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의 부동산 투자 이야기
잘 될 줄만 알았다...
나는 디자이너이다.
나도 이제 직장 생활한 지 16년이 다 되어 간다.
너무 디자인을 좋아해 밤새우면서 그 일에 미쳐 있었다.
하지만 디자이너지만 월급쟁이이다.
일은 좋지만 나한테 돌아오는 것은 스스로에 대한 만족뿐
경제적으로 달라지는 것이 없었다.
10년 전 선배들을 보면서 저분이 내 미래라는 것을 보면서
내 앞이 캄캄함을 느꼈다.
경제적으로 이 회사에서 나한테 무엇인가 해 줄 수 없음을 느꼈다.
솔직히 회사 내에서 롤모델을 찾는다는 것이 쉽지 않았다.
나는 그래서 부동산 투자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경매를 통해 시작했다.
정말 매일 밤 물건 검색하고 임장하고 입찰하고...
그리고 패찰을 밥 먹듯이 하며 도전했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서울에 빌라와 아파트 등 5개를 낙찰받는다.
하지만 무리한 대출을 일으켜 매입한 물건들은
부동산 경기의 바닥을 알리는 13~14년도에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팔게 되며 서울에서 수도권으로 이사를 오게 된다.
봉천동 15평 빌라에서 7년을 살며 잘 버텨 주던 와이프가
도대체 우리는 이 좁디좁은 다가구 두 안방에서 언제 벗어 날 수 있는 것이냐?
나는 더 이상 이 좁은 빌라에서 살 수 없다.
언제 이사 가냐며?
당신은 매일 그렇게 부동산을 투자하는데 언제 형편이 좋아지냐?
그것이 언제냐며 울면서 이야기한다.
그리고 사돈과 동거 아닌 동거를 하며 함께 생활하신 장모님..
겨울에 달동네의 가파른 길에서 미끄러져서 허리를 다치신 장모님을 보면서
안 되겠다. 더 이상 투자만 하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투자한 집들을 거의 시세차익 없이 팔기 시작하고
대출을 일으켜 경기도로 이사를 오게 되어 아파트를 매입하고
셀프로 인테리어를 하게 된다.
가족들과 장모님의 행복한 모습을 보면서
한동안 나도 흐뭇하고 행복함을 느낀다.
하지만 1년이 지나기도 전에 서울 집값이 미친 듯이 오르기 시작한다.
내가 팔았던 집들이 1억, 2억, 오르기 시작한다.
나는 가족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서도
왠지 모를 허탈감을 느끼기 시작한다.
내가 부동산을 통해 얻은 것이 무엇일까?
이런 것은 아닌데.....
이렇게 주저 않으면 안 되겠다 싶어
다시 주변 아파트 임장을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