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겁게 재미있게 효율적으로
2화에서는 파리 한 달 살기를 위해 언제 떠나면 좋을지, 어디에 숙소를 정하면 좋을지에 대해 알아봤었습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파리 한 달 살기를 위한 여행 일정 계획을 차근차근 세워봐야 하는데요(물론 뒤에서는 한국에서 챙겨야 할 물건 등 짐 꾸리기 등에 대해서도 알아볼 예정입니다), 아무래도 파리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문화예술이겠지요. 아이와 한 달 동안 문화예술을 마음껏 즐기면 좋겠습니다. 그렇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루브르 박물관을 빼놓을 수 없을 것입니다. 나는 이미 루브르 박물관 와 봤다는 분도 계실 것이고, 루브르 박물관을 아주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는 분도 계실 것입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한 달이라는 비교적 여유 있는 시간과 무엇보다도 아이와 함께 파리에 왔습니다. 함께 온 아이는 아직 루브르를 가보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으며, 아이들에게 루브르의 주요 작품을 보여주는 것은 교육적으로 매우 유익하지요. 한국에서 공부할 때 루브르에서 봤던 작품이 책에 나올 수 있거든요. 그럼, 나는 여기 가서 직접 봤던 경험은 또 다르게 다가오지요. 아이가 루브르의 엄청난 작품에 매료되어 미래의 아티스트로 성장하는 씨앗이 될 수도 있고요.
이전에 루브르에 와봤는데 그때는 일정이 짧아서 모나리자를 비롯한 주요 작품만 빠르게 훑고 나온 분들도 계실 거예요. 그래서 이번 한 달 살기를 통해 루브르에 대체 어떤 작품들이 있는지 조금 여유 있게 찬찬히 보고 싶다는 분들도 계실 거예요. 그래서 추천드리는 것은 루브르 연간 이용권을 끊어서 수시로 들어가서 감상드릴 것을 추천해요. 최근 뉴스에 따르면, 내년 2024 파리 올림픽에 맞춰 루브르 박물관 입장료를 인상한다고 합니다. 2023년 12월 현재, 루브르 박물관 성인 입장료는 17유로입니다. 한화로는 약 24,000원 합니다. 그런데 내년 1월 15일부터 22유로로 인상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한화로 약 31,000원입니다. 이는 물가 상승으로 에너지 비용이 오른 데다 각종 보수 공사비와 전시물 대여 보험비 등을 충당하기 위해서라고 밝혔습니다.
우리들은 마음이 급해집니다. 내년에 오면 한 번 입장하는데 3만 원. 2번 보면 6만 원. 물론 18세 미만은 무료입장입니다. 본전 생각 나서라도 하루종일 죽치고 있어야만 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하루종일 있는 것도 쉽지는 않습니다. 작품 감상하고 내부 스타벅스에서 쉬고, 또 다른 작품 둘러보고, 식당에서 밥 먹고 그렇게 할 수는 있겠지만 실내 공간에 가득한 사람들의 이산화탄소로 인해 하루 종일 있으면 산소 부족으로 두통이 옵니다. 너무 많은 작품에 둘러싸여 작품에 압도되어 미술관을 즐기는 것인지, 작품으로 가득한 매장에 온 것인지 나중에는 착각이 들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 한 미술관에 너무 오래 머무는 것보다는 다소 짧게 여러 번 가는 것이 미술관에서 작품을 감상하기 더욱 좋습니다.
연간 회원권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일 년 동안 수시로 드나들 수 있는데 80유로입니다. (물론 내년에는 입장료 인상에 따라 연간 회원권 가격도 덩달아 오르겠지요.) 그러면 5번만 방문해도 수지 타산이 맞습니다. 한 달 동안 파리에 있으면서 루브르를 5번은 갈 수 있습니다. 이는 루브르 박물관의 작품을 충분히 깊이 있게 즐기고 싶다는 분들에게는 안성맞춤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미술학도들은 파리에 한 달 정도 와서 다른 것은 많이 안 하고 오직 미술관에 파묻혀 산다고들 하더라고요. 이런 미술학도들에게는 파리 한 달 살기가 아닌 파리 미술관 한 달 살기가 되겠네요. 예전에 제 친구 중에 미대생이 있었는데 파리에 가서 한 달 정도 미술관만 다니고 싶다고 했던 말이 기억납니다. 우리는 이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아이에게 편하게 루브르를 여러 번 수시로 보여주고 싶다는 부모님들은 연간 회원권을 추천합니다.
Amis du Louvre(아미 뒤 루브르), 즉, 루브르 친구라는 뜻을 가진 연간 회원권 카드를 소지하면 줄을 서지 않고 바로 입장할 수 있습니다. 시간을 많이 단축시킬 수 있는 장점도 있지요. 일반 입장료를 사면 줄을 서야 하기 때문에 줄 서서 기다리는 시간도 무시 못합니다. 시간은 돈이라는 말이 있지요. 시간을 확 단축시켜주는 연간 회원권은 어쩌면 80유로보다 더 큰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연간 회원권을 끊어서 1년 동안 패스트 트랙으로 루브르의 작품들을 수시로 보러 다녔습니다. 모나리자 씨를 10번 넘게 만났네요. 자주 가니까 평소 못 봤던 것들도 볼 수 있는 여유도 생기더군요. 루브르를 찾은 사람들을 구경하기도 했습니다. 임시 특별전도 종종 하는데 그런 색다른 이벤트도 즐길 수 있어요. 루브르는 저녁에도 프로그램을 기획하는데데요, 평일 저녁에 미술관에서 음악회를 한다던지, 다양한 이벤트도 열리니 연간 회원권을 소지하시면 자유롭게 부담 없이 참가하실 수 있습니다.
참고로, 매달 첫 번째 일요일은 무료 데이라서 그때 가겠다는 분들이 계실 수도 있는데요, 주말이고 무료인 만큼 사람들이 너무 많아요. 기다리는 줄도 길고, 내부도 복잡하답니다. 또한, 무료지만 예약은 필수예요. 무료라서 예약도 빨리 마감된답니다. 아, 그리고 무료에다 사람도 많겠다, 누가 가장 솔깃할까요? 바로, 소매치기들! 이때다 싶어 소매치기들도 많이 들어와 있답니다.
신청은 루브르 박물관 일층에 연간 회원권 만드는 곳이 있습니다. Amis du Louvre라고 적혀 있기 때문에 쉽게 찾으실 수 있습니다. 현재 거주하고 있는 숙소 주소를 기입하시면 됩니다. 현장에서 바로 사진을 찍어주고 카드를 발급해 줍니다. 참고로 15유로 더 내면 가족 연간 회원권을 만들 수 있는데요, 이는 루브르에서 하는 각종 어린이 아뜰리에를 무료로 참가할 수 있습니다. 루브르에서 키즈 아뜰리에도 다양하게 기획하고 있으니, 홈페이지에서 일정을 잘 살펴보시고 참가하실 수 있어요.
파리 한 달 살기를 끝내고 한국에 돌아가서도 루브르 박물관 연간 회원권 카드를 기념으로 들고 다니면서 그 당시의 추억을 상기시킬 수도 있습니다. 여행이 단순히 여행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내 인생을 평생 따라다니는 것이 될 수 있음을 작은 물건을 통해 느낄 수 있지요. 아래는 연간 회원권 관련 홈페이지입니다.
https://www.amisdulouvre.fr/adhesion?t=1
나는 루브르를 5번 정도까지 갈 건 아니다. 한 번 정도 가서 하루를 다 쓰고 오면 충분하다는 분도 계실 겁니다. 여행 테마가 미술관이 아닌 분들도 계실 테니까요. 이런 분들을 위해 루브르에서 아이와 함께 효율적으로 작품을 감상하는 법을 알려드릴게요.
일층에 안내 데스크에 가서 아이와 함께 왔다고 하면 Passeport Louvre(루브르 여권)를 줍니다. 아이들이 이곳에서 감상하면 좋을 11개 작품을 자체적으로 선정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이 11개만 보고 가도 괜찮습니다. (사실 11개를 찾기 위해서는 이곳저곳을 거쳐가야 하기 때문에 다른 작품들도 볼 수 있지요). 루브르 곳곳에 있는 11개 작품을 찾아서 스티커를 붙이는 구성인데, 숨은 보물찾기처럼 미술 작품을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어서 아이들이 지겨워하지 않고 좋아합니다. 저희 아이도 이 넓은 루브르에서 11개를 다 찾겠다고 혼자 이리저리 쏘다녔습니다. 그래서 11개를 하루 만에 다 찾았고, 아이 쫓아다니는 이 엄마는 다리가 아픈데도 쉼 없이 아이를 따라다녔어요. 사실, 이 작품들을 찾아다니는 과정에서 여러 다른 작품을 자연스럽게 감상하게 됩니다. 결국 11개를 찾기 위해 사이드로 다른 작품도 감상할 수 있게 한 루브르 기획팀의 고도의 전술이 들어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럼 이 11개 작품에 대해 간략히 알려드릴게요. 여행 떠나기 전에 아이와 함께 미리 공부하시면 현장에서 직접 내 두 눈으로 작품을 봤을 때 그 감동은 배가 되겠죠? 먼저 첫 장을 펼치면 11개 작품이 있는 전체적인 위치를 보여주는 그림이 나옵니다. 골고루 잘 퍼트려 놨네요. 그다음 페이지에는 각 11개 작품이 어느 관, 몇 층, 몇 번 방에 있는지 표시되어 있습니다. 찾았으면 작품 스티커를 해당 페이지에 아이가 직접 붙일 수 있도록 해주세요. 각 작품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인터넷 또는 책을 통해 아이와 함께 미리 공부해 보세요. 괄호 안은 영어 표기이며 구글에 입력하시면 자세한 설명이 나와 있어요.
1. Victoire de Samothrace(The Winged Victory of Samothrace)
2. Lampe au Nom du sultan Hasan(Lamp bearing the name of sultan hasan)
3. Léonard de vinci, La Joconde(Leonardo da vinci, Mona Lisa)
4. Vénus de milo(Venus de Milo)
5. Le Scribe accroupi(The seated scribe)
6. Livre d'heures de françois 1er(King François I's book of hours)
7. Taureau androcéphale ailé(Winged human-headed bull)
8. Gullaume coustou, Chevaux de marly(The marly horses)
9. Lustre desw appartements Napoléon III(Chandelier of the napoleon III Apartments)
10. Johannes Vermeer L'astronome(The Astronomer)
11. Arc du Carrousel
사실 이것만 찾아다니며 봐도 3~4시간은 훌쩍 가더라고요. 수첩 여백에 아이가 스스로 느낀 점을 짧게 메모할 수 있도록 해주세요. 글로 써도 좋고, 그림을 그려도 좋고요. 책으로만 보던 작품을, 듣기만 했던 작품을 실제 파리에서 직접 만났을 당시의 벅찬 감동이 고스란히 깃든 이 작은 수첩을 잘 간직해서 한국에 가져오세요. 아이는 루브르 여권 수첩을 볼 때마다 그 당시 파리에서 부모님과 함께 박물관 내부를 누비고 다녔던 열정과 추억을 평생 잊지 못할 거예요. 이 오브제(Objet, 물건)가 우리 여행에서 또 하나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게 되는 것이지요.
이제, 박물관 내 카페 또는 식당에 대해 알아볼게요. 사실 쉼 없이 작품 감상하는 무리입니다. 물론 박물관 내 곳곳에 의자가 있긴 해요. 앉아서 작품을 감상하실 수 있지만, 아무래도 아이가 있다 보니 목이라도 축이며 편하게 앉아 있고 싶으실 거예요. 루브르는 기본적으로 드농관, 리슐리외 관, 쉴리 관 이렇게 크게 3개의 관으로 나눠져 있지요. 루브르 관람 전에 미리 루브르 3개 관에 대해 공부하실 것을 추천드려요. 루브르는 워낙 유명하다 보니 인터넷 검색해도 많이 나오고, 책도 많이 출간되었으니 한 권 정도 사서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리슐리외 관에는 안젤리나 카페가 있어요. 코코 샤넬이 즐겨 찾았다는 디저트 카페 안젤리나. 파리에 왔는데 안젤리나에서 디저트를 드시고 싶다는 분들이 계실 텐데요, 루브르 안에도 있답니다. 루브르 야외 테라스에서 조각 케이크와 커피를 드시며 인생 샷을 한번 남겨보세요. 또한, 스타벅스 마니아들을 위해 스타벅스도 있습니다. 식사도 가능한 레스토랑도 몇몇 군데 있고요. 복도에는 샌드위치 가게도 설치되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아이들과 함께 오시는 부모님들을 위한 꿀팁. Le Studio라고 불리는 키즈 공간이 새로 생겼어요.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내부는 깨끗하며, 이 안에 있는 화장실도 너무 쾌적해요. 시간이 많이 없는 관광객들, 아이 동반하지 않은 관광색들은 이곳에 오래 앉아 있지 않아요. 한 점이라도 더 봐야 하기 때문이죠. 어린아이가 있고, 아이가 지겨워한다면 이곳을 꼭 방문해 보세요.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것들이 많이 있어요. 모두 루브르 작품과 관련 있는 테마로 구성되어 있어서 교육적으로도 좋아요. 퍼즐, 큐브, 컬러링, 메모리 게임 등 다양한 게임을 즐길 수 있어요. 편의 시설도 잘 되어 있어서 지친 부모님들도 잠시 편안하게 쉴 수 도 있고요. 아래는 제가 이전에 썼던 르 스튜디오 관련 브런치 글인데요, 한번 읽어보셔도 좋습니다.
https://brunch.co.kr/@meslivres2020/203
오늘은 이렇게 아이와 함께 루브르 박물관 감상하는 것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그럼 다음 연재 글을 만날 때까지 여러분은 자녀와 함께 위에 언급된 11가지 작품에 대해 알아보고, 이 외에도 루부르 박물관의 다양한 작품에 대해 공부하는 시간을 가져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