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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타킴 Mar 10. 2024

8화. 화가나서 선배에게 모래를 뿌렸다

좋은 사람이 아니어도 돼

나는 승부욕이 참으로 대단한 편이다. 지는 것을 굉장히 싫어하고 특히, 내가 어릴 적부터 좋아하던 축구 관련된 것에서는 유독 더 그렇다. 초등학생 때 축구부에서 게임을 지고 경기가 안 풀리자, 경기가 끝나고 갑자기 눈물을 터뜨렸던 기억이 있다. 코치님은, 처음에 혼을 냈다가 이내 내가 승부욕이 많은 아이라는 것을 알고는 "너는 승부사 기질이 있는 놈이다, 분해하는 것도 좋은 능력이다."라고 해주셨던 기억이 난다. 


중학교 시절에는 축구부가 아닌 일반 학생 축구 동아리에서 수많은 동급생들의 관심과 함께, 마찬가지로 엄청난 승부욕을 발휘(?)했다. 교내 축구리그에서 라이벌 학급에게 지고, 아무 말 없이 그대로 집에 가던 내 뒷모습을 찍어 과거의 싸이월드에 찍어 올렸던 친구가 생각난다. 그리고, 결승전에서 같은 학급을 만나 멋지게 이기고는 대인배인척 상대 학급에 음료를 건네주었던 약간은 부끄러운 기억도 있다. 


고등학생 때는, 일반 학생들 사이에서 더 축구를 잘하고 싶다 보니, 그 승부욕은 이루 말로 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그때는 누구나 그렇듯 한 학년 선배가 가장 무서울 때였다. 그런데, 항상 얄밉게 골을 넣는 나는 선배들에게 경기장에서 미움을 받는 존재였고 어느 날은 골을 넣고 미소를 보이는 내게 한 선배가 이렇게 말했다. "이빨 보이지 마라." 그리고 대략 5분 뒤에 또 골을 넣어주고는 세상 무표정하게 기쁨을 만끽해 줬다. 그때는 정말 승부욕이 대단했다. 어찌 보면 참으로 눈에 뵈는 게 없을 정도였다. 


선배의 거친 반칙에 어느 날은 선배에게 열이 받아 모래를 냅다 집어 뿌려버리기도 했고, 새파랗게 어린 고1 신입생이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다가 고3 선배들이 축구를 해야 한다며 운동장에서 나가라고 하자 엄청나게 열이 받았고 심지어 공까지 빌려달라는 말에 공을 학교 밖으로 뻥 차버렸다. 당시 우리 학교는 언덕 위에 위치해 있었기 때문에 그 공은 찾을 수 없었다. 그날 학창 시절 처음으로 선배들에게 크게 맞을 뻔했으나 한 천사 같은 선배의 중재로 나는 다행히도 상황을 벗어날 수 있었다. 


성인이 되어서는 그 승부욕이 화(火)가 되어, 잘못 발현되었다. 경기에 지거나 거친 반칙을 당하면 나 또한 상대에게 배로 갚아주었다. 상대가 나보다 몇 살이 차이가 나든 상관없었다. 그래서 나는 이 동네에서 굉장히 버릇없고 싹수가 없는 등번호 7번으로 불렸다. 그만큼 지는 것이 싫었고, 경기장에서 나를 화나게 하는 상대에게 진심으로 열이 받았다. 나는 그것을 주체할 수 없는 분노와 화로 되갚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여느 때와 같이 경기에서 상대방과 싸우고 집에 돌아와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는 나에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분명 화를 분출했는데, 왜 아직도 사라지지 않지?


나는 그 순간 이후로, 경기장 내에서 상대방에게 화를 내거나, 싸우거나 했던 순간이 거의 없다. (물론, 말도 안 되게 억울한 상황에서는 어느 정도 따지기는 하지만..) 그 이유는, 그 순간에 들었던 생각이 너무나 강렬했기 때문이다. 


나는 그때 화(火)라는 감정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봤다. 분노는 내 마음속에 있는 것이라 내가 아무리 말로, 행동으로 표현한다고 해도 내 마음은 계속해서 활활 불타고 있는 모양새이다. 오히려, 내가 열이 올라서 화를 낼수록 그 불씨는 점점 커져서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수준까지 불이 타오르곤 한다. 그래서 우리는 '화를 누그러 뜨리다, 화를 다스린다, 화를 죽인다' 등의 표현을 쓰는 것이다. 그래서 깨달았다. 화를 내는 것은 상대방에게는 화가 났다는 것을 알리는 것에 그칠 수 있지만, 내 마음속에는 마치 자해를 하듯 스크래치를 내는 행위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화가 나거나 분노가 치밀어 오르면 반드시 생각할 시간이 필요해졌다. 아니, 가져야 한다. 내가 화를 누그러뜨리고, 그 불씨를 잠재울 시간말이다. 




사람 관계나 연애, 사랑하는 사람과의 갈등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만약, 당신이 어떠한 이유로 화가 나거나 짜증이 치밀어 오른다면 나처럼 딱 두 가지부터 생각해 보길 추천한다. 


지금 내가 배가 고픈 상황인가?

지금 내가 피곤한 상황인가?


인간은 둘 중 하나의 상황만 닥쳐도 굉장히 예민해진다. 그리고 둘 중 하나가 충족될 때까지 잠시 생각할 시간을 가져라. 그리고 당신 마음속에 있는 화와 짜증의 불씨를 일단 두 손으로 감싸고 누그러질 때까지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 장담하는데, 가벼운 화나 짜증, 분노는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잠을 푹 자고 나면 누그러진다. 


우리는 가끔 나의 정신 건강을 위해 화가 나면 화를 내라! 식의 이야기를 들을 때가 있다. 그런데, 앞서 말했듯이 화는 내는 것이 아니다. 화는 내 마음속에서 키우냐 잠재우냐의 문제이지 내보내냐 가지고 있냐의 문제가 아니다. 그런데, 만약에 인간관계에서 상대방이 어떤 사람인지 잘 알고 싶다면 화가 나는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하는지 유심히 잘 지켜보면 된다. 자신의 화라는 감정을 자신이 잘 컨트롤하는지, 혹은 일단 분출하고 보는 타입인지 말이다. 우리는 이 것을 분노조절장애라고 부르기도 한다. 


다만, 이 세심한 감정을 관찰하기 위해서는 짧은 시간과 간단한 과정으로는 파악할 수 없다. 누구나 초기에는 그런 감정을 감출 수 있고, 뒤에서 분출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왜냐면 당연히 내가 잘 보이고 싶은 사람에게 다짜고짜 화를 분출하는 사람은 없으니까.


화(火)는 당신의 심장 속에 있는 불꽃이다. 

그 분노는 아무리 입 밖으로 내뱉어도 내 심장만 불 타올라 더 큰 마음의 화가 될 뿐이지 절대 사그라들지 않는다. 당신이 남을 위해 좋은 사람이 될 필요는 없지만, 당신 자신을 위해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면. 혹은 당신의 옆에 있는 사람이 좋은 사람인지 알고 싶다면. 


화(火)를 다스리는 방식을 오늘 다시 한번 고민해 보며, 진정 나만을 위한 좋은 사람이 되길 바란다. 

왜냐면 화쟁이었던 나도 했기에 당신은 반드시 나보다 더 강한 마음을 가질 수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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