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파리에 살고 있을 미래의 나를 위하여
언제 떠날 것인가?
지난 1화를 읽으신 여러분은 아이와 함께 파리 한 달 살기를 이제 정말로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 달 이기 때문에 비자 문제는 크게 없습니다. 그럼, 언제 떠나야 할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저의 파리 한 달 살기 프로젝트는 아이와 함께하는 한 달 살기에 초점을 맞출 예정입니다. 혼자는 비교적 쉽게 떠날 수 있기 때문에 아이와 함께 하려는 부모님들을 타깃으로 쓸 예정입니다. 물론 혼자 떠나는 분들께도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이 들어있기 때문에 참고하셔도 좋습니다.
파리 7년 차인 저는 사실 파리는 각 계절을 다 겪어보면 좋다고 생각합니다. 봄은 봄 대로, 여름은 여름 대로, 가을은 가을 대로, 또 겨울은 겨울 대로 그 매력이 충분히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학교에 다니는 어린아이가 있기 때문에 한 달 정도를 생각합니다. 그럼 소중한 한 달을 위해 언제 떠나면 좋을까요? 날씨가 좋을 때 오는 것이 가장 좋겠지요. 5월과 6월을 가장 추천합니다. 춥지도 덥지도 않고, 경험 상 이때 축제가 가장 많았습니다. 날씨가 좋으니, 거리 축제가 많은 것은 당연한 결과이지요. 파리 현지인들의 생활도 보고 경험할 수 있습니다. 요즘 학교에서는 문화 체험이라고 해서 해외에 한 달 경험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들었습니다. 이때 한 달 정도 아이와 함께 파리에 오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이때 다른 사정이 있어서 못 나오시는 분들도 계실 것입니다. 그럼 차선책을 마련해야겠지요. 여름 방학을 이용해서 올 수 있습니다. 파리의 여름은 한국만큼 살벌하지 않습니다. 저는 올해 여름을 한국에서 보냈는데요, 정말이지 날씨가 계속 이렇다가는 여름에 한국을 여행하려는 관광객은 없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숨을 쉴 수 조차 없겠더라고요. 반면 파리의 올해 여름은 이상 기온이었어요. 다른 해와는 달리 서늘했어요. 여름은 더워야 하는데 춥다는 말까지 나왔으니 이상하긴 하지요. 기본적으로 프랑스는 습한 나라가 아닙니다. 그래서 바퀴벌레도 거의 없지요. 아무리 낮 기온이 올라가도 습하지 않기 때문에 나무 그늘 밑에 있으면 시원한 바람과 함께 그리 덥지 않습니다.
파리의 여름은 아름답습니다. 관광객들을 위한 다양한 행사도 펼쳐집니다. 특히, 7월 14일은 대혁명 기념일이라고 해서 에펠탑 불꽃 축제가 화려하게 펼쳐집니다. 단, 5월 6월에 비해서는 공연이 많지 않아요. 다들 휴가 떠나고 없기 때문이죠. 특히 음악회, 연주회 등 음악을 좋아하는 분들에게 파리의 여름은 조금 아쉽습니다. 오페라 공연, 발레 공연, 음악회 등이 거의 없다고 봐야 합니다. 연주자들도 사람인지라 긴 휴가를 떠나기 때문이죠. 박물관 및 미술관은 개방하고 있습니다.
파리 현지인들보다 관광객들 속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파리 한 달 살기의 매력을 조금 떨어뜨릴 수 있겠습니다. 한 달 살기는 그 나라 사람들 속에 파묻혀 현지인처럼 살아보는 매력도 느껴보려는 것인데 현지인보다 관광객과 마주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한, 관광 시즌이다 보니 바가지도 있을 수 있겠지요. 더불어 소매치기도 극성을 부릴 것입니다. 파리의 소매치기는 연중 성실 근무를 하기 때문에 꼭 여름만 조심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너무 겁먹지는 마세요. 소매치기 주의법 및 대처법에 대해서는 이후에 따로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9월, 10월도 좋습니다. 프랑스는 9월에 새 학기가 시작됩니다. 9월은 전국이 새로 시작하는 분위기를 자아내기 때문에 도시 곳곳이 활기찹니다. 산으로 바다로 긴 여름 바캉스를 마치고 돌아온 파리 시민들은 우리 다시 만났다며 푹 쉬고 놀다 왔는데도 또 파티를 엽니다. 9월은 확실히 축제 분위기입니다. 파리 현지인들의 생활상도 엿볼 수 있지요. 9월, 10월도 축제가 많고 역동적인 파리를 경험하실 수 있습니다. 날씨도 좋고 5월 및 6월과 비슷하다고 보실 수 있겠습니다.
12월 겨울에 올 수밖에 없는 분들은 어떨까요? 파리의 겨울은 다행히 한국만큼 춥지는 않습니다. 대신 비가 자주 내려요. 2023년 겨울은 특히나 비가 많이 내렸어요. 거의 매일같이 비가 내리다시피 했습니다. 이것도 기후 변화의 일종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우울했지요. 그런데 저는 개인적으로 파리는 회색빛 겨울이 가장 어울리는 도시라고 생각합니다. <파리의 우울>이라는 보들레르의 책도 있지요. 파리의 겨울은 우울입니다. 파리의 겨울 색은 회색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런 우울한 회색빛 파리가 정말 이쁘더라고요. 물론 연둣빛 생기 발랄한 초여름 및 한여름의 파리도 너무 좋지만, 우울 회색 파리도 낭만과 감성이 넘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최고로 생각했던 파리의 모습은 오페라를 들으면서 차 창 밖으로 보이는 뼈만 앙상하게 남은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회색빛 파리 하늘을 바라봤을 때입니다. 그때 제 기분은 멜랑꼴리의 절정이었죠. 앗, 지금 여러분은 이별 여행, 실연 여행을 하는 것이 아니지요. 한창 자라나는 어린아이와 손 꼭잡고 오는 것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잊지 않겠습니다. 겨울이 아이와 함께 길거리를 다니기에는 좋은 계절은 아니지만, 반면 실내에서 하는 행사 및 전시회는 많습니다. 파리가 어떤 도시입니까? 헤밍웨이의 책 이름처럼 날마다 축제의 도시 아닙니까? 날씨가 춥고 비가 부슬부슬 내리다 보니 상대적으로 실내 행사 및 전시는 많습니다.
12월만이 가지고 있는 독보적인 매력이 또 하나 있지요. 바로 크리스마스 마켓! 가톨릭 국가인 프랑스는 11월 초부터 크리스마스트리를 설치하기 시작합니다. 11월 말부터 곳곳에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립니다. 따뜻한 핫초코, 뱅쇼를 마시며 크리스마스 마켓을 구경하는 것도 또 하나의 매력이죠. 화려한 샹젤리제 거리를 걸어보세요. 라파예트 백화점, 쁘랭땅 백화점의 크리스마스 장식을 구경하세요. 쇼윈도에 꾸며놓은 아이들을 위한 크리스마스 장식을 구경해 보세요. 각 백화점에서는 크리스마스 장식을 경쟁하듯 최고로 멋지게 꾸미기 때문에 입장료 내고 구경하는 디즈니 랜스 퍼레이드 쇼 못지않게 멋집니다. 아이들이 정말로 좋아할 거예요. 끝으로, 파리의 겨울은 꽤 깁니다. 4월에도 여전히 추위가 느껴져요. 간혹 4월은 날씨가 좋겠지 생각하고 옷을 가볍게 준비해서 오는데 웬걸 쌀쌀해서 감기에 걸리기도 한답니다.
자, 그럼 이렇게 월별로 파리의 날씨 및 장단점을 알아봤습니다. 제가 언급하지 않은 달에도 각 달 만의 매력이 있어요. 상황이 여의치 않으시면, 2월, 3월, 11월 등 언제라도 오셔도 괜찮습니다. 파리는 365일 축제의 도시이기 때문에 언제 와도 볼거리, 즐길 거리는 많습니다. 다만, 기왕이면 날씨 좋고, 쾌적하게 다니기 좋은 때에 오면 더욱 좋겠지요. 아이와 부모님께서 가능한 시간을 살펴보시고, 또 파리의 계절별 날씨와 월별 장단점을 생각해 보시고 적당한 때를 정하시면 좋겠습니다.
어디에 묵을 것인가?
그다음은 파리에서 어디에 묵을 것인지가 고민이 되실 겁니다. 파리는 낯선데 어디가 안전한지, 한 달 동안 지내면서 아이와 여행하기 편한 곳은 어디인지 걱정도 되실 거예요. 각자 한 달 동안 기대하는 바, 선호하는 바가 다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미술관 위주로 여행하고 싶은 신 분, 미술관 중에서도 특정 미술관을 자주 다녀보고 싶은 분, 아이와 함께 공원을 많이 산책하고 거닐고 싶은 분, 미식 여행을 생각하시는 분, 축제 등 체험 위주로 생각하시는 분, 키즈 체험 등 아이 액티비티 위주로 다니고 싶은 분 등 각자 다를 것입니다.
그래서 자신이 선호하는 것을 먼저 생각한 뒤, 원하는 곳에 접근하기 쉽고 편한 곳으로 숙소를 잡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저는 루이뷔통 재단(각종 미술 전시회 및 음악회를 하는 복합 문화 센터)을 집에서 걸어서 5분 정도 거리에 있는 곳에 살고 있는데요, 낮이고 밤이고 수시로 다녔습니다. 세어보니 약 100번 정도 갔더군요. 루브르 박물관을 수시로 가서 보고 싶다는 분은 루브르 박물관 근처에 숙소를 잡으면 좋겠지요. 그러면 루브르의 작품을 편안하게 감상하는 것은 물론이고 저녁에 하는 행사에도 쉽게 참여하실 수 있습니다. 루브르 근처에 오르세 미술관도 있기 때문에 일석이조입니다.
숙소 형태는 주로 한 달 동안 머무르기 때문에 대부분 에어비엔비를 많이들 하시더라고요. 우리는 피끓는 청춘이 아니기 때문에 유스호스텔은 조금 힘들겠지요. 호텔은 또 돈이 많이 들구요. 한인 민박도 하시기도 하던데, 인터넷에 파리 에어비앤비 또는 한인 민박 검색하시면 방의 상태, 위치, 가격 등을 보시고 구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한인 민박은 한국인이 계시니 여러가지 문의를 할 수 있고, 의사 소통이 된다는 장점이 있고, 에어비앤비는 현지인처럼 직접 살아보는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겠네요. 그럼 이제 위치 중심으로 설명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자, 그럼 이제 지도와 함께 구역별로 동네를 알아보겠습니다.
1. 루브르 박물관 주변으로 숙소를 잡으면 가장 관광지 중심에 숙소를 잡은 것입니다. 아무래도 파리 중심부이다 보니 에어비엔비 가격이 높겠지요. 루브르 박물관 옆에 뛸르리 정원에서 아침에 조깅할 수 있고, 오후에 햇살을 만끽하며 쉴 수 있어요. 아이와 함께 공원에서 놀 수도 있고요. 루브르 박물관 옆에 팔레 루아얄이 있고, 코미디 프랑세즈가 있어서 연극 관람하 실 수 있습니다.
파리 루아얄 정원을 지나 조금만 더 올라가면 리슐리외 국립 도서관이 있어요. 12년의 긴 보수 공사 끝에 2022년에 재오픈했는데, 일반인도 무료로 들어가서 책을 읽을 수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정말 유익한 시간이 될 거예요. 해리포터에 나오는 도서관처럼 생긴 오발룸은 일반인도 무료입장 가능합니다. 들어가서 읽고 싶은 책을 마음껏 읽어보세요. 책 읽은 기쁨이 배가 될 것입니다. 도서관 안에는 미술관도 있으니 한번 둘러보시기 바랍니다. 유서 깊은 도서관인 만큼 역사적인 고서가 많습니다. 도서관 입구 맞은편에는 비비안 파사쥬가 있는데 최근 한국 연예인 분들(소유, 정재형 등)이 이곳에서 쇼핑하고 식사도 하셨더라구요.
위로 더 올라가면 오페라 가르니에가 나옵니다. 오페라 가르니에에서 오페라 공연, 발레 공연을 감상해 보세요. 그리고 그 바로 옆에 쁘랭땅 백화점과 라파예트 백화점이 있으니 쇼핑하기에도 너무 좋습니다. 루브르 박물관에서 동쪽으로 조금 가면 LVMH 소유의 사마리텐 백화점도 있습니다. 최근 재오픈해서 매우 깨끗하고 럭셔리합니다. 또한, 콩코드 광장과 방돔 광장도 그리 멀지 않습니다. 파리는 서울의 1/6 면적이에요. 그래서 두 다리만 튼튼하면 웬만하면 걸어서도 다 볼 수 있지요. 게다가 파리는 오스만 스타일 건축 자체가 너무 예쁘고, 길거리 곳곳에 볼거리가 너무 많아서 이것저것 구경하면서 걷는 것이 매력적인 도시예요. 눈과 귀가 심심할 틈이 없는 그런 도시입니다. 아, 그리고 다리만 건너면 노트르담이 있는 시테섬에도 갈 수 있습니다.
2. 센 강을 기준으로 밑은 좌안(Rive gauche), 위는 우안(Rive droite)이라고 말합니다. 위에서 언급한 곳은 센 강 위에 있는 동네라며, 지금 말씀드리려는 곳은 센 강 밑에 있는 동네입니다. 이쪽은 대학가가 많이 위치해 있고, 문학 카페도 많습니다. 아이에게 소르본 대학교, 시앙스포(파리정치학교), 에꼴 데 보자르(고등미술학교) 등을 보여줄 수 있지요. 대학가를 보여주고 싶으면 라탱 지구 등을 아이와 함께 거닐어보면 좋겠네요.
또한, 문학 카페가 많은 생제르망에 자주 드나들 수 있습니다. 생제르망에는 그 유명한 카페 드 플로르, 카페 되 마고가 있지요. 근데 너무 관광 상업화 되어서 사람이 많고, 커피 값은 비싸지요. 그래도 한 번쯤 테라스에 앉아서 그때 당시 사르트르, 시몬 드 보부아르, 피카소 등 거장들의 자취를 느껴보는 것도 좋습니다.
파리를 대표하는 백화점인 봉막쉐도 이쪽에 있습니다. 요리 및 음식에 관심 많으신 분이라면 봉막쉐 식품관은 꼭 들러보시길 추천합니다. 근처에 뤽상부르 공원도 있으니, 문학적 사색을 하기에도 좋겠네요. 소르본 대학생들의 젊음도 함께 느껴보실 수 있습니다. 또한, 이곳에는 판테온도 있으니 방문해 보시면 좋습니다. 헤밍웨이가 자주 찾은 카페도 가보고, 헤밍웨이의 발자취를 따라 거닐어도 좋습니다.
3. 파리 동쪽에 위치한 마레 지구. 이곳에 숙소를 정하시면 활기차고 젊은 감성이 가득한 힙한 동네를 줄기 실 수 있습니다. 루브르는 고대 및 중세 작품, 오르세는 인상주의 작품이 강하다면, 현대 미술에 초점을 둔 미술관이 있습니다. 바로 현대 미술관인 퐁피두 센터가 마레 지구에 있지요. 나는 현대 작품 및 동시대 미술 작품에 관심이 많다고 하시면 마레 지구에 숙소를 잡아도 좋겠습니다. 이 외, 피카소 미술관, 카르나발레 박물관, 빅토르 위고의 집 등 미술관 및 박물관이 많습니다. 실험 정신 가득한 각종 현대 갤러리 및 패션 부띠끄도 많지요.
동성애를 자유롭게 드러내는 카페 및 바도 많다는 점도 염두에 두세요. 동성애를 자유롭게 표현하는 벽화도 곳곳에 있기 때문에 아이와 함께 할 때 상관없는지도 생각해 보실 수 있겠네요. 마레 지구에는 BHV라는 백화점이 있습니다.파리 현지인들이 많이 찾는 백화점이에요. 파리의 각 백화점마다 꼭대기 층에 야외 테라스를 겸비한 식당 및 카페가 있으니 올라가서 식사 또는 음료를 시켜서 파리 전경을 보시면 좋겠습니다. 또한 레알이라는 큰 복합 쇼핑센터도 있습니다. 레알 근처에는 맛집도 많습니다.
마레 지구에서 오른쪽으로 더 가면 바스티유 광장이 나옵니다. 오페라 바스티유에서 오페라 공연 관람도 하실 수 있습니다. 파리에는 곳곳에막쉐라고 불리는 장터가 요일별로 들어서는데요, 바스티유 장터는 꽤 크고 유명하지요. 신선 식품 및 의류, 앤틱 제품 등 볼 거리, 먹거리가 많습니다.
4. 파리 15구, 16구 등 서쪽에 숙소를 정하셔도 좋습니다. 15구는 한국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16구는 부촌으로 조용하고 안전한 편입니다. 모네의 작품을 가장 많이 소장한 마르모땅 모네 미술관도 16구에 있습니다. 제가 자주 드나들었던 란느라그 공원도 한적하니 좋습니다. 파씨 거리에는 각종 부띠끄가 많고, 봉막쉐 식품관 분점도 있습니다.
샹젤리제 쪽에 숙소를 정하시는 분들도 많이 봤습니다. 그러면 밤에 샹젤리제 거리를 걷기도 좋고, 워낙 부띠끄도 많으니 쇼핑하기에도 편리할 것 같습니다. 밤의 개선문을 구경하는 것도 멋지겠네요. 파리까지 왔는데 명품 하나 사고 싶다는 분은 샹젤리제에 루이뷔통 본점도 있고, 디올 샾도 있습니다. 최근에 디올 부띠끄 및 디올 갤러리가 오픈했는데 꼭 한번 방문해 보시기 바랍니다. 디올 카페에서 조각 케이크와 커피를 마시면서 디올 월드를 체험해 보시기 바랍니다. 파리 서쪽에 묵어도 지하철이 잘 되어 있고, 파리가 작기 때문에 파리 중심부 관광지와의 접근성은 괜찮습니다.
5. '뭐니 뭐니 해도 파리하면 에펠탑이지. 나는 에펠탑을 지겹도록 보고 싶다.' 이런 분들은 에펠탑 근처에 숙소를 잡으시면 좋겠지요. 생각보다 화이트 에펠을 보는 것은 어렵지요. 밤늦은 시간에 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에펠탑 근처에 숙소를 잡으면 테라스 발코니에서 에펠탑을 보실 수도 있어요. 에펠탑이 보이면 숙소 비용은 더 오를 수 있지만 자신의 취향이 확고하다면 그렇게 해야겠지요. 낮에는 샹드 막스 공원에서 피크닉을 즐기며 철골의 에펠탑을 배경으로 책을 읽을 수 있고, 노을이 지는 에펠탑, 밤이 되어 노랗게 변하는 에펠탑, 정각이 되면 노란색 위로 하얀 불빛이 반짝이는 아름다운 에펠탑 등 다양한 모습의 에펠탑을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에펠탑 주변에 앙발리드, 트로카데로, 미국 도서관 등 갈 곳도 많지요.
6. 나는 파리에서 공원 위주로 여행을 하고 싶다. 그런 분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공원 근처에 숙소를 잡고 아침마다 조깅하고, 시간을 보내면 좋겠습니다. 파리에 있는 대표적인 공원은 튈르리 공원, 뤽상부르 공원, 샹드 막스 공원, 몽소 공원, 뷔트 쇼몽 공원, 볼로뉴 숲, 뱅센 숲 등을 꼽을 수 있겠습니다. 파리에서 자연을 만끽해 보세요.
7. 몽마르트르에 자주 가고 싶다는 분들은 이 근처에 숙소를 정하면 좋겠지요. 그 옛날 반고흐, 달리, 로트렉 등 예술가들의 자취를 느끼고 싶은 분들은 이곳 주변이 좋겠지만, 몽마르트르는 파리 북쪽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치안 면에서는 조금 안 좋을 수 있습니다. 숙소는 다른 곳에 정하고 한 두 번 몽마르트르는 찾아가 보는 것을 권합니다.
8. 제가 살고 있는 동네인 뇌이쉬르센. 이곳은 파리 서쪽 외곽 도시입니다. 파리 16구 옆에 위치한 동네로 볼로뉴 숲을 경계로 행정 구역이 나뉩니다. 저희 집은 행정상으로는 뇌이쉬르센이지만 몇 걸음 가면 파리 16구에 속한 볼로뉴 숲이 나옵니다. 파리 외곽이지만 뇌이쉬르센은 안전하고 살기 좋습니다. 미국인 및 유대인이 많이 모여들며 이 동네에 각종 투자를 하기 시작하면서 부촌이 된 이 동네는 조승연 작가의 <시크하다>에서 목차의 제목으로까지 뽑으며 뇌이쉬르센이라는 동네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이 되어 있습니다. 또한, 오를레앙 작가의 <지극히 사적인 프랑스> 및 유복렬 작가의 <프랑스 엄마의 힘>에도 뇌이쉬르센이 언급되어 있습니다.
뇌이쉬르센은 볼로뉴 숲과 가깝다는 장점이 있고, 치안이 좋으며, 파리 부촌의 라이프 스타일을 직접 경험하실 수 있습니다. 운동 시설이 잘 되어 있어서 운동하기에도 좋습니다. 경마장, 승마장, 테니스 코트, 실내 수영장 등 잘 되어 있습니다. 루이뷔통 재단도 가까이 있고요. 또한, 인상주의 화가들의 섬인 자트섬은 평화로움 그 자체입니다. 모네, 반고흐, 조르주 쇠라 등이 이곳에 와서 그림을 그렸는데요, 우리들이 잘 알고 있는 <일요일 오후의 그랑드 자트 섬>은 이 섬을 배경으로 그린 그림이지요. 지하철을 타면 파리 시내와 금방이기 때문에 접근성도 좋습니다. 지하철 2 정거장 정도만 가면 파리에서 유일하게 현대식 건물이 모여 있는 동네, 파리의 여의도라 불리는 라데팡스에 다다릅니다.
9. 파리 한 달 살기 하신 분들 중에서 파리 19구 및 20구 또는 파리 북동쪽 외곽에 에어비앤비를 하신 분들도 계시더라고요. 파리에서 19구, 20구 지역은 치안이 썩 좋지는 않습니다. 여행 왔다가 사고를 당하면 안 오니만 못하죠. 저는 안전이 제일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더군다나 아이와 함께라면 더욱 조심해야겠지요. 19구, 20구에 숙소를 정하시는 분들, 또는 파리 북동쪽 외곽에서 지하철을 타고 중심부로 나오셔서 여행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파리가 작기 때문에 외곽이라도 지하철을 타면 금방 중심부에 도착하기 때문에 전혀 불편함이 없다는 분들도 봤습니다. 아무래도 이곳의 숙소 비용이 파리 중심부 시내보다는 저렴하기 때문에 외곽으로 숙소를 잡겠지요.
외곽 중에서도 19, 20구 인접 외곽 및 파리 남쪽 외곽은 여행객분들께서는 조금 조심하면 좋겠습니다. 오랫동안 사신 현지인 분들, 파리 여행을 자주 와서 파리가 익숙하신 분들, 프랑스어가 가능하신 분들은 19구 및 20구 등 어디에 살아도 큰 불편함과 불안함이 없으실 수 있습니다. 조승연 작가도 유학 시절 이쪽 동네인 벨빌에서 지내면서 유학 생활을 했는데 참 좋았다고 하시더라고요. 이는 혈기 왕성한 20대이고, 주변에 외국인 친구들이 있고, 언어를 배우고 있는 등 상황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파리가 처음이거나 친숙하지 않고, 더군다나 챙겨야 할 아이가 있고, 한정된 시간 안에 알차게 여행을 해야 하기 때문에 상황이 다릅니다.
결국 모든 결정은 자신의 판단에 달렸습니다. 각 개인의 취향과 성향을 존중합니다. 개인적으로 아이와 함께 한다면 조금 돈을 더 주고서라도 파리 중심지가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파리 시내에 있어야 늦은 시간까지도 다니기 편하고,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고, 치안 면에서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여름에는 낮이 길다고는 하지만 여행을 끝내고 깨끗하지 않은 파리 지하철에 몸을 싣고 숙소까지 도착하고 나면 녹초가 되기 십상입니다. 그다음 날 아침에 퍼지는 경우도 발생하지요.
파리 중심부, 파리 남쪽, 파리 동쪽, 파리 서쪽, 그리고 파리 외곽 이렇게 크게 나눠서 지역을 간단히 알아봤습니다. 자신이 어떤 것 위주로 보고 듣고 경험하고 싶은지 잘 생각해 보고 결정하시면 좋겠습니다. 루브르, 오르세, 퐁피두센터 등을 포함한 원하는 미술관을 자주 드나들며 감상하고 싶다는 분은 그곳 근처에 숙소를 정해서 연간 회원권을 끊어서(약 6~7번 이상 방문할 계획이면 연간 회원권을 끊은 것을 추천합니다) 수시로 방문하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