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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향 Apr 29. 2021

선택

100일 스토리

사월은 또 그렇게 저물어 가고 있다. 덩그러니 아쉬움만 남긴 채, 뒤도 돌아도 안 보고 그렇게 스치듯 지나간다. 어쩌면 우리는 시간을 지배하는 것이 아닌 시간에 지배당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매 순간 시간에 쫓기어 검증의 시간도 없이, 때로는 생각할 시간도 없이, 아니면 무의식적으로 우리는 '선택'해야 하는 시간 앞에 서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매 순간 선택을 한다. 

하기 싫어도 해야만 뭔가 진행이 되는 현실이다. 최근 들어 계속 머리에 맴도는 말이 바로 '선택'이다. 지금 이 순간 글을 쓰는 단어를 보더라도 보다 좋은 표현을 생각하며 단어들을 선택하고 나열하고 있는 모습을 쉽게 발견한다. 단어들을 선택하고 표현하는 과정도 역시나 선택의 연속인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생각해 봐야 할 것이 있다. 글을 쓰는 순간 나는 최선의 선택을 했다고 생각하지만 다시 읽어보면 문맥에도 맞지 않고, 어색하고 부자연스러운 경우들도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고 그런 단어들을 모두 다시 좋은 단어들로 바꾸어 갈 수도 없는 노릇이다. 시간도 부족하고, 더 좋은 단어들이 생각이 나지 않을 때도 셀 수 없이 많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잘못된 선택을 할 경우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기에는 엄두가 나지 않아 포기하고 싶은 경우가 있다. 그런 상황이 되면 우리는 잘못된 선택을 밀고 나가야 할 때도 있게 마련인 것이다.


선택에는 믿음과 행동이 필요하다. 

때로는 맘에 들지 않는 단어들이 나열되어 있더라도 그 단어에 맞는 문장을 만들어가면 오히려 더 좋은 글이 될 때도 있다. 내 선택이 설사 잘못된 선택이라 할 지라도 그 선택을 믿고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행동할 이유가 되는 것이 여기에 있다. 우리들 삶도 역시 마찬가지는 아닐까?


피에르가르뎅의 이야기를 살펴보자.

피에르가르뎅은 두 번의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서 동전을 던져 동전이 정해 준 대로 선택을 했다고 한다. 첫 번째는 적십자사로 전근을 가는 것과 당대 최고의 디자이너 디오르(Dior) 밑에서 일하는 선택에서 동전은 디오르를 선택했다. 또 한 번은 디올이 죽자 후계자의 자리와 홀로 서는 독립을 선택해야 할 상황에서 동전은 독립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독립한 그는 '피에르가르뎅'이라는 자신의 이름의 브랜드를 만들었다. 훗날 한 기자가 그에게 두 번 다 동전을 던져서 좋은 선택을 했으니 정말 운이 좋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기자에게 동전 던지기가 좋은 선택을 한 것이 아니라 '선택 후에 믿음을 갖고 행동한 것이 좋은 결과를 만들었을 뿐'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선택해야 할 중요한 순간에는 대부분 많은 고민을 한다. 여러 사람들의 조언도 듣고, 자료도 구해보고 여러 가지 방법으로 최선의 선택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택한 후에도 자신의 선택에 만족하지 못하고 계속 선택하지 않은 쪽을 기웃거리는 모습을 본다. 그만큼 자신의 선택에 믿음이 없다는 반증인 것이다. 그러한 우리의 행동에 대해 '피에르가르뎅'의 일화는 정확히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가르쳐 주는 것이다.


어떤 선택을 하든 이미 결정된 선택이라면 그 선택이 최선의 선택이 될 수 있도록 행동으로 그 결과를 만들어내야 하는 것은 우리들의 몫인 것이다. 선택에 대한 믿음이 없고, 행동이 없다면 아마도 다른 선택지를 골라도 똑같은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니 말이다. 


결국, 

선택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선택 후에 믿음과 행동이 결과를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후회라는 말을 선택의 잘못에 두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한다. 믿음과 행동이 없음에 대한 후회를 해야 하고,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나를 조금이라도 더 발전하는 계기를 만들고, 나의 선택이 좋은 선택이었다는 결과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글을 쓰기도 전인 낮시간 사무실에서 휴대폰에서 최근에 찍은 사진들을 살폈다. 그리고 다섯 장의 사진을 선택했다. 생각 없이 선택을 하고 브런치로 사진을 저장해 놨다. 조금 전 글을 쓰려고 보니 같은 장미 꽃송이가 시간이 지나면서 변해가는 모습이 되었다.(물론 사진 크기 편집은 했다.) 글을 쓰기도 전에 선택된 사진들을 가지고 어떤 글을 쓸까 고민을 했다. 사실 처음에는 아무 생각 없이 장미에 대한 글을 쓸까 생각도 했다. 그런데 최근에 머릿속에 맴돌던 '선택'주제의 글을 써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글이 시작된 것이다.


누군가는 억지로 끼워 맞췄다고 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낮에 사진을 선택해 놓고 저녁에 글을 쓴 것은 부정할 수 없는 팩트다. 아무런 생각 없이 선택된 사진도 '선택'이라는 주제와 연결이 되는 것이다. 미리 선택된 사진을 믿고 글이라는 행동으로 이렇게 결과를 만들어가니 말이다. 그리고 장미가 시간에 따라 변해가는 스토리도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장미의 계절(1)

                          - 소 향 -

장미의 계절이 온다 

하늘거리는 몸짓에 

나풀거리는 치맛단을 끌고 

사뿐히 찾아온다


붉은 립스틱 짙게 바르고

뾰족히 내민 입술을 앞세워

정열적인 몸짓을 보낸다


수줍은 자태에 빼앗긴 마음

저녁노을 붉어지는 핑계로

가만히 손 내밀어 취할라 치면

하늘보다 붉은 노을 피어난다


슬며시 피워 올린 마음 한 송이

그늘진 마음에 빛을 더하고

네게 하고자 하는 말 대신

가만히 5월을 건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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