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짓는 밤

by 소향

메마른 가슴에 생산된 한 줄기 빛

낡은 감정을 매달아 낚시를 드리우면

세월의 물결만 되씹다 사라진다

고요는 그물처럼 나를 감고

행간에는 붙잡히지 않는 그리움이

고통의 비늘을 번득이며 지나간다


어쩌다 스친 입질에 흠칫 놀라

들썩인 마음을 끌어올려보면

빈 낚싯대 끝엔

허공이 몇 겹의 파문처럼 흔들리고

파르르 떨던 숨결이 모아놓은 어망에는

시간보다 오래된 한숨 하나가 잡혀있다


들끓던 객기가 목울대를 긁으며 올라오다

재채기처럼 터진 말 한 조각이

말라붙은 시어를 찢고 흩어질 때

콧등에 맺힌 기억의 짠물은

하루를 삼키며 소금처럼 남는다

그제야

고요한 발끝으로 비껴가던 물비늘을 돌아본다


이 밤이 지나면 새벽은 다시 찾아올 것이다

그러나 오지 않은 시를 향한 조급은

버려도 버려도 되돌아오는 목마름이고

나는 그 허기를 향해

또 한 번 낚싯줄을 드리운다


덧없음을 끌어안은 바람이었다면

차라리 환희도 몰랐을 터

피할 수 없는 그리움은

발목 아래 은밀히 뿌리를 내리고

잎사귀 하나도 흔들리는 밤이면

그 슬픔이 시가 되어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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