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대부분 폐차 직전의 낡은 버스들을 가져와 운행하는 듯했다. 맥간에서 마날리로 가는 버스는 그야말로 가관이었다. 창문이란 창문은 죄다 망가져서 오르막길에서는 저절로 열리고, 내리막길에서는 저절로 닫히는 신식!? 자동창문이었다.

다만 탑승자가 원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열리고 닫히는 게 문제지만. 이 창문이 낮에 이동할 때는 그나마 먼지 정도 먹고, 조금 덥고, 냄새가 나는 것만 빼면 괜찮은 편인데, 저녁에 이동할 때는 시베리아 한복판에 던져진 것 같은 추위를 몰고 온다. 우리는 번데기를 트는 통통한 애벌레처럼 각자의 침낭으로 들어가 의자를 2자리씩 차지하고 누웠다. 정거장을 지날수록 내 발을 비집고 앉는 인도인들을 모른 채하며 몸의 고단함이 앞서, 무거운 눈꺼풀을 감아버렸다. 뭐라고 해야 마땅한 상황에 국민성이란 게 참 무섭고도 자비로웠다. 이기심으로 가득 찬 여행자들에게 누구 하나 뭐라 하지 않더라

다행히 종착지인 마날리가 가까워서는 우리들 밖에 남지 않아서 조금이나마 양심의 가책을 덜었지만.


평소에 이를 자주 닦는 편이라 여행 중에는 양치를 못 할 때를 대비해 대용량 자일리톨 껌을 가지고 다녔다. 마날리로 이동 중인 지금도 추위에 눈을 뜨자 불쾌한 텁텁함이 밀려와 껌 하나를 입에 털어 넣었다. 씹는 순간 울리는 와그작 소리. 왜 항상 이빨이 부서지는 소리는 귀 안쪽 깊은 곳에서 울려 퍼져 한층 더 긴장감을 안겨주는 것일까... 그렇게 유약한 어금니는 새벽바람에 얼어버린 자일리톨 껌에 무참히 부서져 내렸다. 아놔.. 아직 인도 온 지 열흘 남짓인데, 고작 어금니 때문에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나? 그럴 수는 없지.. 고작 이빨 하난데..

라는 생각은 후에 나비효과를 돈으로 바꿔 150만 원짜리 임플란트로 돌아왔다.

마날리에 도착했을 땐 맥간에서 깨끗이 세탁해 입은 옷은 온데간데없이 그지 꼴이었다. 손톱과 손주름 사이사이에 새카맣게 때가 끼었고, 콧구멍에서는 당장이라도 석탄 덩어리가 나올 듯했다. 그렇게 이기심 가득한 여행자들에서 상거지들로 탈바꿈한 (그중 하나는 방금 이빨도 하나 잃었다.) 우리들은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했다.. 새벽 공기 가득한 마날리는 밤새 부슬비가 내렸는지 참 많이도 차갑고 축축했다. 버스 정류장 입구에는 우리를 반기듯이 희뿌연 연기를 뿜어내며 짜이를 팔고 있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짜이를 주문했다. 피를 수혈받듯이, 따뜻한 짜이가 혈관을 타고 돌아 온몸이 구석구석 따뜻해지는 느낌이다.



마날리에서 근교 낙 가르 성에 다녀오는 길. 도시 내를 다니는 단거리 시내버스는 보통 상태가 제일 안 좋다. 그리고 도무지 버스 정류장이 어딘지 알 수가 없다. 버스 표지판이 있는데 도통 서질 않으며, 표지판이 없는 곳에는 잘도 선다. 도대체 인도인들은 어떻게 표지판도 없는 정류장을 잘도 찾아서 기다리는지 버스 스탑 레이더를 하나씩 달고 있는 느낌이다. 아무튼 당최 버스라고는 정차하지 않을 듯 한 장소에 하나둘씩 모여 기다리기 시작하면, 어김없이 그곳으로 버스가 온다. 마날리로 돌아가는 버스 정류장 역시 표지판 따윈 누가 갖다 팔아버린 지 오래다. 다행히 인도인 몇 명이 기다리고 있길래 그새 눈칫밥이 늘어난 우리 역시 그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30분 정도는 기본이다. 진심 한국의 시내버스 배차 간격에 감사와 찬사를 보낼 따름이다.

한 시간 만에 온 버스는 기다린 시간만큼 사람이 차있기 마련. 버스는 역시나 만원이었다. 무조건 타야 된다. 이다음 버스는 말을 타고 가는 차사보다 느릴뿐더러 함흥보다 더 먼 곳으로 갔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우리는 종량제 봉투에 들어가는 마지막 휴지 쪼가리처럼 있는 힘껏 안으로 쑤셔 넣어졌다.

쓰레기봉투가 터지기 일보 직전에 기사는 버스를 출발시켰다. 그때 인도인들의 묘기를 실제로 볼 수 있었다. 미처 다 타지 못한 인도인들이 움직이는 버스에 하나 둘 매달리기 시작했다. 흡사 중국의 매달기 달인을 주제로 한 사진집의 어느 한 장면처럼 인도인들이 주렁주렁 매달렸다. 아마 기어가듯 느린 속력이기에 가능하리라. 가드레일 없는 산길을 아슬아슬 커브를 돌며 겨우 마날리 숙소 근처에 도착했다. 버스 안에 있는 사람들이 내리려면 문 주위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인도인들부터 내려야 했다. 그들이 먼저 내리고 우리 일행들이 내렸다. 버스가 출발할 때 다시 버스에 매달리는 그들의 모습은 무술을 써서 버스에 오르는 영화 소림 축구의 마지막 장면 같았다.

도대체 버스 천장에 어떻게 올라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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