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때 그린 타지마할. (2006.03.21)
일주일 만에 diu에서 버스를 타고 나와 기차를 타기 위해 아메다바드 역으로 돌아왔다. 다음 행선지는 인도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타지마할.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중 하나인 타지마할을 등에 업은 아그라는 배낭여행자들에게 물가 높기로 악명 높다. 그래서 가난한 배낭여행자들이 비싼 입장료와 물가로 타지마할을 패스하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았다. 팔랑귀인 나도 스쳐 지나가는 일행들의 말을 들을 때마다 포기할까 했지만 그래도 인도에 왔으면 타지마할은 봐야지.
보통 많이들 선택하는 타지마할만 보고 떠나는 코스였다. 다시 북쪽으로 올라가야 했기 때문에 오랜 시간 기차를 타고 가야 했는데 멍청하게도 먹을 음식이랑 물을 사놓지 않았다. 지금처럼 쉬는 역마다 간단한 도시락을 팔지 않을 때였는지 그 구간에서만 판매를 하지 않아던건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기차를 타고 가는 내내 도시락이나 물을 팔지 않아서 말라비틀어져가는 미라처럼 기차 침대칸에 널브러져 있어야 했던 기억은 난다.
타자마자 먹었던 바나나 껍질도 말라서 갈색으로 쪼그라들 무렵, 타는 목마름으로 더 이상은 못 참겠어서 일행 한 명이 정차역에 내렸다. 시원한 미네랄워터를 기대했건만 어떻게 넘어졌는지 손바닥부터 허벅지, 어깨까지 전부 까져서 돌아왔다. 빈손으로 돌아온 건 말할 것도 없고. 떠나려는 기차에 놀라 신발끈에 걸려 넘어졌단다. 그다음 정차역에선 내가 도전해보기로 했다. 맨몸으로 뛰어내렸다간 정말 어디인지도 모르는 도시에서 미아가 될 상황이라 급한 마음에 정차하기도 전에 뛰어내렸다가 속도에 못 이겨 넘어졌다. 엄청 느린 속도인 듯했는데 다람쥐통처럼 데굴데굴 굴렀다. 아파할 정신도 없이 미네랄워터부터 찾았지만 아무리 찾아도 상점이 보이지 않았다. 인도인들이 각자 빈 통을 들고 수돗가에서 한가득 받아대는 걸 보니, 아무래도 이 작은 역에 물 파는 상점은 없는 모양이다. 기차역 노점에서 간이 되어있지 않은 짜파티만 몇 장 집어 계산하는데 내렸던 인도인들이 기차가 정차한 방향으로 일제히 뛰기 시작했다.
아... 너무 짧게 정차하는 거 아닌가요?
탄식을 내뱉으며 서서히 움직이는 기차를 향해 달렸다. 내 열차칸 10번을 애타게 찾다가 놓칠 것 같아 우선 가장 가까운 입구로 타올랐다. 근데 이게 웬 일. 10번 열차칸으로 가는 방향의 문이 가로막혀 있는 것이 아닌가... 다음 정거장에서 내려 넘어가야겠다는 생각으로 아무 빈자리에 잠시 앉아 부어오르는 발목을 문지르고 있는데 이제 속도를 내기 시작하려던 기차가 멈춰 섰다. 일행이 내가 기차를 타지 못한 줄 알고, 기차를 멈춰 세웠단다. 물도 못 사고, 기차 승객들한테 민폐만 끼쳤다.
아그라 역에 도착한 시간은 이제 막 어스름이 걷히기 시작한 새벽 6시. 아그라 포트 역에 도착했다.
사람이 많아지기 전에 한적한 타지마할이 보고 싶어 내리자마자 오토릭샤를 타고 타지마할로 향했다.
아직 새벽 냄새가 가득한 타지마할의 입구는 아직 채 걷히지 않은 물안개로 신비로운 분위기를 뿜어냈다.
한참을 붉은 성벽 밖 작은 강을 바라보다 오픈 시간에 맞춰 짐을 맡기고, 캄캄한 입구로 들어섰다.
짧은 터널 같은 입구를 지나자 갑자기 뻥 뚫린 느낌이 들면서 언제 물안개가 폈었냐는 듯, 새파란 하늘 아래 눈부시게 하얀 타지마할이 모습을 드러냈다. 안 봤으면 정말 두고두고 후회했을 거다.
맨발에 덧신을 신어 햇빛에 달아오른 대리석 바닥이 뜨거운 줄도 모르고 유려하고 화려한 무늬에 탄성을 내지르며 뭄타즈 마할의 가묘를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빙빙 돌았다. 쏟아져 들어오는 관광객들이 타지마할을 가득 채워도 도무지 나가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나는 타지마할이 바로 보이는 벤치에 앉아 스케치북을 꺼냈들었다. 그리고 가장 오랜 시간을 들여 그림을 그렸다.
잠깐만 보고 나오려 했었는데 반나절을 내리 머물다 나오는데도 가는 길이 아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