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그날 이후, 나는 매일 교실 당번을 맡았다. 수업 시간마다 지우개를 제대로 털지 않았다는 이유로 맞고, 청소를 깨끗하게 하지 않는다고 맞고, 칠판을 깨끗하게 지우지 않았다고 맞았다.
폭력이 쌓이고 쌓이면서, 수업시작종이 울리면 먹이를 기다리는 파블로프의 개처럼, 그의 손이 어서 빨리 내 몸을 스쳐가길 기다렸다. 어쩌다 실수로 그가 나를 때리지 않고 수업을 진행하는 날이면, 45분의 시간이 너무 불안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큰 병원에 가보아도 내 배의 통증에 대한 원인은 찾을 수가 없었고, 배가 아파 제대로 달릴 수가 없었던 내 다리는 가장 빠른 다리에서 평범한 다리로 변해갔다.
내 주위에 있다가 어떤 불똥이 튈지 몰라, 친구들은 내게서 점점 거리를 두었고, 나는 ‘빨갱이’라는 별명을 얻은 채, 교실에 외딴섬처럼 홀로 남겨졌다.
수업 시작 전 늘 나를 타깃 삼아 그의 손, 발들이 움직였고, 그로 인해 다른 친구들에 대한 구타는 줄어들었다. 친구들의 표정은 점점 밝아지기 시작했고, 내가 맞지 않고 수업을 시작할 때면 나와 같이 불안해하면서 어서 빨리 내게 맞을 구실을 만들라는 식의 눈짓을 보내기도 했다.
다시 한번 엄마에게 이야기를 해보려고 했으나, 고자질하는 사람이 가장 나쁘다는 그의 교훈과, 이미 교무실에 찾아갔음에도 변화가 없는, 오히려 더 심해진 그의 모습을 보며 다 부질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서 빨리 시간이 흘러 5학년이 되기만을 바랬다.
하루에 몇 번씩, 그의 손과 발을 감촉을 느끼며 시간을 보냈다. 영원히 오지 않을 듯한 시간이 흐르고 흘러 5학년이 되었을 때, 나는 잠시 우리를 가르쳤던 젊은 선생님의 반이 되었다.
“앞으로 나란히! 이 좆만한 개새끼들이 앞으로 나란히! 팔을 이렇게 쭉 펴라고!”
멀리서 들리는 그의 목소리만으로도 다리가 후들 떨리고 배가 아파왔다. 1학년 담임을 맡게 된 그는 큰 개보다도 작은 1학년 동생들에게도 내게 했듯, 욕을 하고, 손바닥을 휘두르고, 발길질을 해댔다.
그가 운동장에 나와 있는 시간 동안 아이들의 울음소리는 끝없이 운동장에 울려 퍼졌고, 그 퍼지는 울음소리보다 모두가 그쪽을 외면하고 침묵하는 모습이 더 무섭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