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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찌냥 Aug 25. 2024

와인은 왜 와인잔에 마실까?

유려한 곡선이 주는 매혹, 와인 잔에 대한 이야기


와인을 즐기는 여러가지 방법이 있지만

와인을 더 매력적으로 느끼게 하는 것 중에 하나가 개인적으로는 와인잔이라고 생각한다.


각각의 용도와 쓰임에 따라 다르게 디자인 되어 유려한 곡선을 뽐내며 소비자들을 유혹하는 와인 잔.

우리가 와인을 전용 와인잔에 마시는 이유로는 크게 다섯가지 정도가 꼽힌다.


첫째, 향의 농축을 위함.

와인잔은 일반적으로 좁은 입구와 둥글고 넓은 바닥을 갖고 있다. 와인이 갖고 있는 여러가지 복합적인 향이 잔 안에서 농축되어 입구로 모아지도록 도와준다. 성시경님이 소주 짜백이(?)에 대해 갖고 있는 나름의 철학과 비슷한 부분이 있다고나 할까


두번째는 적정한 온도의 유지를 위함이다.

와인잔은 주로 스템이라고 하는 긴 막대형태의 손잡이가 보울이라고 하는 컵 부분을 받치고 있는 모양인데, 긴 손잡이 부분을 손으로 잡게 됨으로 인해 손의 열이 와인에 직접 전달되지 않게 하여 와인을 맛있게 즐기기 위한 온도를 유지하는데 도움을 준다.

와인잔을 잡는 법



세번째는 와인 색상을 눈으로 감상하기 용이하게 하기 위해서다.

지금 받고 있는 수업에서 배운 노하우 중에 하나가 와인을 잔에 받고나서, 특히 화이트의 경우 와인잔을 살짝 기울여 와인 뒤로 손가락이 비치는지 (흰배경이 있으면 더 좋다고 하는데) 확인해보라고 한다.

또렷하게 손가락이 잘 보일 수록 여과된 와인으로 (filtered) 투명도 혹은 광택도 (Clarity)가 좋다고 한다.

Young한 와인의 경우 투명하고 반짝여야 한다. 단, 여과 없이 Unfiltered 병입 된 와인은 Young 해도 약간 탁할 수 있다.


네번째는 공기와의 접촉을 늘리기 위함이다.

와인은 공기와 접촉하며 산화하여 더 풍부한 향과 맛을 발산한다. (와인이나 위스키가 열린다 라고 표현하는게 이런 과정이다.)

와인잔의 보울 밑 넓은 바닥은 와인의 공기와 접촉하는 면적을 넓혀줘서 이를 통해 와인의 맛이 더욱 풍부해진다고 한다. 사실 이런 에어링과 관련해서는 더 많은 이야기들이 있고 아래 예시 처럼 관련한 제품들과 방법도 소개되는 것이 많아서 나중에 더 따로 공부 해보도록 하겠다.

좌측 사진은 와인 디캔더의 예시 / 우측 사진은 와인 에어레이터의 예시
좌측 사진은 와인 스월링(잔돌리기!)의 예시 / 우측 사진은 와인 테이스팅 시 호로록 소리를 내는 모습의 예시 (Slurp 이라고도 부른다)


마지막 다섯번째는 와인잔 그 자체가 에티켓이며 동시에 미학적 이유에서다.

와인을 마시는 경험을 특별하게 해주는 것들은 의외로 전용 와인잔에서 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

잔을 부딪히는 소리가 좋아서, 손에 잡히는 그립감이 좋아서, 눈으로 보기에도 아름다워서.


모든 와인잔을 다 갖고 있을 필요는 없겠지만, 대부분 전문가분들이 꼭 그래도 하나만 있어야 한다면 부르고뉴 잔이나 보르도 잔 같이 큰 잔 하나를 꼭 갖추라고 추천한다. 그런 잔들이 향을 가장 잘 품어내기 때문이다.

슈피겔라우나 쇼트츠비젤, 가브리엘과 같은 와인잔 브랜드가 그나마 가성비가 좋은 와인잔에 속한다고 한다.

왼쪽부터 슈피겔라우 / 쇼트츠비젤 / 가브리엘 순




와인도 술인데, 취하기 위해서 마시는거 아닌가요?


와인을 취하기 위해? 혹은 만족감을 얻기 위해 마시는 것은 음용. 즉, Drinking 이라고 부른다. (과하면 Drunken이 되는건가 ㅎㅎ) 반대로 우리가 어떤 목적 하에 맛을 보는 것은 시음, Tasting이라고 부른다.

어떤 차이가 있는 걸까?


와인의 등급을 위해 맛을 볼 수도 있고, 어울리는 음식과의 마리아주(mariage, 결혼이라는 의미)를 찾기 위해 맛을 보는 등 어떤 목적이 있는 시음인 것이다. 시음을 위한 방법과 준비물이 필요한데 보통 흰 배경물(White stock), 해당 와인에 적합한 글라스, 퇴주통(맛본 와인을 뱉는 통이다), 적정한 온도 등이 필요로 한다.

테이스팅은 시각, 후각, 미각 등을 총 동원해 종합적으로 관찰해야 하기 때문에 굉장히 예민한 작업이며 집중을 필요로한다. 해서, 전문적인 시음회를 가질 때는 와인을 마시기 보단 꼭 퇴주통에 뱉어 온전한 정신으로 평가해야 한다.

와인 시음회에 간적이 있었는데 각자 종이컵에 뱉고 이런 검정 통에 그 뱉은 와인을 모았던 기억이 있다.


와인 테이스팅을 할 때 관찰해야 하는 포인트는 바디(Body), 발란스(Balance), 여운(Finish/Aftertaste), 식감(Texture) 이렇게 크게 네가지가 있다. (이 외에도 사실 향이나 시각적으로 관찰 할 수 있는 방법적인 요소들이 더 있지만 그 부분은 나중에 따로 더 자세히 다루도록 하고..)

바디는 Light Body 부터 Full Body 까지 다섯 단계 정도로 나눠지는데 입안에서 느껴지는 풍미의 무게감을 두고 하는 말이다. 물과 같이 매끄럽게 넘어가면 가볍다고 해서 Light Body, 크림이나 묵직한 유지방 우유를 마실 때와 같은 목넘김이 느껴진다면 Full Body라고 한다.

발란스는 종합적 균형감과 조화로움에 대한 평가이고 여운은 와인을 삼키고 입에 지속되는 잔여 풍미의 길이감이 짧은지 긴지에 대한 평가이다. 식감(Texture)는 입안에서 전해주는 매끈함과 목넘김의 느낌이라고 해서 바디감과 언뜻 비슷해 보이지만 커피 센서리에서도 자주 쓰이는 silky, buttery, syrupy 같은 표현으로 일반적인 사람들은 구분해내기가 어렵고 바디감이 텍스쳐를 감싸고 있는 좀 더 큰 범주라고 봐도 될 것 같다.


와인의 품질을 관찰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위에 언급한 것과 비슷한듯 다른 다섯가지 방법이 있는데

1) 풍미의 강도(Intensity / Power)

2) 풍미의 순도(Purity)

3) 풍미의 복합성(Complexity)

4) 풍미의 균형감(Balance)

5) 풍미의 연속성(Length / Finish)

이렇게 있다고 한다. 자세한 구분 방법과 품질을 매기는 방법 등에 대해서는 좀 더 공부가 필요해 이후에 다시 정리 해보도록 하겠다. (혹시 알려주실 수 있는 분은 댓글로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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