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날리

마날리에서 패러글라이딩은 하지 마세요

by mercioon





시작부터 좋지 않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마날리의 패러글라이딩은 최악 그 자체였다.


네팔 포카라에서 패러글라이딩을 할 예정이어서 마날리에선 할 계획이 없었다. 항상 문제는 그놈의 술과 날씨다.


하필이면 패러글라이딩을 예약한 여행자들과 술을 한잔 기울인 다음날, 계속 흐리고 비가 오던 마날리의 하늘은 눈이 시릴 정도로 파랬다.


나는 어느새 트럭 위에 실려 굽이 굽이 산길을 달리고 있었다.


그동안 생각보다 많은 비가 내렸는지 곳곳의 길이 유실되어 한참을 돌아서야 도착할 수 있었다.


평지에 주차를 하고 패러글라이딩을 하는 곳까지는 걸어서 올라가야 했다.


우리가 예약한 여행사에서는 말을 타고 올라가기, 케이블카 타기, 걸어 올라가기 등의 옵션을 제시했다.


말은 200루피, 케이블카는 500루피였다.


가격도 저렴하니 이 기회에 말도 타보고 싶은 마음에 말을 타기로 결정하고 기다리는데 말이 3마리밖에 없으니 걸어가란다.


읭? 그럼 케이블카를 타겠다고 했더니 어제까지 비가 와서 운행을 못한단다.


뭐야 그럼 애초에 옵션은 걸어 올라가는 거 하나잖아!


다시 돌아갈 수도 없고, 한 30분 정도면 도착한다기에 선택권 없이 산을 타기 시작했다


우리는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 강력하게 컴플레인을 걸었어야 했다...


비가 내린 산은 진흙탕이었고 머리를 술로 채웠는지 아무 생각 없이 슬리퍼를 신고 와서 일행들보다 더 휘청거리며 산을 타야 했다.


한걸음 뗄 때마다 끈적이는 초콜릿 반죽처럼 무겁게 딸려 올라오는 진흙을 봤을 때 미련 없이 패러글라이딩을 포기했어야 했다.


올라갈수록 진흙과 말들이 싸질러놓은 똥이 한데 뒤섞여 진흙인지 똥인지 구분이 안 가기 시작했고 발은 점점 더 푹 푹 빠지기 시작했다.


한 시간 정도 산을 탔을 때 결국 말똥으로 범벅이 된 진흙탕에 처박히고야 말았다.


이제 신발뿐만 아니라 손과 발, 카메라 가방과 바지 등 전신에 말똥 섞인 진흙으로 범벅이 되었다.


내려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이미 내려가는 길은 너무나 먼데다 똥밭을 썰매장삼아 엉덩이로 내려가야 할 판이었다.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올라가는데 커브를 도는 경사진 곳에서 먼저 오르던 말의 궁둥이에 치여 또 한 번 말똥 밭에 구를뻔했다.


일행 하나가 잡아주지 않았다면 그대로 말똥 밭을 굴러 내려갔을 것이다.


그 후로도 30분이면 족히 오른다던 산은 한 시간 정도를 더 오르고서야 도착할 수 있었다.


이미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는 외국인들이 열명 정도 있었고 우리 일행이 8명이었으니, 절망에 빠진 여행자들이 족히 20명 정도 되었다.


그러나 우리를 더욱 절망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은 사실은 파일럿이 고작 4명이라는 것이었다.


예쁘게 개어 파랬던 하늘은 말똥산을 오르는 중에 잔뜩 흐려져서 비 내릴 준비를 하고 있는데


구세주 파일럿은 한번 내려가면 깜깜무소식이었다.


네 명의 파일럿이 한 명씩 맡아 내려다 주면 우리가 올랐던 대재앙에 가까운 길을 다시 걸어 올라와 또 4명을 내려주는 식이었기 때문.


이 무슨 극한직업이란 말인가!!


한번 내려가면 4,50분은 지나서야 돌아왔다. 누적된 산행에 다 죽어가는 얼굴을 하고선...


파일럿에겐 너무 미안했지만 우리에게도 다른 방법이 없었다.


날씨는 점점 더 흐려지고 추워지는데 내 차례는 돌아올 생각을 안 했다. 추위에 떨며 세 시간을 기다리고서야 마지막 순번으로 올라탈 수 있었다.


하늘에서는 비가 한두 방울 떨어지는 찰나였다.


비바람에 슬리퍼는 날아가고, 장시간 추위에 노출된 탓에 온몸이 사시나무 떨리듯 떨려서 풍경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이 악몽 같은 순간에 그나마 다행인 건 비가 와서 짧게 끝내고 하강한 것이었다.


착지를 하려는데 파일럿이 야매로 배웠는지, 내 엉덩이로 착지를 해버리는 바람에 꼬리뼈부터 척추까지 찌릿하게 아파왔다.


너무 아파서 파일럿의 코를 주먹으로 내려치고 싶은 순간이었다.


비에 젖어 녹색으로 변한 똥이 묻은 채, 슬리퍼 한 짝은 없이 엉덩이에 흙덩어리를 달고 있는 모습은 정말 가관이었다.


아침부터 온종일 굶으며 추위에 떨었더니 짜증 낼 기운도 없다. 그저 빨리 숙소로 가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다시 트럭 뒤에 실려 돌아오는데 빗방울이 굵어지기 시작했다. 게다가 유실된 길을 복구하느라 차가 꼼짝을 못 했다.


10분. 20분.. 30분... 이 지나도 복구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말똥에 처박힌 내손은 똥독이 오르는지 물티슈로 닦아내도 노랗게 색이 올라왔다.


한 시간을 넘게 기다려도 꼼짝하지 않기에 그 사이 비도 그쳤겠다 걸어가다가 릭샤를 잡기로 하고 트럭에서 내렸다.


춥고 배고프고 기운은 없는데 집으로 가는 길까지 모르겠다.


그냥 무작정 차가 가던 방향으로 내려가는 길에 릭샤를 한대 잡아서 애들을 먼저 태워 보내고,


그 뒤에 봉고가 하나 더 와서 나머지 일행들과 뉴 마날리로 돌아올 수 있었다.


정말 처음부터 끝까지 브라보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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