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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Mom Box 0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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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tainsight Apr 23. 2024

Will you marry me?

진짜 알맹이가 담긴 프러포즈를 받길

제목 보고 엄마는 아빠한테 얼마나 근사한 프러포즈를 받았길래...라고 생각했니? 아빠와 너희도 얼추 20년 넘게 살아봤는데 설마 그런 상상은 안 했겠지? ㅎㅎㅎ 엄마, 아빤 만난 지 5개월 만에 결혼했다고 했잖아? 거의 매일 만났고 진지하게 만나기로 하면서부터 둘 중 누구랄 것도 없이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했던 것 같아. 그래서 우리에겐 프러포즈가 필요 없었어. 결혼을 하겠다고 둘이 암묵적인 합의가 이루어진 마당에 프러포즈라니... 그건 그냥 요식 행위일 뿐이라는 생각이 엄마에게 있었기 때문에 아무것도 모르는 순수남, 곰의 탈을 쓴 사슴씨곰의 탈을 쓴 사슴 (brunch.co.kr)에게 짐을 지워주고 싶지 않았지. 그래서 엄만 프러포즈 못 받은 것에 대한 서운함 따위는 없단다.


물론 결혼은 완전히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것이며 그 세상으로 들어가는데 프러포즈가 얼마나 중요한 이벤트인지 알고 있단다. 하지만 진정 의미 있는 프러포즈는 'YES or NO의 답을 할 수 있는' 본질에 충실한 프러포즈가 아닐까? '프러포즈받았다'가 '프러포즈를 빙자한 화려한 이벤트를 선물로 받았다'라는 의미가 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 딸들의 결혼에서는...


고대 유대인들은 아버지들끼리 정혼을 먼저 한다고 해. 너희들은 절대 받아들일 없는 부분이지? 그건 엄마도 그래.^^ 그런데 일단 예비신랑과 예비신부가 정해지면 예비신랑은 신부값(결혼지참금)을 신부의 아버지와 협상을 한단다. 유대인 신부의 아버지들은 신부값을 높게 책정한다고 해. 여러 이유가 있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는 신랑신부를 얻기 위해 얼마나 희생을 치렀는지 스스로 잊지 않도록 신부값을 일부러 높정한단다. 완전하고 전적인 헌신을 의미하는 거야. 결혼할 딸을 값으로 매기는 것은 우리 상식으로는 너무 이해하기 어려운 관행이긴 한데 대가 지불을 한만큼 자신의 아내를 소중히 여기게 된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고 해. 신랑은 신부값을 마련하기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가장 귀한 것을 팔기도 한다는구나. 그렇게 어렵게 신부값을 마련하면 청혼을 하기 위해 신부집을 방문한단다. 유대법에 따르면 신부에게 결혼에 대한 최종 결정권이 있었대. 아버지들이 다 정한 거 아니냐고? 아니야. 여성은 결혼할 마음이 없다면 강제로 결혼할 필요는 없었다는구나. 신부는 결혼지참금을 가지고 방문한 신랑에게 문을 열어줘. 신랑은 신부와 함께 저녁 식탁에 앉아 신부에게 포도주를 따라주며 이렇게 말한대.

나는 당신을 나의 아내로 맞이하고 싶습니다.
이 포도주를 당신에게 따라줌으로
나는 당신을 위해 나의 생명을 바칠 것을 다짐합니다.
당신도 이 잔을 받아 마심으로
나의 아내가 되어주기를 바랍니다.

그 포도주를 예비 신부가 받아 마시면 약혼이 결정되는 거고. 안 마시면 그 남자는 마상을 얻고 떠나는 거겠지.


너무 아름답지 않니? 아내를 얻기 위한 헌신과 생명을 바치겠다는 맹세. 거기에는 어떤 화려한 이벤트도 없지만 진심이 있지. 엄만 너희가 이런 프러포즈를 받았으면 좋겠어. 프러포즈 이벤트 궁리하느라 너희 미래의 남편감이 머리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인스타용 프러포즈 이벤트에 대한 욕심은 우리 딸들은 없을 거라 믿는다. 남들에게 보이기 위한 허영과 과시욕, 사랑을 눈에 보이는 그 무엇으로 확인하려는 불안은 결혼의 본질과는 전혀 관계가 없지 않을까? 그 대신 앞으로 어떻게 사랑하며 살 것인가, 상대에게 얼마나 좋은 반쪽이 될 것인가를 고민해야겠지. 엄마가 몇 번을 봐도 볼 때마다 눈물을 흘리는 영화가 있다. 톰 크루즈와 르네 젤 위거가 주인공으로 나온 <제리 맥과이어>야. 제리는 아내 도로시와 관계가 소원해져. 싱글맘이었던 도로시의 아들 레이가 너무 귀여워 함께 하다가 얼떨결에 결혼했다고 생각하는 거지. 하지만 슬럼프에 빠져있던 사업이 대박을 터뜨렸을 때 그 기쁜 소식을 가장 먼저 나누고 싶은 사람이 도로시인 걸 깨닫고 그녀에게 달려가. 그리고 그때 마음을 울리는 대사가 나오지.

YOU COMPLETE ME!

엄만 이게 제리가 도로시에게 한 진짜 프러포즈였다고 생각해. '당신이 있어야 나는 완성이 된다'라는 그 진심이 담긴 한 마디. 그거면 충분하지 않니? (92) 영화 '제리 맥과이어' 명장면 - YouTube




쓰고 보니 이건 우리 딸들 뿐만 아니라 미래의 사윗감들도 읽어야 할 내용인 것 같다. 그 녀석들 프러포즈 이벤트에 쓸 시간과 돈을 아꼈으니 장모님께 감사해야 할 것 같구나. 아닌가? 더 어려운 숙제를 준 건가? 그런 것 같군! 사회적 스케줄에 따라 결혼하는 게 아니라 결혼이 얼마나 아름답고 비장한 관문인지를 공부하라고 해라. 앞으로 엄마가 쓸 글들을 잘 읽고 공부해야 할 거야. 우리 집에 처음 오는 날 시험이 있을 예정이니. 음하하하!!!



사진출처: pinte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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