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무료 뮤지엄
파리에 있는 수많은 뮤지엄 중 대표적으로 추천드릴만한 곳에 대해 앞서 소개드렸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뮤지엄을 다 갔다가는 돈이 많이 들겠다는 분들도 계실 것 같습니다. 네, 맞는 말씀이에요. 돈이 많이 듭니다. 하지만 파리시에서 운영하는 무료 미술관이 있다는 사실을 아셨나요? 생각보다 많은 뮤지엄이 일반인들에게 활짝 문을 열어놓고 있어요. 대표적인 무료 뮤지엄에 대해 알려드릴 테니 따라오세요. 저는 파리에 사는 동안 무료 뮤지엄을 수시로 드나들었는데요, 입장료를 받아도 되는 정도의 매우 수준 높은 뮤지엄이라는 점에 놀랐답니다.
까르나발레 뮤지엄(Musée Carnavalet)
파리에 도착한 2017년 여름에는 뮤지엄이 문을 닫고 있었어요. 1880년에 처음 문을 연 박물관은 긴 보수 공사에 들어갔어요. 보수 공사를 마치고, 드디어 2023년 1월에 재개관을 했어요. 그래서 그 당시 이와 관련된 기사들이 많이 나왔고, 저는 부푼 기대를 안고 박물관으로 향했던 기억이 납니다. 오랜 보수 공사 끝에 문을 연 만큼 매우 야심 차게 준비를 많이 했더라고요. 일단 구석구석 모든 곳이 너무 깨끗해요. 잘 정돈된 뮤지엄이라는 인상을 받았고, 파리시의 역사에 대해 상세히 알 수 있는 뮤지엄입니다. 파리시가 어떻게 발전하고 변모했는지 한눈에 알 수 있습니다. 파리를 여행 오면 주요 관광 명소를 위주로 여행하기 바쁜데, 사실 이런 곳이 정말 알짜배기 코스입니다. 파리를 겉 핥기 식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파리가 도대체 어떤 도시인지 현장에서 배울 수 있는 곳이죠. 한국에서 책으로 또는 인터넷으로 글을 접하는 것보다 파리라는 도시 속으로 들어와서 내 두 발로 이 도시를 딛고서 뮤지엄에 있는 작품과 그림 그리고 설명을 읽으면 그야말로 오감으로 파리에 대해 공부하게 됩니다. 저는 수많은 미술관과 박물관을 다니면서 집에서 책으로 공부하는 것보다 미술관과 박물관의 설명을 읽는 것이 머릿속에 정보를 저장하는데 더 효율적이고 도움이 되었습니다. 어른인 저도 이러한데 아이들은 그 흡수력이 어마어마할 것입니다. 아이들 손을 잡고 박물관과 미술관을 많이 다녀보시기 바랍니다.
이곳은 파리시 소유 박물관이기 때문에 무료입니다. 무료로 이 정도 수준의 뮤지엄을 즐길 수 있다는 것에 놀랐습니다. 위치는 마레 지구와 가깝습니다. 뮤지엄 관람 후 마레 지구를 쇼핑해도 좋습니다. 생폴(Saint Paul) 역에 내려서 걸어가면 되는데요, 저는 개인적으로 생폴 역 일대를 좋아합니다. 파리 시청과 바스티유 사이에 있는 동네인데요, 골목골목 아기자기한 샵들도 많이 있고, 로컬 뮤지엄도 많아서 좋아합니다. 생폴역에 내리면 늘 생폴 성당에 들어가서 잠시 앉아있다가 나왔습니다. 파리는 동네 곳곳에 작은 성당이 많으니 마음도 정리하고 다리도 쉬고 싶을 때 성당에 들어가서 조용히 홀로 타고 있는 촛불을 보며 잠시 쉬어가시길 바랍니다.
발자크의 집(Maison de Balzac)
파리 16구에 위치한 발자크 뮤지엄입니다. 이곳은 프랑스 사실주의 문학의 거장으로 꼽히는 오노레 드 발자크가 죽기 전 7년 동안 살았던 집입니다. 저는 파리 16구에서 3년 정도 살았는데요, 그 당시 저희 집에서 빠씨(Passy)에서 쇼핑을 하다가 트로카데로까지 걸어가던 어느 날 발자크의 집을 우연히 발견했습니다. 겉보기에는 뮤지엄이라고 하기에는 작아서 처음에는 뮤지엄이라고 생가하지 못했습니다. 집 앞에 조그마한 정원이 있고, 그 정원이 참으로 이뻐 보였어요. 아늑한 집 뒤로는 에펠탑이 떡하니 보였기에 정말 위치하나는 끝내주는 집이라고 생각했어요. 집 안에 들어가면 그의 친필 서신 및 집필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해 놓았습니다. 또한, 그가 얼마나 깊은 고뇌 속에서 글을 계속해서 써 나갔는지 온몸으로 느낄 수 있어요. 그는 채권자들에게 쫓기는 삶을 살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채권자들이 오면 뒤로 도망가는 문을 만들어서 도망갔다고 하는데요, 그래서 문이 뒤로도 나 있는 것을 발견하실 수 있습니다. 그 당시 발자크의 삶을 생각하니 이 아름다운 집이 다르게 보이기도 했어요. 시간이 많이 흘러 현재는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 곳으로 변모를 했다는 사실이 역사는 흐른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 줍니다. 에펠탑이 크게 보이는 정원에 앉아서 아이들과 시간을 보낸다면 결코 잊지 못할 순간으로 남을 것입니다. 저는 발자크의 집을 떠올릴 때면 만 2, 3세였을 당시 아이와 함께 정원에서 시간을 보낸 나날들이 생생합니다. 여러분들도 그 시간을 가져보시길 추천합니다.
쁘띠 팔레(Petit Palais)
그랑 팔레와 서로 마주 보고 있는 쁘띠 팔레. 그랑이 큰, 쁘띠가 작은 이라는 뜻으로, 서로 큰 형과 작은 동생이 서로 마주 보고 있는 그런 느낌이에요. 그런데 이름이 쁘띠라서 작을 것 같지만 절대 작지 않아요. 쁘띠 팔레의 가장 큰 장점은 무료입장이라는 것. 그리고 무료입장임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작품을 방대하게 소장하고 있다는 것. 저는 이 쁘띠 팔레는 개인적으로 좋아해요. 이곳에 가면 야외 카페가 있는데요, 날씨 좋은 5월~7월에 쁘띠 팔레 내에 있는 카페에서 커피를 한 잔 하면서 푸르른 하늘을 바라보고, 뺨을 스치는 따뜻한 공기를 접하면 너무나도 기분이 좋아요. 아이와 쁘띠 팔레를 꼭 방문해서 작품도 감상하고 야외 카페에서 음료를 즐기며 여유를 만끽해 보세요. 아르누보 양식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어요. 지하에 가면 아르누보 양식의 선구자 헥터 기마의 작품을 보실 수 있어요. 현재 파리 지하철인 메트로의 아르누보 양식의 입구도 그가 처음으로 건축한 것이에요. 파리 16구에 가면 아르누보 양식의 그가 살았던 집이 있어요. 쁘띠 팔레가 소장하고 있는 작품 중에서 가장 자부심을 가지는 것이 있는데요, 그것은 바로 사라 베르나르의 초상화예요. 이는 쁘띠 팔레의 모나리자라고 불리기도 할 정도로 쁘띠 팔레하면 떠오르는 작품이죠. 사라 베르나는 19세기 가장 유명했던 프랑스 여배우예요. 그 당시 가장 인기가 있던 배우였는데, 쁘띠 팔레에서 사라에 관한 특별전을 열어서 간 적이 있어요. 상설 전은 무료지만 특별전은 유료예요. 그녀에 대한 그녀에 관한 작품 및 소품을 자세히 상세히 전시해 놨는데, 생각보다 그녀는 키가 작고, 몸매도 통통한 편이었어요. 그럼에도 그녀는 대단한 끼와 기량으로 그 당시 사람들의 혼을 빼놓을 정도로 역량 있는 여배우였어요. 쁘띠 팔레에 방문하면 사라 베르나르의 초상화를 꼭 찾아보세요. 쁘띠 팔레 뒤편에는 제프 쿤스의 튤립 다발의 조각상이 있으니 놓치지 말고 꼭 보고 가세요. 2015년 파리 테러의 아픔을 치유하기 위해 만든 것인데요, 그 당시 이에 대한 논란도 많았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대하고 다양한 컬러의 튤립은 이쁩니다. 아이와 함께 사진 찍기 좋아요. 또는 튤립 조각상 배경으로 아이만 단독으로 사진 촬영해도 정말 이쁘게 나옵니다.
파리현대시립미술관(Musée d'Art moderne)
1937년 20세기 현대 미술을 전시해 놓은 곳이며, 파리시에 운영하기 때문에 무료예요. 피카소, 마티스, 모딜리아니, 등 다양한 작품을 소장하며, 포비즘, 큐비즘, 초현실주의 등을 표현하는 현대 작품을 소장하고 있어요. 그리고 그 옆에 팔레 드 도쿄가 있어요. 바로 옆에 있기 때문에 한 번에 두 곳을 함께 관람하면 시간을 아끼고 좋아요. 현대시립미술관에는 라울 뒤피의 대형 회화 작품인 전기의 요정(1937)이 있어요. 방안을 가득 메운 작품을 보면서 내가 아는 인물이 있는지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빅토르 위고의 집(Maison de Victor Hugo)
제가 좋아하는 뮤지엄 중 하나인 빅토르 위고이 집도 파리시가 소유한 뮤지엄 중 하나입니다. 파리 4구의 아름다운 보주 광장 한편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곳은 프랑스의 대문호 빅토르 위고가 1832년부터 1848년까지 거주했던 집입니다. 빅토르 위고는 여러분들의 귀에도 낯설지 않은 이름일 것입니다. 그 유명한 <레 미제라블>, <노트르담의 꼽추>등의 소설을 쓴 작가입니다. 보주 광장은 사각형 모양인데요, 그 사각형을 건물이 둘러싸고 있는 형태입니다. 사각형으로 둘러싸인 건물 한쪽 모서리 부분이 바로 그가 살았던 집입니다. 그의 조각상, 작품, 집필한 흔적, 실제 사용했던 가구, 접시 등을 전시해 놓았습니다. 레 미제라블, 노트르담의 꼽추, 웃는 남자 등 그긔 작품에 나왔던 인물을 그린 그림도 곳곳에서 발견하실 수 있습니다. 일본의 영향을 크게 받았던 당시 상황을 반영하듯 일본 관련한 가구 및 식기류를 한 방 가득 전시해 놨습니다. 상설 전시는 무료이며, 특별 전시는 유료입니다. 상설 전시만 봐도 작가의 삶을 충분히 이해하고 느끼실 수 있습니다. 규모가 그리 크지 않아서 가볍게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방을 쭉 따라가면서 작품을 하나하나 감상하다가 마지막 방에 다다르면 빅토르 위고가 숨을 거두기 전 침대에 누워 있는 그림을 보게 됩니다. 그림 속에 누워 있는 침대가 실제 방에 놓여있고요. 저는 개인적으로 이 방의 가장 좋아합니다. 사람이 자신의 삶을 다 끝내고 마지막 순간을 맞이하는 그 순간을 담아낸 그림을 본면서 인생에 대해 깊이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침대를 바롸봤다가 빅토르 위고의 그림을 다시 한번 바라봤다가 하면서 마치 저기 실제 침대에 빅토르 위고가 누워 있는 것만 같은 착가가 듭니다. 저는 현재 영국에서 글을 쓰고 있는데요, 올해 2025년 2월 말에 프랑스를 떠나 영국으로 왔습니다. 제가 파리를 떠나기 바로 며칠 전에 빅토르 위고의 집에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찾았습니다. 마음을 먹고 간 것은 아니고요, 그냥 파리와 작별 인사를 하기 위해 정처 없이 걷다가 저도 모르게 제 발길이 빅토르 위고의 집에까지 다다른 저를 발견했습니다. 저는 그 당시 뜻하지도 않았는데 마치 계획이라도 한 것처럼 이렇게 자연스럽게 제 발길이 이곳까지 온 것을 보고 내 무의식에는 빅토르 위고와 마지막으로 인사를 하고 가고 싶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의 방을 다시 한번 찬찬히 눈에 담은 뒤, 창밖의 보죠 광장 풍경도 오랫동안 응시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의 침대에 누워 임종을 맞이하는 그의 그림을 보고 잠시 묵념을 하고 나왔습니다. 파리를 대표하는 작가이자, 프랑스 사람의의 정신이 담긴 작품을 쓴 위대한 소설가… 마치 그를 보고 나서 저도 다시 책을 써야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그의 엽서를 사서 나왔습니다. 그렇게 파리와 빅토르 위고, 그리고 보죠 광장과 마지막 인사를 했었네요. 여러분들도 빅토르 위고의 집, 보죠 광장을 함께 묵어서 감상해 보세요. 그렇게 하고 그의 작품을 감상하면 더욱 와닿을 것입니다.
코냑 제이 뮤지엄(Musée Cognacq-Jay)
빅토르 위고의 집과 멀지 않은 곳에 자리 잡고 있는 코냑 제이 뮤지엄. 두 뮤지엄이 가까이 있고 두 곳 다 무료이니 함께 묵어서 관람하셔도 좋습니다. 이곳도 파리시 소속 뮤지엄으로 상설 전은 무료입니다. 유료 전시는 티켓을 현장에서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파리에는 루브르, 오르세, 퐁피두처럼 규모가 크고 작품이 방대한 그런 뮤지엄이 관광객들에게 많이 알려져 있고, 그래서 늘 그곳이 많이 붐비지만, 사실 파리에는 이렇게 골목 곳곳마다 아담한 사이즈이지만 알짜배기 미술관이 많이 있습니다. 저는 파리를 진정으로 느끼려면 이런 소규모 미술관을 많이 다녀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화려한 스케일에는 아무래도 마케팅 요소가 많이 결합되어 있지만, 이러한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은 소박하지만 진짜 파리를 느낄 수 있는 요소들이 숨어져 있거든요. 코냑이라고 하니 마치 무슨 술 관련 뮤지엄처럼 들리는데요, 사람의 이름입니다. 1925년, 어니스트 코냑은 사마리탄 백화점에 있는 명품 컬렉션을 이곳에 전시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니스트 코냑과 마리 루이즈 제이가 설립한 백화점이 바로 사마리텐입니다. 사마리텐 백화점은 현재 LVMH가 소유하고 있지요. 우리가 보통 파리에 오면 명품 쇼핑을 합니다. 샤넬, 루이뷔통 등 명품 가방 및 화장품을 실제 구매 하던 안 하던 구경을 하는데요, 사실 이 명품 백화점의 설립자와 그가 수집한 컬렉션을 보는 것이 명품의 가치를 더욱 깊이 알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코냑 제이 뮤지엄은 한 마디로 귀족 상류층의 생활 모습을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 될 것입니다.
59 리볼리(59 Rivoli)
59 리볼리라는 예술가들이 한 곳에 모여서 공동 작업을 하는 곳이 있습니다. 미술관은 아니지만 그래도 자유로운 예술가들이 직접 작업을 하는 현장을 실제로 볼 수 있습니다. BHV 백화점과 가까이 있기 때문에 이곳을 쇼핑한 후 길을 지나가다가 한번 가볍게 들려보시면 좋습니다. 예술가들이 어떻게 공동으로 협력해서 작업하는지, 그들의 작업실은 어떤지, 그리고 프랑스는 이러한 예술가들을 위해 어떻게 얼마큼 지원하고 있는지 등을 엿볼 수 있습니다.
팔레 가이에라
외젠 들라크루아 뮤지엄
세르누치 박물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