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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타킴 Mar 05. 2024

5화. 화단 속에 숨은 미니카와 거짓말

좋은 사람이 아니어도 돼

아파트 화단 속에 숨은 나의 거짓말


여느 부모님이나 같겠지만, 자식에게 거짓말은 치지 마라!라고 교육할 것이다. 그러나, 인간의 심리상 언젠가 한 번은 아니 수도 없이 거짓말을 쳐야 하는 순간이 찾아온다. 내가 유원생일 때의 일이다. 당시 5,000원이라는 돈은 상당히 큰돈이었다. 삼촌이 주고 간 용돈을 내 방 책상 서랍에 고이고이 모셔두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동네 문방구에 있는 미니카가 그렇게 탐나 보일 수가 없었다. 나는 문방구 아저씨(당시에는 다 아저씨, 아줌마라고 불렀다.)에게 얼마인지 물었고 정확히 5,000원이었다. 나는 고민하지 않았고 집으로 달려가 서랍에 있는 5,000원을 꺼내 미니카를 샀다.


그런데, 아마도 그 돈을 쓰지 말고 잘 저축해두라는 엄마의 당부가 있었을 것이다. 나는 그 미니카를 밖에서 열심히 가지고 놀다가 엄마에게 들킬까 봐 아파트 화단 안에 숨겨두었다. 그리고 하루인가 이틀이 지났을 때 8층에 살고 있던 우리 집에 12층에 사는 또래 친구가 찾아왔다. 나는 얼른 화단으로 뛰어가 미니카를 찾아왔고, 둘은 신나게 장난감을 가지고 놀았다. 그리고 저녁 시간이 되자 친구는 집으로 돌아갔고, 나와 그 미니카는 우리 집에 남겨졌다. 엄마는 물어봤다. "이거 친구 거 아니니?" 내 대답이 기억은 안 나지만 누가 봐도 거짓말하는 눈과 말투로 변명을 둘러 댔을 것이다. "아.. 아니에요.. 이거 절대 삼촌이 준 용돈으로 산거 아니에요!" 아마 이런 식이 었겠지.


그러니, 엄마는 당연히 나의 거짓말에 대한 회초리를 들었고 나는 그날 아마도 100대를 맞기로 했었던 것 같다. 물론, 정말 100대를 맞았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당연히 엄마도 온 힘을 다해 때리시진 않았기에 트라우마가 될 만큼 아프진 않았겠지만 적어도, 거짓말을 치지는 말아야겠다. 하는 교훈은 엉덩이 깊이 새겨졌다.




우리가 살다 보면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선의의 거짓말을 쳐야 할 때도 있다. 하지만, 모두가 겪어 봤겠지만 거짓말은 또 다른 거짓말을 부르고 결국 풀어낼 수 없을 정도로 꼬여버리고 만다. 아무리 배우 뺨치는 연기력을 가졌더라도 상대방이 눈치 백 단의 고단수라면 금방 들켜버리기도 한다. 우리가 유튜브, 인스타 등의 매체를 보다 보면 자주 등장하는 주제가 '살면서 반드시 피해야 하는 사람 유형'이다. 여기에서 항상 나오는 사람 유형이 거짓말을 자주 하는 사람, 변명을 계속 늘어놓는 사람이다. 거짓말을 하는 것과, 변명을 늘어두는 것은 공통점이 있는데 그것은 자신의 진심과 진실을 숨기고 싶을 때이다. 혹은 잘못을 인정하기 싫거나 그 상황을 빨리 모면하고 싶을 때이다. 우리가 누구나 겪어봤겠지만, 거짓말과 변명으로 상황을 간신히 모면하면 드는 생각이 있다.


휴, 다행이다


일단, 1차적인 상황은 모면했으니 말다. 그런데 생각을 조금만 더 깊이 해보고, 그 사람과의 관계까지 고려해 보면 2차, 3차 문제를 고려하지 못했기에 금방 새로운 문제와 걱정이 찾아올 것이다. 심리학적으로 봤을 때 거짓말을 친 나 자신은 외부적인 상황은 모면할 수 있지만, 내 마음속 깊이 자리하고 있는 진심은 모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교사 시절에 많은 학생들, 그리고 지금도 많은 친구들과 고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이제는 명확히 보이는 것이 있다. 이 사람의 마음속은 분명히 이게 아닌데, 자꾸 겉으로는 자신이 희망하는 모습이 아닌 사회가 만들어 둔 정답을 이야기하려고 하거나, 부모님과 교사들이 만들어 둔 정답만을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즉, 현실적으로 나는 이렇게 하는 게 맞겠죠? 그래서 저는 이런 사람이고 이런 사람이 될 거예요! 제 선택에 후회가 없어요! 하는데, 내 눈에는 보인다. 후회하고 있고, 감추고 싶은 그 마음속 깊은 곳의 미련과 후회 말이다.




진실을 보여줄 거울


진실을 보여줄 거울은 언제나 당신의 마음속에 있다. 그러니 자신이 지금 드는 감정과 마음 그리고 생각들을 글로 써 내려가는 것이 내 마음을 들여다보기에 가장 좋은 수단이다. 거짓말을 쳐야 하는 선택의 순간이 왔을 때 내가 자주 쓰는 방법이 있다. 양손을 책상 위에 올려두고 손바닥을 위로 향하게 활짝 편다. 그리고 손바닥 위에 두 가지 상황을 올려둔다. 내가 생각하는 방향의 거짓말이 선의의 거짓말이라면 그쪽 손에 살포시 그 생각을 올려둔다. 그리고 반대쪽에는 내가 내 진심을 전했을 때의 마음을 올려둔다. 그리고 한참을 바라보면 된다. 그럼, 어느 한쪽의 손이 더 가볍게 느껴지는지 어느 한쪽의 손이 더 무겁고 불편하게 느껴지는지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다.  


때로는 거짓말? 쳐도 돼!


그럼에도, 우리는 사림이기에 어느 순간이 오면 어쩔 수 없이 거짓말을 쳐야 하는 순간이 오곤 한다. 그 결과가 타인의 인생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도 있지만, 그걸 알면서도 어쩔 수 없는 순간은 반드시 온다. 이 연재의 제목이 '좋은 사람이 아니어도 돼' 아닌가? 그러니, 그런 순간에 내 선택이 그렇다면 어쩔 수 없이 그럴 수밖에 없는 순간에 어쩔 수 없는 거짓말을 쳐도 괜찮다. 우리는 인간이기에 그럴 수 있다. 그러나, 그런 순간이 와서 어쩔 수 없이 저질렀더라도 절대 안 되는 거짓말이 두가지가 있다.


첫째는, 당연하게도 내가 잘못된 것을 알면서도 상대를 속이기 위해 하는 거짓말이다. 거짓말과 변명이 가득한 관계는 절대로 건강할 수 없다. 그것이 상대방을 위한다고 생각이 든다면 그것은 두번째 절대 해서는 안되는 거짓말과 바로 이어진다. 그것은 바로.


남은 잠깐 속일지라도,

당신의 마음을 속이는 거짓말은 하지 마라.


남을 속이는 것은 상황이, 시간이, 순간이 지나면 해결될 수 있는 여지가 있으나

내 마음 깊숙한 나 자신을 숨기는 것은 절대로 좋은 결과로 돌아오지 않는다.


그러니 당신은 결코 남에게만큼은 '좋은 사람'이 아니어도 되지만,

적어도 당신 자신에게만큼은 '좋은 사람'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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