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메티콘 Sep 13. 2021

계림의 하늘에 빛난 별이 막 뜨고 난 뒤에

탐라시삼십오절(耽羅詩三十五絶) 第十絶

탐라시삼십오절(耽羅詩三十五絶) 第十絶 

 

최부(崔溥) 지음, 고광문 역주(譯註)


星芒初動雞林天 계림의 하늘에 빛난 별이 막 뜨고 난 뒤에

已艤耽津一葉船 탐진 바닷가에 배 한 척이 닿았네

恰似老人朝北斗 흡사 노인성(老人星)이 북두성(北斗星)을 뵙듯이

從今始與通人烟 이때부터 사람들이 서로 왕래했다네


성망초동계림천(星芒初動雞林天) 이의탐진일엽선(已艤耽津一葉船)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탐라와 신라가 교류를 시작한 이야기를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다.

15대 손 고후(高厚)⋅고청(高淸) 형제 세 사람이 배를 만들어 타고 바다를 건너 탐진(耽津)에 닿았으니, 이때는 신라의 융성한 시대였다. 이때 객성(客星)이 남방에 보였는데 태사(太史)가 아뢰기를, ‘다른 나라 사람이 와서 조회할 징조이다.’ 하였다〔十五代孫高厚 高淸昆弟三人造舟渡海 泊于耽津 蓋新羅盛時也 于時客星見南方 太史奏曰 異國人來朝之象也〕. 

  

성망(星芒)

성망(星芒)은 빛나는 별이라는 의미로 『신증동국여지승람』에서는 ‘객성(客星)’으로 기록하였다. 객성(客星)은 일정한 곳에 늘 있지 아니하고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별이다. 현대 천문학에서의 신성(新星, nova)이나 초신성(超新星, supernova)에 해당하는 별이다. 객성이라는 말은 『사기(史記)』 천관서(天官書)에 처음으로 보인다. 그러나 객성의 형상 등에 관한 상세한 묘사는 없다.세종 때의 수학자 이순지(李純之)의 『천문류초(天文類抄)』에는 객성으로 주백(周伯)·노자(老子)·왕봉서(王蓬絮)·국황(國皇)·온성(溫星) 등의 다섯 종류를 들었는데, 이 객성은 행성(行星) 사이에 잘못 나타나서 그 빛나는 기간이나 운동이 모두 일정하지 않으며, 나타나는 분야에 따라 점을 친다고 하였다.『서운관지(書雲觀志)』 객성조에 보면, 객성은 형체가 항성과 다르다고만 해설하고 있다. 그런데 혜성조에는 “객성이 어떤 별자리에서는 비[彗]와 같이 보이며, 만일 다른 별자리로 이동해 가면 꼬리가 나타나고, 혜성이 어디로 이동하였으며 색은 어떻고 꼬리의 길이는 몇 자이고……”라고 기록되어 있어 혜성이 객성에 속하는 것이 분명하나, 객성이 모두 혜성은 아님을 알 수 있다. 『증보문헌비고』에 수록된 객성의 기록은 85년(신라 파사왕 6)부터 시작되어 신라가 6개, 고구려가 2개, 백제가 1개, 고려가 20개, 조선이 29개로 되어 있다. 당나라 이순풍(李淳風)은 경성(景星)은 상서로운 별에 속하고, 혜성과 국황은 요성(妖星)으로 좋지 못한 별이며, 주백과 노자는 객성이라고 하였다. 그러나 주백과 노자가 어떤 별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흡사노인조북두(恰似老人朝北斗)

노인(老人)은 남쪽 하늘의 노인성(老人星)을, 북두(北斗)는 북쪽 하늘의 북두칠성(北斗七星)을 의미한다. 남쪽의 탐라가 북쪽의 신라를 찾아온 일을 달리 표현한 말이다.

노인성(老人星)은 조선시대 별자리인 28수(宿)에서 남방 7수 중 정수(井宿)에 속하는 별로 인간의 수명을 관장한다고 한다. 남극노인성(南極老人星)이라고도 부르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제주도에서만 보인다고 한다. 『탐라지(耽羅誌)』에 ‘가장 높은 정상에 백록홍(白鹿泓)이 있고, 춘분과 추분 초저녁에 남극노인성(南極老人星)이 보인다’라고 하였다.

      

조선시대의 별자리는 중국의 영향을 받아 3원 28수로 구성된 별자리 체계를 사용하였으며 별자리를 기록한 천상열차분야지도각석(天象列次分野之圖刻石)이 남아 있다. 280개로 세분화된 별자리를 3원과 28수로 묶어 표시하였는데 그 명칭은 세분화된 별자리와 별자리군을 같이 의미하기도 했다.

3원(三垣)은 관측할 수 있는 하늘을 세 구역으로 나눈 것이다. 천구의 북극 주변의 영역을 담장 형태로 둘러싼 형태를 하고 있다. 삼원은 자미원, 태미원, 천시원 세 가지가 있다. 자미원(紫微垣)은 하늘의 황제인 태제(太帝)의 자리로 천자가 거주하는 곳을 뜻한다. 북극과 주위를 둘러싸는 구역을 차지하고 있다. 작은곰자리, 용자리, 세페우스자리 등이 이 영역에 들어가 있다. 태미원(太微垣)은 이십팔수와 자미원 사이 구역 중 봄철 하늘에 있다. 이는 천자의 궁정(宮庭)으로 장군과 관료들이 관할하는 구역을 의미한다. 처녀자리와 사자자리의 북쪽 부분, 머리털자리 등이 여기에 들어가 있다. 천시원(天市垣)은 이십팔수와 자미원 사이 구역 중 여름철 하늘에 있다. 시장을 상징하며, 형벌과 도량형을 주관한다. 뱀자리, 뱀주인자리와 헤르쿨레스자리 등이 이 구역에 포함된다.

28수(二十八宿)는 관측 가능한 하늘 중 삼원을 제외한 부분을 28개 별자리군으로 나눈 것이다. 수(宿)는 원래 ‘잘 숙’자로, 달이 밤마다 머무르고 간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별자리군이란 뜻으로 부를 때에는 한자음이 ‘수’가 된다. 달의 공전 주기, 즉 항성월은 27일 8시간으로, 이는 28일과 길이가 비슷하다. 이십팔수는 방위별로 7개씩 나누어지며, 이를 사방신이 거느린다. 동쪽은 청룡, 북쪽은 현무, 서쪽은 백호, 남쪽은 주작이 맡는다. 여기서 방위는 하지점이 남중하는 시각[2]의 하늘의 방위로 구분할 수 있다. 이때 청룡와 백호는 각각 동쪽과 서쪽 지평선에 걸쳐 있으며, 주작은 남쪽 하늘에 떠 있고, 현무는 북쪽하늘 지평선 아래에 가라앉아 있다. 아래는 이십팔수를 서쪽에서 동쪽 순으로 나열한 것이다.     

동방청룡 - 각(角)·항(亢)·저(氐)·방(房)·심(心)·미(尾)·기(箕)

북방현무 - 두(斗)·우(牛)·여(女)·허(虛)·위(危)·실(室)·벽(壁)

서방백호 - 규(奎)·루(婁)·위(胃)·묘(昴)·필(畢)·자(觜)·삼(參)

남방주작 - 정(井)·귀(鬼)·류(柳)·성(星)·장(張)·익(翼)·진(軫)

작가의 이전글 옛날 신인(神人)들이 나라를 세울 때에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