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슐랭의 나라에 왔으니 미식을 빼놓을 수 없죠
프랑스라고 하면 여러분은 어떤 것이 가장 먼저 떠오르세요? 에펠탑? 바게트? 와인? 센 강? 샤넬? 모나리자? 나폴레옹? 여러 가지 이미지가 여러분 마음속에 떠오를 것 같습니다. 프랑스는 자국 문화에 자부심이 높은 편인데요, 그 이유는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시민들이 스스로 혁명을 일으켜 민주주의를 일궈냈다는 자부심도 대단하죠. 그만큼 프랑스 사람들은 혁명적이고 자주적인 편입니다. 이러한 정신으로 이뤄진 프랑스 사람들이 또 하나 자부심을 가지는 분야가 있는데요, 이는 바로 음식입니다. 프랑스는 산해진미를 공수할 수 있는 비옥한 땅을 가진 나라입니다. 토지가 비옥해서 신선한 식재료들이 풍부합니다. 야채, 과일, 고기는 물론이거니와 바다로 둘러싸여 있어서 생선도 많이 잡힙니다. 그래서 해산물도 신선합니다. 이러한 신선한 식재료 덕분에 미식이 발달했고, 급기야 이 나라는 미슐랭이라는 것도 최초로 만들었습니다. 실제는 자동차 회사에서 사람들이 운전하고 가다가 음식점을 들려야 할 때 정보를 주기 위해 시작했습니다.
미슐랭의 역사는 1900년으로 거슬러 갑니다. 에두아르 미슐랭과 앙드레 미슐랭 형제가 사람들이 좀 더 많이 자동차를 몰고, 그래서 타이어를 더 자주 교체하게 하기 위해 운전자들을 위해 책자를 발간한 것에서 시작했습니다. 책자에는 자동차 지도, 타이어 교체 및 수리점 정보, 호텔 및 주유소 정보들이 담겼습니다. 이 모든 것들은 자동차 및 타이어 판매량을 늘리기 위한 것이었는데 그렇게 하다가 이 책은 점점 유명해져서 식당 정보도 넣게 되었습니다. 매년 발간되는 미슐랭 가이드의 카테고리를 살펴보면, 요식업(Gastronomy)과 관광업(Tourism)에 속한다고 나와있습니다. 그만큼 프랑스의 식문화는 단순히 먹는 것이 아닌 관광으로 발전한 것이지요. 실제 미슐랭 3 스타는 그 음식을 먹기 위해 여행을 갈 정도의 수준이라고 나와 있습니다. 한 마디로 카레를 먹기 위해 인도를 가고, 초밥을 먹기 위해 일본을 가고, 달팽이 요리를 먹기 위해 프랑스를 간다고나 할까요? 그만큼의 수준에 다다른 경지는 어떤 요리일까요? 파리 한 달 살기를 하는 동안 한 번은 미슐랭르 맛봐야 하지 않을까요? 단순히 먹는다는 개념이 아니라 경험한다는 개념으로 다가가면 미슐랭을 더욱 깊이 있게 알 수 있고, 즐길 수 있습니다. 미슐랭 스타 식당의 가격이 부담되신다면 빕 구르망(Bib Gourmand)을 즐겨보세요. 음식의 수준은 괜찮은 반면 가격은 미슐랭 스타보다 낮게 책정되어 일반 시민들도 파인 다이닝에 조금 더 접근하기 쉽도록 만든 카테고리입니다.
레스토랑 섹션의 인기가 높아짐에 형제는 익명으로 레스토랑을 방문하고 리뷰할 조사 팀을 모집했습니다. 1926년에 고급 식당에 별을 수여하기 시작했고, 처음에는 별 하나만 수여했으나 1931년 0,1,2,3개의 별 계층을 도입했습니다. 마지막으로 1936년, 별 1개는 같은 범주 안에서 매우 괜찮은 요리(Une très bonne table dans sa catégorie). 별 2개는 먹으러 찾아갈 만큼 훌륭한 요리(Table Excellence, mérite un détour). 별 3개는 맛보기 위해 여행을 떠날 만큼 가치 있는 최고의 요리(Un des meilleures tables, vaut le voyage)라는 별표 순위 기준을 발표했습니다.
미슐랭 가이드에서는 스타 정도는 아니지만 음식의 질과 그 외 분위기 등에서 괜찮다고 평가되는 식당에게 그 아랫 등급을 주는데요, 그것이 바로 빕 구르망과 더 플레이트입니다. 빕 구르망에 대해 한마디로 말하자면, '적당한 가격에 훌륭한 음식을 제공하는 식당'을 일컫습니다. 스타 레스토랑의 가격이 비싸다 보니 그보다는 조금 낮은 비용으로도 얼마든지 괜찮은 요리를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 빕 구르망의 취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1955년부터 시작된 빕 구르방은 지역 경제 표준에 따라 결정된 최댓값 이하의 가격으로 메뉴 항목을 제공해야 한다는 원칙을 따른다고 합니다. 빕은 비벤덤(Bibendum)의 약자로 1세기 넘는 기업 로고인 미슐랭 맨의 애칭입니다. 더 플레이트는 2016년에 시작된 '단순히 좋은 음식을 제공하는' 레스토랑으로 새롭게 추가된 등급입니다. 이처럼 우리는 파리에 한 달 살면서 미슐랭 수준의 다양한 프랑스 요리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한국에 가면 프렌치 프리미엄이 붙어서 훨씬 비싸게 먹으니 파리에 왔을 때, 한국보다는 저렴한 가격으로 프렌치 뀌진(Cuisine)을 즐겨보세요.
에스파동 리츠 호텔(Espadon Ritz Paris)
인생에 있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식사를 말하라고 한다면 저는 파리 방돔에 있는 리츠 호텔의 에스파동(Espadon restaurant)을 꼽을 것입니다. 정말이지 이것이 미슐랭이구나라는 것을 온몸으로 느꼈던 3시간 30분이었습니다. 신랑 생일을 맞이해서 예약했는데, 총 4 테이블이 있었습니다. 한 테이블은 젊고 아름다운 여성 2명, 한 테이블은 자신의 생일을 자축하기 위해 찾은 중년 여성, 그리고 다른 한 테이블은 로레알 고위 임원과 유명 사진작가였습니다. 그분이 사진작가라는 것을 어떻게 알았냐면 그분이 저희 테이블에 있는 만 3세 아이를 보더니 가까이 다가오셔서 명함을 한 장 제게 넘겨주시면서 아이가 귀여우니 사진을 찍어보자고 했습니다. 한 마디로 미슐랭 식당에서 캐스팅당한 것과 같았습니다. 하지만 의심스러워서 연락하지는 않았어요. 나중에 명함에 있는 이름을 검색해 보니 정말로 유명한 사진작가더라고요. 이렇게 네 개의 테이블은 간격이 꽤나 많이 떨어져 있었습니다. 서로의 대화가 들리지 않는 적당한 거리였어요. 그리고 테이블은 크고, 각 요리는 뚜껑이 덮어져서 나왔습니다. 웨이터 분들은 테이블과 적당한 거리를 두고 음식에 대해 설명을 해주시고, 매너가 상당히 좋으셨습니다. 이처럼 미슐랭 식당은 고객들이 식사를 얼마큼 편하게 먹을 수 있느냐도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음식의 퀄리티는 물론이거니와 접시도 매우 좋은 브랜드를 사용했습니다. 스푼, 포크, 나이프도 모두 좋고요. 아뮤즈 부쉬, 전식, 본식, 후식, 치즈, 커피 이렇게 차례로 나오는데 급하게 서두르지 않고 저희들이 다 먹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물어본 뒤 천천히 내어왔습니다. 들어가서 나올 때까지 음식을 먹는데오 총 3시간 30분 걸렸더라고요. 먹는 것도 일이라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천장은 매우 높고 주변 인테리어는 깨끗하고 고급스러워요. 비둘기 고기, 토끼 고기가 나왔는데, 생전 처음 맛보는 고기라서 조금 거북하기도 했지만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그 두려움과 걱정은 싹 사라졌습니다. 계속 제공되는 빵과 버터는 너무 맛있었어요. 생일이라고 서비스로 디저트를 더 줬습니다.
세자르 리츠는 1898년 방돔 광장에 리츠 파리 호텔을 열었습니다. 이 호텔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람들과 인연이 많은데요, 그중에 한 명인 헤밍웨이는 리츠 호텔과 깊은 인연이 있습니다. 1920년 대에 스콧 피츠제럴드가 처음 헤밍웨이에게 이곳을 소개해줬고, 헤밍웨이는 이곳에서 친구들과 어울렸습니다. 세계 2차 대전 때에는 리츠 호텔이 독일군에게 점령당했는데요, 1944년 8월 파리가 해방되었을 때, 헤밍웨이는 종군 기자로서 리츠 호텔이 해방되는 것에 일조했다고 전해집니다. 그래서인지 리츠 파리 호텔에는 헤밍웨이 바(Hemingway bar)가 있습니다. 리츠 호텔과 헤밍웨이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헤밍웨이는 ‘When I dream of afterlife in heaven, the action always takes places at The Ritz Paris.(내가 천국의 사후세계를 꿈꿀 때면, 그곳의 배경은 언제나 파리 리츠 호텔이다)’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식당 이름인 에스파동(Espadon)은 황새치라는 물고기 이름인데요, 이 이름도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처럼 리츠 파리는 헤밍웨이를 헌사하고 있다는 것을 곳곳에서 발견하실 수 있습니다.
이곳은 미슐랭 원스타인데요, 저는 사실 에스파동은 투스타를 받아야 한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파리에는 100유로 이하의 미슐랭 원스타 식당이 꽤 있습니다. 이들은 바쁜 직장인들을 위해 점심시간에 한정해서 100유로 이하로 가격을 책정해서 요리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직장인들 중에는 비즈니스로 상대에게 대접을 해야 할 경우도 있고,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고급 요리를 먹고 싶은 사람들도 꽤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저도 100유로 이하의 미슐랭 원스타 식당을 가봤는데요, 음식은 창의적이고 뭔가 괜찮을지 모르지만 요리 외에는 모든 부분이 미슐랭 기준에 떨어진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테이블 간격이 우선 너무 좁은 편이며, 회전을 빨리 해야 하다 보니, 음식만 먹고 가기 바빴습니다. 옆 테이블의 말소리가 다 들려서 상대방과 대화하기가 힘들었고, 웨이터는 주문을 너무 빨리 하며, 내부 인테리어와 식기류의 수준도 높지 않았습니다. 미슐랭은 음식뿐 아니라 그 외 요소를 두루 갖춰야 하는데 100유로 이하의 식당은 아무래도 미슐랭이란 것을 제대로 경험했다고 보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곳 리츠 파리를 추천합니다.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보니 점심은 없고 저녁만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가격은 꽤 비싼 편입니다. 5 가지 요리가 나오는데 250유로입니다. 하지만 파리까지 왔는데 제대로 된 미슐랭을 내 평생 한번 즐겨보고 싶다거나, 미식가시라면 리츠 파리를 추천합니다. 물론 이 외에도 수준 높은 미슐랭이 많이 있겠지만 최소한 제가 경험해 봤고, 단순히 식사를 즐기는 것을 넘어 리츠 파리의 내부도 다양하게 경험하실 수 있습니다. 샤넬이 사랑했던 호텔이며, 다이애나비가 묵었던 곳이기도 하며, 들어가면 살롱 프루스트(Salon Proust)가 있습니다. 그곳에서 사진 찍으면 정말 예쁘게 나옵니다. 에스파동 식사 가격이 부담되신다면 프루스타 바에서 디저트와 커피를 시켜서 즐겨도 좋습니다. 호텔 내부는 그야말로 역사의 현장이자, 문화적 유산이며 또 하나의 뮤지엄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아이와 함께 가셔서 미식의 세계에 빠져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좋은 음식을 먹어야 한다는 것, 미슐랭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고요. 그리고 이러한 호텔 미슐랭에 가면 아이들에게 그림을 그리라고 호텔에서 준비한 키트를 준비해 줍니다. 아이들이 지루하지 않도록 말이죠.
포시즌 호텔 조지 상크(Four Seasons Hotel George V)
한국에도 포시즌 호텔이 있죠. 파리에는 샹젤리제 거리 옆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알파벳 V는 상 크라고 발음하는데요, 프랑스어로 숫자 5를 상 크라고 합니다. 이 이름은 영국 왕 조지 5세의 이름에서 따왔다고 합니다. 1928년에 문을 연 이 호텔에는 미슐랭 3 스타 Le Cinq(르 상크) 미슐랭 다이닝이 있습니다. 그리고 미슐랭 2 스타 L’Orangerie(로헝쥬리)가 있습니다. 그 외에도 다양한 다이닝과 바가 있습니다. 저는 L’Orangeri에서 가족과 함께 식사를 즐겼는데요, 다양한 실험적인 요리를 맛볼 수 있었습니다. 요리 하나하나에 정성이 들어가고, 단순히 요리를 넘어서 하나의 예술품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먹기 아까울 정도로 요리사의 섬세한 터치가 들어갔습니다. 하얀색 도화지에 그림을 그리듯, 새하얀 도자기 접시에 재료를 얹고, 어떻게 하면 음식이 예쁘게 보일까를 고민하는 것이 요리는 그림을 그리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슐랭을 접하면 접할수록 프랑스 사람들이 음식을 대하는 자세와 정신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미슐랭은 이처럼 단순한 맛을 넘어 어떤 방식으로 음식을 보일 것인지를 고심하는 등 플레이팅을 전반적으로 평가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프랑스 요리는 최대한 식재료 본연의 신선함과 맛을 최대한 살리려는 특징을 보입니다. 그리고 소스를 창의적으로 독특하게 만들어서 식재료의 맛을 더욱 풍부하게 위한 소스를 개발하는 것 같습니다. 리츠 파리와 마찬가지로 5개 요리가 나오며, 가격은 현재 285유로로 나와있습니다.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보시면 메뉴를 보실 수 있으니 미리 한번 들어가 보세요. 포시즌 호텔은 생화 장식으로 유명합니다. 로비에는 각종 생화가 장식되어 있는데요, 갈 때마다 꽃 장식이 바뀌어 있었습니다. 크리스마스 등 특별한 날에 가보시면 생화의 연출을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한 가지 팁을 알려드리자면, 꼭 이곳에서 식사를 안 하시더라도 호텔 로비에 들어가셔서 호텔 내부 인테리어 및 꽃 장식을 감상하셔도 됩니다. 특히 연말 및 크리스마스 때에는 관광객들이 많아서 함께 호텔 크리스마스트리를 함께 즐기기도 합니다.
르 브리스톨 에피큐어(Epicure, Hôtel Le Bristol Paris)
파리 포부르 생토노헤(rue du Faubourg Saint-Honoré) 거리에 위치한 르 브리스톨 호텔에는 에피큐어(Epicure)라는 미슐랭 3 스타 다이닝이 있습니다. 영화 <미드 나잇 인 파리>에도 나왔던 이 호텔은 화려함을 마음껏 뽐내고 있는 만큼 요리도 가장 고급으로 유명합니다. 저는 이곳은 가보지 않았지만 가본 지인들은 아주 훌륭했다고 합니다. 시그니쳐 메뉴는 380유로 정도로 비싸지만, 점심 메뉴는 일인당 165유로 정도로 현재 나와 있으니 내 인생에 이런 사치 한번 써보자는 마음으로 미슐랭을 즐겨보고 싶으신 분은 가 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트헝트 트후아(Trente-trois)
숫자 33을 뜻하는 트헝트 트루아는 파리 8구에 위치한 미슐랭 1 스타 다이닝입니다. 어느 날 집에서 넷플릭스 시리즈 <뤼팡>을 보고 있는데 익숙한 장소가 생각나서 핸드폰 갤러리를 살펴봤더니 이곳의 배경과 같았습니다. 매우 짧게 지나간 장면이지만 그때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규모는 작은 편입니다. 방 하나에 테이블이 5개 정도 있었고, 직원들은 매우 친절했습니다. 음식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이 외에도 슈발 블랑(Cheval Blanc), 호텔 드 라 마린(Hotel de la Marine), 플라자 아테네(Plaza Athenee) 등 유명한 호텔에 파인 다이닝이 있습니다.
리리, 호텔 페닌슐라(LiLi, The Penisula)
파리 16구에 위치한 페닌슐라 호텔에 있는 중국 요리점입니다. 프랑스 요리만 먹다 보면 중국 음식이 먹고 싶어질 때가 있습니다. 이때, 조금 고급진 중국 요리점을 가고 싶으시다면 페닌슐라 리리를 추천합니다. 매주 토요일 브런치를 하는데 이때 뷔페식으로 자신이 먹고 싶은 것을 마음껏 담아서 먹을 수 있습니다. 파리에 중국 식당도 많지만 이왕에 파리 한 달 살기 하는 것 조금 더 분위기 있게 중국 요리를 즐기고 싶으시다면 경험해 보세요. 다양한 딤섬을 즐기실 수 있습니다. 샹젤리제와 멀지 않기 때문에 식사 후 샹젤리제 거리를 걸으며 쇼핑하셔도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