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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찌냥 Aug 17. 2024

와인을 만드는 포도는 뭐가 다를까?

와인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와인'이 되기 위해 태어난 품종의 포도는 따로 정해져 있다는 사실을 아는가?


포도의 품종이 몇 종이나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보통의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100종에서 많게 불러도 1,000종 정도를 이야기하지만 오늘날까지 (이야기하는 사람마다 혹은 서적마다 차이가 있지만) 많게는 15만 여 품종이 만들어졌다고도 하고 약 2만 4천여 종이 있다고도 한다. 


와인을 만드는 용도로 키워진 포도 품종(이후, 양조용 포도표현)과 과일로 혹은 조리나 가공을 위해 길러진 포도(이후, 식용 포도로 표현)는 품종과 그 특징이 확연히 다르다. 무려 크기, 식감, 당도, 껍질의 두께, 씨앗의 많고 적음 등에 따라 확연히 구분되며 용도가 달라지는 것이다.  그럼 각각의 용도의 포도들이 갖는 특징은 무엇이며 어떤 차이가 있을까?



출처: Wine Folly



식용포도의 특징

식용포도는 생식 또는 조리/가공을 위한 품종을 말한다.

주로 송이가 크고 알도 크다. 주로 과육을 먹기 때문에 과육이 아삭하고 수분이 많고 적당히 단맛이 있어 단맛을 측정하는 단위인 Brix로 치면 10~15 정도를 오간다. 껍질이 얇고 씨앗 역시 많지 않거나 없는 것이 좋은 등급을 받는 특징을 갖고 있다.

식용포도 대표 품종인 (왼) 캠벨 얼리 / (오) 머스캣 베일리


양조용 포도의 특징

양조용 포도는 착즙 하여 양조하기 위한 품종을 말한다.

식용포도와 다르게 송이와 알 크기 모두 작다. 식감은 끈끈하고 쫄깃하다고 한다. 식용 포도에 비해 매우 단맛이 강해 보통 단맛이 22~25 Brix까지 형성되어있으며 껍질이 두꺼운 편이고 씨앗도 많은 특징을 갖고 있다.

특히 레드와인의 경우 이 두꺼운 껍질에서 와인의 색이나 탄닌의 정도가 결정된다고 하니 굉장히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겠다. 또 양조용 포도에서는 씨가 많으면 훌륭한 여운을 만들어 주기도 한다.


양조용 대표 품종인 (왼) 카버네 소비뇽 / (오) 피노누아

품질 좋은 와인을 만들기 위해서는 주로 비티스 비니페라(Vitis vinifera)에 속하는 품종을 사용한다고 한다.

이 품종은 가장 많이 재배되는 와인 생산용 포도종이며, 또 다른 품종으로는 미국에서 주로 재배되는 비티스 라브루스카(Vitis labrusca)가 있다. 이 둘 모두가 포도과(Vitaceae) 포도속(Vitis)에 속한다고 한다.





포도로부터 식탁 위 와인까지: 와인의 일생


포도밭 조성 > 수확 > 발효 > 숙성 > 병입 > 소비자


와인이 만들어지기까지는 크게 두 가지의 작업이 필요하다. 하나는 포도나무를 기르는 일,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저장창고에서 와인을 숙성하는 일.


포도밭 조성

먼저 포도밭을 조성하는 방법은 크게 2가지로 나뉘는데 접붙이기의 순서가 루트스탁(뿌리를 남겨 영양분을 공급해 주는 나무) 식재 전이냐 후냐에 따라 달라진다. 루트스탁은 우리나라에서는 바탕나무라고 부르는데 이 기원이 1860년대 유럽 포도농가를 공포에 떨게 한 필록세라라고 하는 병충해로부터 포도나무를 지키기 위해 우연히 발견 된 재배법으로 1880년 정도부터 활용되었다고 한다. (그 이후에도 생태계가 완전히 원상 복구하는 데는 거의 반 세기 정도가 걸렸다고...ㄷㄷ)

포도나무의 접을 붙이는 방식

먼저 1)뿌리가 되어줄 루트스탁(Rootstock)을 먼저 밭에 심고 성체의 가지(Scion)를 심는 방법이 있다. 접 붙이는 Scion의 종류에 따라 포도의 품종이 결정되며. 1번 방법으로 할 때의 장점은 병충해로부터 안전하여 다산성을 높일 수 있다. 두 번째로는 2)먼저 접을 붙인 후 아래와 같이 밀랍코팅을 한 뒤 밭에 식재를 하는 방법이 있다. 

(왼) 루트스탁의 모습 / (오) 밀랍처리 후의 루트스탁의 모습

이렇게 처음 식재 된 포도나무는 3년 정도까지는 포도 수확 후 자가소비를 하는 등 상업적으로는 사용하지 않고, 3년 이후의 포도들부터 상업적 열매로 활용이 가능하다고 한다.



아프냐, 나도 아프다: 포도 재배 시 질병의 종류

포도를 재배하면서 발생되는 질병의 종류도 다양한데 크게 4가지 정도를 소개해보고자 한다.

1. Millerandage(밀렁다주): 포도송이의 결실 불량. 알의 크기가 들쭉 날쭉한 상태

2. Coulure(꿀뤼르): 꽃떨이. 낙과 현상. 알이 안 열리는 상태로 생산량이 급감한다.

3. Pierce's Disease(피어스 질병): 포도나무 잎에 구멍이 생겨 광합성이 제대로 되지 않는 상태. 미국에 많이 발현된다.

4. Mildew(밀두균): 곰팡이 질병의 일환으로 습기가 높아 곰팡이가 발생되는 상태. 나무의 신진대사가 떨어짐으로 열매 수확이 원활하지 못하다.

(왼) 1. Millerandage / (오) 2. Coulure
(왼) 3. Pierce's Disease / (오) 4. Mildew


수확의 계절 가을!

보통 포도 수확은 가을에 가장 많이 한다고 하지만 수확시기는 기후에 따라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수확을 하는 방법으로는 크게 1)손으로 수확하는 방법2)기계로 수확하는 방법. 두 가지로 구분되는데

1) 손으로 수확하는 방법

주로 최고급 와인을 생산하는 와이너리에서 주로 이 방법을 취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사람들이 포도를 분류하고 포도나무가 상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잘라내기 때문에 어떤 지형에서도 작업할 수 있으며, 완전히 익은 포도송이만 골라 수확할 수 있어 완성도가 높은 반면, 사람을 많이 고용해야 해 인건비 부담이 크며 압착기까지 포도를 조심스럽게 운반해야 한다는 번거로움이 있다.


2) 기계로 수확하는 방법

기계가 한 줄로 늘어선 포도나무 사이를 지나가면서 밑동을 흔들어 포도알을 송이에서 떨어트리며 수확하는 방식이다. 떨어진 포도알은 컨베이어 벨트를 이용해 모으고 숙련자가 기계 수확을 하는 경우 포도알들을 꽃자루에서 분리해 좋은 상태로 수확할 수 있다고 한다. 손 수확 방법에 비해 훨씬 경제적이고 빠르게 수확할 수 있다. 낮밤 구별 없이 적절한 시간에 작업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다만 과도한 충격을 받은 포도나무는 일찍 죽을 수 있기 때문에 미숙련자가 기계 수확을 하는 경우 손실이 커질 수 있다. 경사지가 있거나 기계가 들어가기 어려운 포도밭은 이 방법을 쓰기 어렵거나 불가능한 경우도 있고, 특히 상파뉴나 보졸레 등 일부 산지에서는 아예 금지되어 있다고도 한다. 반면 손수확을 해도 품질이 크게 달라지지 않아 대부분 기계수확을 하고 있는 뉴질랜드 같은 곳도 있다.



이제 진짜 술이 되어보자! 양조장에서 발효와 숙성을

먼저 수확한 포도송이들은 최대한 빨리 저장창고를 옮겨져 와인으로 재탄생하게 된다.

먼저 포도알을 분리하고 으깨 포도즙을 짜내면 다음으로 '침용(마세라시옹)' 이라는 과정을 거치는데 바로 포도알과 포도즙을 탱크에 2~3주 정도 담가두는 것이다. 이때 껍질의 색소가 포도즙에 착색된다고 한다. 침용 과정 중에 '효모'를 넣게 되는데 이때 효모가 과육에 함유된 포도당을 먹고 알코올과 탄산가스를 배출하며 변환된다. 와인이 만들어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효모가 자연적으로 견디는 알코올도수가 16도 정도까지가 최대치이기 때문에 와인이 아무리 높아도 15도 정도를 넘지 않는 것이라고..

효모는 천연효모(야생효모) 또는 인공효모(배양효모) 두 종류가 있는데, 효모의 종류에 따라 맛과 풍미의 차이가 생긴다고 한다. 원두도 제조사마다 다양하듯이 효모도 회사마다 차이가 있다고 한다. 다만 효모라는 것 자체가 미생물이기 때문에 이 효모가 '인공' 일 수 있냐는 쟁점이 있기도 하다.


발효부터 블렌딩 이후 숙성 탱크나 오크배럴에서 몇 주에서 최대 36개월 동안 숙성시킨다. 이 과정에서 향(아로마)과 구조가 변화하고 탄닌의 뻣뻣함이 풀어지기도 한다. 동시에 약 3~4주에 걸쳐 2차 발효가 이루어진다. 이를 젖산 발효라고 한다. 이후 병입을 하고 마개나 스크루캡으로 밀봉한다. 병입 후 바로 유통이 되기도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병숙성을 하는 경우도 있다. 


와인에 있어서 발효와 숙성은 아주 중요한 내용이기 때문에 따로 더 다뤄보도록 하겠다.




와인에 대해 이론적으로는 제대로 아는 내용이 거의 없다시피 하다 보니

막연히 "먹고 마시는 것이 좋아서 와인을 판매해보고 싶다" 혹은 "커피만으로는 객단가를 높이기 어렵기에 와인을 다뤄야 하겠다"는 마음만으로는 와인 창업을 선뜻 선택하기 어려웠다.

역사가 오래된 먹거리인 만큼 공부해야 할 내용이 방대하다는 것을 알지만, 또 한편으론 이토록 많고 어려운 내용을 어떻게 하면 나 같은 와인 입문자들에게 쉽고 재밌게 풀어 줄 수 있을지 고민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다음 주에는 와인 숙성에 대한 내용과 와인을 즐기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혹시라도 이 글을 읽는 분들이 있으시다면 응원의 댓글도 좋고 와인에 대한 질문도 좋으니 많은 관심을 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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