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부족한 듯 키우기
너희들에게 이런저런 실수를 하고는 왜 세상에 엄마, 아빠 자격증은 없는 것인가라고 한탄했었지. 그런데 이제 생각해 보니 자격이 주어진 상태에서 시작한 부모 생활이라고 딱히 완벽하지는 않을 것 같아. 괜히 '난 자격증 있는 부모'라며 아이들만 더 괴롭혔을 듯. 면허도 없이 차를 몰고 나온 기분으로 엄마 노릇을 했으니 늘 불안하고 실수 투성이었지만 이 모든 게 성장의 과정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너희도 크고, 엄마도 크는. 사실 엄마가 되는 이야기부터 시작하려고 했는데, 프러포즈와 결혼식에 대한 이야기도 좀 하고 싶어 중간에 끼워 넣었단다. 오늘부터는 엄마가 엄마 노릇하며 생각했던 것들 하나하나 보따리 풀어볼게~~
우리의 그리운 상해 생활이 벌써 10년이 훨씬 지났구나. 전에 상해에서 친하게 지냈던 평안이(막내아들) 친구 엄마를 만났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평안이 이야기를 하더라. 평안이가 엄마가 사준 축구화라면서 너무 좋아하더라는 거야. 그런데 그 축구화가 나이키도 아니고 아디다스도 아닌, 데카트론에서 산 저렴한 축구화여서 놀랐다고. 정말 초롱초롱한 눈으로 감사해하더라는 거지. 자기 아들은 브랜드 아니면 쳐다보지 않는데 평안이는 참 착하다고 하더라. 음... 착해서 그런 건 아닌데.
엄마는 아이들에게 너무 지나치게 좋은 것들만 공급해 주는 건 좋지 않다고 생각해. 장기적으로 볼 때 아이들의 성장에 해가 될 수 있어. 잘못된 가치관을 심어줄 수 있을 것 같아. 부모가 늘 물질적 가치에 중심을 두면 아이들은 당연히 부모를 따라 내면의 가치와 자기 계발보다 외적인 것에 더 많은 가치를 두게 만든단다. 실제로 엄마가 수업하며 만나는 아이들 중에 명품 사고 좋은 차 타고, 멋진 집에 살기 위해 공부한다는 청소년들이 있어. 부모님들의 완벽한 서포트에 하나도 부족할 것이 없는 아이들이야. 이제 제법 머리가 굵고 가치관이 형성된 아이들에게 '자기만 잘 먹고 잘 사는 공부'의 무용론에 대해 아무리 이야기해 봤자 말싸움만 되더라. 그럴 땐 정말 슬퍼. 그런 아이들이 높은 자리에 올라가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들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 가슴이 답답해진다.
부모는 아이들에게 겸손과 감사의 가치를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해. 엄마는 너희들이 작은 것에도 감사하는 사람으로 성장한 것이 참 감사하다. 사실 엄마, 아빠가 처음부터 그런 거창한 가치관을 가지고 너희들을 키운 건 아니야. 어쩌다 보니 우리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을 다 잃었고 우린 여러모로 다운사이징해야 했잖니. 엄마, 아빠가 너희들의 필요를 충분히 채워주지 못해 마음이 아팠던 적도 많지만 그런 결핍이 오히려 너희들을 '감사의 사람들'로 성장시켜 준 것 같아.
그래서 엄마의 제언은 이거야. 가장 비싸고 좋은 것만 사주지 말라는 거. 약간의 부족함을 항상 남겨두라. 이건 다른 말로 하면 '최고로 좋은 거 주지 못해도 마음 아파하지 말라고. 그게 오히려 부모 노릇 제대로 하고 있는 거'라고 할 수 있겠다. 아이들의 필요를 목까지 채워주면 갈급함이 없고 노력할 필요를 못 느낀단다. 결핍은 인내와 끈기를 가르치는 교사야. 쉽게 얻을 수 없는 것을 위해 우리는 노력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자신감과 자기 효능감을 키운단다.
어린이날에 비싼 레스토랑에 데려가고 최고의 장난감 사주고 큰 숙제 끝낸 것처럼 만족하는 부모 되지 말고 작은 놀이터에서 최선을 다해 땀 흘리며 놀아주는 부모 되렴. 멋진 곳, 근사한 여행지에 꼭 갈 필요 없어. 우리가 세기공원(상해의 멋진 공원)에서 도시락 까먹으며 했던 말, 그날의 공기 아직도 느껴진다. 그날 감사한 일 이어말하기 놀이하며 돌아오는 길이 얼마나 행복했는지. 평안이가 이렇게 말했지. 죽지 않고 살아있어서 감사하다고. 피식 웃었지만 정말 그렇더라~~
요새는 물건에 죄다 이름을 새겨 주는 서비스가 있던데 이름 새겨진 명품 보다는 아이들의 마음판에 '사랑받은 자'라고 새겨주는 건 어떨까?
사진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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