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해도 괜찮아

백일백장 셋째 날

by 민희수

덥다 더워! 울 강아지 리코는 이중모라 얼마나 더 더울까? 어제도 성당에 갔다가 주유하고 장까지 보는 내내 에어컨을 안 켜고 나온 것이 마음에 걸렸다. 다행히 아래층에서 잘 자고 있었던 모양이다.

아침부터 찜통더위지만 실외배변을 하는 리코와 후다닥 산책을 하고 들어와 에어컨을 틀었다.

아래층이 훨씬 시원하기도 하고 나도 작업을 할 겸 서재에 에어컨을 켜두고 선풍기를 바깥쪽으로 향하게 두었다. 그런데 리코가 잘 쉬다가 갑자기 위에서 무슨 소리가 났는지 올라가서는 내려오질 않는다. 문득 더운 위층 거실에 있는 이유가 유튜브에서 나오는 뉴스 소리가 시끄러웠나 싶어서 다 꺼버리고는 데리고 내려왔다.

작년 여름에도 한참 더위가 기승을 부릴 때 외출해서 리코가 잘 있나 해서 홈캠으로 보면 에어컨을 켜놓은 공간이 아니라 다른 곳에 있을 때가 있었다.

귀가 쫑긋한 리코는 작은 소음에도 예민하게 반응하니 집 지키느라 더위 피하느라 바쁜 모양이다.

아침마다 공놀이를 신나게 하고 산책까지 다녀오면 한참 낮잠시간이니 그때만이라도 리코 신경을 거슬리지 않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이 이제야 든다.

덕분에 잡음 없이 글을 쓰니 좋긴 하다. 아무 소리도 안 나면 괜스레 적막한 거 같아서 뭐라도 자꾸 틀어놓게 되는데 가끔은 생활소음 외에는 조용하게 지내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나만 듣는 소리 때문에 힘들었을 리코를 생각하니 함께 하는 공간에서 이기적인 행동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리코 위주로 많은 것들이 변화했는데 정작 가장 중요한 것을 빼먹고 살고 있었다.

공동생활, 나만이 아니라 리코의 귀도 항상 열려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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