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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Mom Box 0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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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tainsight Apr 30. 2024

Save the best for last

신랑을 놀래켜주자

알고리즘이 엄마에게 소개해 준 영상이 있었어. 멋진 신랑이 신부가 입장하는 장면을 보면서 엉엉 우는 거야. 처음 보았을 때는 살짝 오버한다 싶다가 너무 진심인 게 보이니 엄마도 덩달아 눈물이 고이더라. 우리나라 결혼식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감동적인 장면이었단다. 엄마는 엄마, 아빠의 결혼 비디오를 다시 본 적이 없어. 지금 어디 있는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아빠가 엄마의  신부 입장을 보며 감동적으로 눈물 흘리는 장면이 녹화되었다면 마르고 닳도록 재생하지 않았을까 싶다. (아마도 부부 싸움 했을 때마다?)

He prayed for his wife as she was a walking down the aisle


지난번엔 청혼에 대해 이야기했으니 오늘은 결혼식에 대해 딴지를 좀 걸어보자. 요새는 주례도 사라지고 신랑과 신부가 함께 입장하고 둘이 춤추고 콘서트를 하고 경품도 하고 다양하게 결혼식을 즐기더라. 뭐 다 좋아. 두 사람이 앞으로 행복하게 살겠다고 지인들의 축복을 받고 즐기는 파티라고 생각하면 오케이. 그런데 엄마는 결혼식이라는 형식에는 심오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 어떤 형식이라는 것이 만들어졌다면 거기에는 반드시 의미가 있지 않겠니? 그렇다고 예전에 내려오는 전통들을 모두 고수해야 한다는 건 절대 아니고... 하지만 '왜 그렇게 해왔지'라는 의문은 항상 가져야 할 것 같아. 그래서 지금 우리가 흰색 드레스를 입고 하는 그 결혼식이 도대체 어떻게 만들어진 건지 너희가 알았으면 좋겠다.


다시 유대인의 결혼식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예비 신부가 포도주를 마시면 약혼이 선포된다고 했지? 그렇게 약혼 관계가 된 커플은 결혼식을 치르기 전까지 1년 간 떨어져 지내게 된다. 신부와 함께 거할 집을 마련하기 위해 신랑은 당분간 신부를 떠나. 그동안 신부는 몸과 마음을 정결하게 하고 새하얀 리넨으로 아름다운 결혼 예복을 준비해. 본인의 손으로 하나하나 만든단다. 그리고 1년이 될 즈음 신부는 언제 도착할지 모르는 신랑을 기다린다. 아름답게 손수 만든 예복을 입고. 그러다가 한밤중에 나팔 소리와 함께 신랑의 목소리가 들리면 신부는 들러리들과 함께 신랑을 맞으러 나가게 돼. 그때 신랑은 오직 신랑을 위해 아름답게 단장한 신부의 모습에 감탄하게 된다! 이건 기독교 신앙의 가장 중요한 메타포란다. 여기에 담겨있는 수수께끼가 무엇인지는 잘 찾아보렴.(Key Words: Jesus, God, Holy Spirit, Saints, holy linen ^^)


이제 저 잘생긴 신랑이 왜 찔찔 눈물을 흘리며 좋아하는지 이야기해보자. 서양의 결혼식은 위에서 엄마가 말한 유대기독교 전통에 바탕을 두고 있는 거야. 유대인들처럼 1년간 떨어져 지내다가 만나는 것은 아니지만 신랑과 신부가 결혼식 준비를 따로 한대. 신랑이 신부의 단장한 모습을 처음 보는 순간은 신부가 복도를 걸어 내려오는 순간인거지. 엄마가 신랑들이 찔찔 우는 영상을 엄청 많이 봤는데 신랑들이 신부가 등장할 문을 바라보며 엄청 긴장하고 떠는 거야. 볼 때마다 가슴 뭉클하고 함께 눈물이 고이더라. 꾸밈이 없는 '찐'이어서였던 것 같아. 결혼식이 그냥 치러내야 하는 행사가 아니라 그 자체가 아름다운 드라마가 되게 하는 거지. 'Save the best for last'가 여기에 딱 맞는 표현 같아.


그래서 말인데, 너희도 이런 결혼식 하면 안 되겠니? 엄마도 아빠랑 드레스 같이 고르고, 미용실도 같이 가고, 야외 촬영도 미리 하고 그랬는데, 그것도 좋지만 결혼식날 아름답고 멋진 모습으로 서로를 서프라이즈 해주는 것도 정말 멋질 것 같아. 신랑의 반응이 어떨지 기대하면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그날을 준비하는 거지. 그 장모 요구 사항 한번 엄청 많다고 하려나? ㅎㅎㅎ




독자님들께

서양의 결혼식만 좋다고 찬양하는 건 아니고 이왕 우리가 따라 했으니 그 의미를 알자는 뜻에서 써보았습니다. 서양도 동양도 결혼식이 많이 변화되고 있더군요. 하지만 결혼이 갖는 신성함과 진지함을 담는 그릇이 결혼식이라고 생각해요. 이벤트 행사처럼 치러지는 결혼식을 몇 번 다녀왔는데 마음이 씁쓸했습니다. 우리 딸들은 결혼 의식이 갖는 의미를 잘 알고 결혼했으면 좋겠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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