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와즈 사강의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를 읽고
이 소설은 대학 2학년, 전공 중 하나인 프랑스 소설 읽기 수업에서 다루었던 책이었다. 당시 교수님께서 던지셨던 질문 중 하나는 "이 책 제목의 문장부호가 왜 말줄임표인지 생각해 볼 것"이었다. ('Aimez-vous Brahms?'는 본래 의문문이다.) 부끄럽게도 그 때에는 부족한 실력으로 더듬더듬 원서를 읽어 나가느라 주인공들의 감정선이나 관계성에 대해 제대로 파악할 수 없었다. 당연히 교수님의 질문에도 쉽사리 대답하지 못했다. 왜 프랑수아즈 사강은 꼭 제목의 끝을 말줄임표로 써달라 당부했을까?
로제와 폴르의 관계는 둘 중 하나가 참지 않으면 금방이라도 절교할 수 있는 오래된 친구 사이같이 위태롭다. "행복하오?"라는 로제의 질문이 폴르에게로 향한 것이 아니라, "행복해요."라는 답변에서 올 안도감을 향한 것이라는 것을 폴르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아무리 권태롭다 하더라도 그가 자신과 오래 함께할 만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폴르는 그의 옷깃을 잡은 손을 쉽사리 놓을 수 없다.
그러던 중 나타난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라는 시몽의 질문은 미세먼지가 걷혀 오랜만에 활짝 열어둔 창문에서 불어오는 바람같았을 것이다. 폴르가 젊고 아름웠을 시절을, 젊고 총명한 청년-폴르가 그러하였 듯-인 시몽이 다시 떠오르게 한 것이다.
하지만 폴르는 시몽과 함께하는 순간의 대부분이 불편하였다. 폴르는 모든 것이 조심스러웠으나, 시몽은 대담했고 과감했다. 폴르는 중년의 삶을 살고 있었지만, 시몽은 청년이었다. 물론 어느 순간 만큼은 행복하였겠지만, 결국 그들은 서로의 간극을 좁힐 수 없었다. 새로 산 높은 구두는 반짝거리고 아름답지만, 아직 길이 들지 않아 발이 불편하고 물집이 잡혀 이내 벗어버리게 된다. 그리고 다시 평소에 신던 조금 낡았지만 내 발에 길이 잘 든 편한 운동화를 신는다.
폴르는 로제가 또 다른 여성과 제2의 사랑을 나누고, 폴르를 위해서가 아닌 자기 중심적인 연애를 어나갈 것임을 알고 있다. 폴르가 브람스를 좋아한다고 대답하였는지 아닌지도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그런 권태로운 나날 중 갑자기 문득 폴르는 "브람스를 좋아세요..."라고 되뇌일 것이다. "나의 모든 역할은 당신을 위한 것입다."라고 말하던 젋고 빛나는 그를 생각하면서 말이다.
2019년 트레바리 '문고전' 5월의 독후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