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의 저명한 아잔 차(Ajahn Chah, 1918–1992) 스님은 복잡한 불교 개념을 아주 일상적인 비유로 알기 쉽게 풀어내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중 '고양이' 비유는 우리 마음의 번뇌를 다루는 아주 대표적인 예입니다.
이 비유에서 번뇌는 '길고양이'와 같습니다. 먹이를 주며 잘해주면(즉, 번뇌에 탐닉하면) 고양이가 자꾸 집을 찾아오지만, 먹이를 주지 않고 내버려 두면(즉, 집착하지 않으면) 결국 떠나간다는 단순한 진리입니다. 이는 불교에서 말하는 핵심적인 마음의 독소, 즉 탐욕(貪), 분노(瞋), 어리석음(癡)이라는 삼독(三毒)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그리고 마음 챙김(mindfulness)을 통해 어떻게 번뇌의 힘을 약화시킬 수 있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줍니다.
아잔 차 스님은 이 비유를 통해 번뇌를 단순히 없애야 할 '악'으로 보지 않습니다. 오히려 길들여지지 않은 야생성을 지닌 고양이처럼, 번뇌 역시 우리 마음의 자연스러운 일부이며 본능적인 욕망처럼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으로 간주합니다.
이 비유의 핵심은 '먹이를 주는 행위'입니다. 고양이가 먹이를 받아먹을수록 더 자주 찾아오듯이, 우리의 번뇌 역시 그것에 빠져들수록 더욱 강력해집니다. 예를 들어, 탐욕(greed)은 물질적 쾌락을 좇을수록 더 커지고, 분노(anger)는 억울한 감정을 되새길수록 더욱 오래 지속됩니다. 아잔 차 스님은 "먹이를 주면 더 자주 돌아온다"라고 말하며, 이 행위가 처음에는 즐거워 보일지 몰라도 결국 고양이에게 '할퀴는(scratching)' 고통을 당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이는 반복적인 행동이 습관을 형성하고 결과를 낳는다는 불교의 업(karma) 개념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그렇다면 먹이를 주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요? '할큄'의 상징성이 여기서 드러납니다. 먹이를 주지 않으면 고양이가 우리를 할퀼 수 있듯이, 우리가 번뇌를 억제하려 할 때 초기에는 불편함이나 강한 저항감이 생깁니다. 분노가 갑자기 폭발하거나 탐욕이 좌절감으로 변하는 순간들입니다. 하지만 아잔 차 스님은 이 고통스러운 단계를 '인내'를 배울 절호의 기회로 봅니다. 이를 견뎌냄으로써 마음의 힘을 키울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마치 '흐름을 거슬러' 올라가는 비유처럼, 번뇌라는 자연스러운 '흐름'에 저항함으로써 오히려 덕(virtue)을 쌓게 되는 이치입니다.
결국 해결책은 번뇌를 '굶기는' 것입니다. 고양이가 며칠간 먹이를 얻지 못하면 스스로 떠나버리듯, 번뇌 역시 우리가 반응하지 않고 그저 관찰하기만 하면 자연스럽게 힘을 잃고 사라집니다. 여기서 핵심은 '무애착(non-attachment)'입니다. 이는 번뇌를 억지로 누르거나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먹이를 주지 않음'으로써 스스로 약해지도록 내버려 두는 지혜입니다. 이것이 바로 마음 챙김 명상에서 실천하는 방식이며, 이 과정을 통해 우리 마음은 마침내 '안정되고 고요해질' 수 있습니다. 아잔 차 스님은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평화(peace)에 이르는 길이라고 강조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