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함과 복잡함, 그것이 모여 이룰 완전한 단순함을 향하여
어쩌면 삶은 단순함에서 복잡함으로, 복잡함에서 다시 온전한 단순함으로. 이 세 번의 바라봄을 천천히 통과하는 일일지도 모르겠다. 멀리서 보면 단순하고, 가까이서 보면 복잡하지만, 다시 멀리서 보면 그 복잡함까지 품어낸 단 하나의 모습이 되는 것일지도.
며칠 전 누군가 내게 물었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하지만 산은 산이 아니요, 물은 물이 아니다… 그런데 다시 보니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더라. 너라면 어떻게 이해하겠니?”
그 질문이 내 안에 들어온 뒤로, 며칠 동안 이상하리만큼 그 문장을 떠올렸다. 길을 걷다가도 잠들기 직전에도, 마음 한쪽이 계속 그 말을 되뇌었다. 심지어 꿈속에서도 산과 물의 모습이 어른거려, 새벽에 눈을 뜨자마자 메모장에 몇 줄을 적어두기도 했다. 아마도 그 문장은 이미 조용히 내 안에서 자라나고 있었던 무언가의 이름이었는지도 모른다.
처음 멀리서 바라본 산은 큰 덩어리 하나가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모습 그대로, '산'이었다. 물도 그랬다. 햇빛에 반짝이며 미끄러지듯 흘러가는 하나의 선. 아무것도 설명할 필요 없고, 아무 감정도 얹히지 않는, 그런 단순함.
세상은 저렇게 간단할 수도 있구나. 그렇지. 세상은 단순할지도 모르지.
하지만 조금 가까이 다가가자, 모든 것이 전혀 다른 얼굴을 드러냈다. 산은 더 이상 하나의 덩어리가 아니었다. 흙에서 올라오던 따뜻한 냄새, 발밑에서 바스락거리던 작은 생명들, 나뭇잎 사이로 스치며 지나가던 바람의 결… 그 안에는 내가 이름조차 모르는 수많은 움직임과 숨결이 겹겹이 쌓여 있었다. 물도 마찬가지였다. 내 손끝에 와 닿던 온도, 작은 돌멩이를 비켜 흐르며 생겨나는 미세한 울림, 물속에서 반짝이며 지나가는 작은 그림자들. 멀리서 보던 매끄러운 흐름은 사실 무수히 다른 속도와 다른 마음들이 함께 흘러가는 하나의 세계였다.
그러다 어느 순간, 몇 걸음 물러서 다시 바라보니, 신기하게도 산은 다시 산이고, 물은 다시 물이었다. 그런데 처음 보던 그것과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아마도 세상이 바뀐 것이 아니라, 내가 조금 달라진 것이겠지?'
한 번 가까이에서 보고 나면, 다시 멀어져도 그 안에 있던 것들이 사라지지 않는다. 풍경은 그대로지만 보이지 않아도 알고 있는 그 무언가를 함께 느끼기 시작한다.
단순함이 다시 단순함으로 보이는데, 그 단순함이 이전보다 훨씬 넓고 깊어져 있는 것. 마치 조금은 더 이해하게 된 마음처럼.
나는 그때 내가 어떻게 살고 싶은지 어렴풋이 알게 된듯했다.
삶을 너무 빨리 판단하지 않는 사람이고 싶다.
어떤 장면을 멀리서만 보고 ‘다 아는 듯’ 굴지도 않고,
가까이서 복잡한 결을 보느라 지쳐 스스로를 탓하지도 않는 사람.
조금 복잡하면 복잡한 대로,
조금 어려우면 어려운 대로
그 자리에서 잠시 머물 줄 아는 사람.
그리고 언젠가 다시 걸음을 물렸을 때,
내가 겪은 모든 복잡함이 나를 더 깊은 단순함으로 데려다주길 바라며.
조금 멀리서 본 삶,
조금 가까이에서 본 삶,
그리고 그 두 가지가 고요하게 만나는 지점에서
내가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지가 조금씩 윤곽을 드러낸다.
삶의 첫 번째 단순함에 안주하지도,
두 번째 복잡함에서 길을 잃었다고 절망하지도 않고,
세 번째 단순함까지 천천히 걸어가고 싶은.
조급하지 않은 마음으로,
너무 많은 것을 증명하려 하지 않는 마음으로,
한 장면을 여러 번 바라볼 줄 아는 사람.
그렇게 살고 싶다.
그리고 우리는 오늘도 걸음을 옮긴다.
거리의 변화가 세계를 새롭게 만들고,
그 모든 새로움이 모여 비로소 하나의 진실이 된다는 믿음을 마음에 품고.
멀리서 보는 단순함과 가까이서 보는 생명의 복잡함 사이를 지나, 우리가 이룰 진실을 향해.
몸은 하나이지만 많은 지체를 가지고 있고 몸의 지체는 많지만 모두 한 몸인 것처럼, 그리스도께서도 그러하십니다.
-1 코린 12,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