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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이 이혜림 Mar 27. 2024

이름은 리틀 포레스트

지금부터 시작되는 실험 이야기 


 



 시작은 리틀 포레스트였다. 김태리 배우가 시골에서 농사짓고, 막걸리 빚어 먹고, 아카시아 꽃을 튀겨 먹는 자급자족 귀농생활을 예쁘게 담은 영화, 한국판 <리틀 포레스트>.




리틀 포레스트 영화



날마다 보기도 좋고 맛도 좋을 것 같은 음식을 만들어 낸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장면은 꽃잎을 흩뿌려 먹는 파스타다.

 


 어릴 적부터 사랑스러운 앞치마를 입고 빵을 굽고, 챙모자를 챙겨 쓰고 농사를 짓고, 손수 밥과 술, 간식을 만들어 먹는 생활을 남몰래 흠모해 왔다. 도심 한복판에 살면서도 직접 옷을 지어 입고, 자잘한 고장은 직접 고치고, 베란다 작은 난간에서 방울토마토와 고추 화분을 키웠던 엄마를 보며 생긴 마음일 수도 있고, 그저 영화와 책 속에서 만난 이미지에 반해버린 것일지도 모른다.


 나는 매일 몸을 움직이며 스스로 대부분의 것을 만들고 해낼 수 있는, 건강해서 예쁜 시골 생활을 동경한다. (누군가는 그것을 환상이라 부른다 해도) 그리고 언젠가 그 동경하는 모습을 내 생활의 중심으로 끌어오는 날을 기대하고 있었다. 지인들을 만날 때마다 입이 닳도록 말했다.


 "언젠가 시골에 내려가 작은 집을 짓고 살 거야. 음식을 직접 만들고, 옷은 직접 지어 입고, 또 누군가 지금의 나처럼 그런 생활을 남몰래 흠모하고 있다면 우리 집에 초대해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작은 민박을 운영하고 싶어."


 이미 몇 번이나 돌려 봐서 대사까지 다 외울 지경인 영화 <리틀 포레스트>를 다시 한번 보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 해볼까? 당장 시골에 내려가 살 수는 없지만 도시에서도 충분히 숲속에 사는 것처럼 살아볼 수 있지 않을까?'

 그때 마침 머물던 동네가 풀과 나무를 보기 힘들고 흙을 밟는 건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빼곡한 빌딩숲이라 한참 지쳐 있던 시기였다. 영화 속 김태리처럼 나도 손수 나의 텃밭을 가꿔보고 싶어졌다. 딱딱하고 차가운 시멘트 바닥 대신 따뜻한 땅을 밟고 부드러운 흙을 만지며 살 수 있다면 조금 더 행복해질 것 같았다.


 '시골살이는 벌레도 많고 관리할 게 많아 힘들다던데. 게다가 텃밭을 가꾸는 건 아름다운 로망보단 혹독한 현실 쪽이라 귀찮고 고된 일투성이라던데. 이참에 텃밭 생활이 나와 맞는지 미리 연습해보면 어떨까?'


 매일 작은 노동으로 몸을 쓰고 먹을거리를 건강한 방식으로 키워 먹으며, 그렇게 조금 더 자연스럽고 건강한 삶을 만들어보자. 오랫동안 마음 한편에 조용히 꿈꿔온 자급자족을 실현해 보자. 이곳에서 다양한 시행착오를 거친 뒤에 들어간 숲속의 생활은 더 달콤할지도 모른다. 아님 아예 내려가지 않거나. 그렇게 결심했다. 지금 당장 텃밭을 가꿔보기로!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도시에서 텃밭을 가꿀 수 있는 방법은 생각보다 많았다. 지자체에서 관리하는 공공 텃밭도 있고, 개인이 운영하는 주말 농장도 있고, 요즘은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운영하거나 집에서 소소하게 베란다 텃밭을 가꾸는 사람들도 있었다. 우리 집 근처에는 자전거 타고 15분만 가면 개인이 운영하는 주말 농장들이 꽤 많았다. 여러 번의 전화 문의 끝에 빈자리가 남는 농장 하나를 겨우 찾았다.

 

 다음 날 남편과 주말농장을 보러 갔다. 하얗고 작은 나무 푯말들이 수없이 꽂힌 너른 땅을 처음 마주한 그 순간, '여기다!'싶었다. 그날 바로 사장님을 만나 텃밭 분양 계약을 마쳤다. 봄부터 가을까지. 1년간 5평의 작은 땅을 내 마음대로 경작할 수 있는 대가로 지불한 비용은 15만 원.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텃밭 이름을 정해 오면 텃밭 푯말에 써주겠다는 농장 사장님 말씀에 나는 더 고민할 것도 없이 우리의 작고 귀여운 텃밭 이름을 지었다.


 리틀 포레스트.

 남편도 좋아했다.




하얀 푯말이 수없이 꽂힌 너른 땅... 첫눈에 반해버렸다.



그렇게 날마다 텃밭으로 출근.


우리의 리틀포레스트


남편



아내


우리의 리틀포레스트.

그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 더 많은 이야기는 <나만의 리틀 포레스트에 산다> 책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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