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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상이 명화스러운 Oct 15. 2017

단편 [마음을 잃다]

[단편 소설]

문 넘어로 우리는 안을 들여다 보았다.

다 같이 놀라며 바닥에 누워있던 그래엠을 발견하고 문을 열고 들어갔다.

천천히 그의 이름을 부르며 레이는 그를 일으키려 도왔고

페니는 간호사를 급히 불렀다.

그래엠이 격리 병동으로 옮기면서 상태가 좋지 않을 것을 예상했지만, 그의 상태는 더 좋지 않았다.


우리는 그래엠을 보러 간 것이었다.

꼭 짜기라도 한 것처럼 그는 우리가 온 그 시간에 하필 로비 바닥에 누워있었다.

우리는 그가 걷다 넘어진 거라고 생각하고 놀라 우루루 그에게 몰려갔다.

파킨슨을 앓으며 최근에 그래엠은 수도없이 넘어져서 다치기 일쑤였다.

그러나, 우리가 황급히 부르자 다가온 간호사의 말에 의하면

사실은 그래엠이 넘어진 것이 아니라

바닥에 앉았다가 스스로 누워버렸다고 했다.

치매가 심해 격리병동으로 옮긴 이유다. 

그는 그래엠이지만 더이상 그래엠이 아닌 순간이 점점 많아졌다.


젊었을 때의 그는 마라톤과 수영 등등의 운동을 즐기던 사람이었고,

학교 교장으로 정년 퇴직을 하셨다.

내가 그를 만났을 때는 퇴직하신 자상하고 아담한 사이즈의 할아버지 셨다.

나는 그래엠과의 대화가 좋았다. 친절했고, 위트있는 그는 좋은 대화 상대였고,

커피를 좋아했다.

여행을 별로 좋아하지 않으셨고,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것을 적응하지 못하신다고 했다.


지금 그의 마음은 어디있는지 이젠 아무도 알지 못한다.

작고 여읜 그의 작은 몸이 어딘가를 알수없는 곳을 바라보며 혼자 무얼갈 계속 중얼 거렸다.

그의 마음은 그를 떠난 것일까..


그래엠의 부인 놀라는 그가 그렇게 상태가 나쁜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그의 남편이 격리된 요양시설에 그가 있는 것에 엄청난 죄책감을 느꼈다.

80이 넘은 그녀가 감당하기엔 그래엠이 상태가 너무 안 좋았고, 위험했으며,

놀라 또한 엄청난 불안과 두려움에 살고있음에 틀림이 없었다.

모두에게 지금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었다.


나와 레이는 삶의 끝이, 나이든다는 것이 잔인하다는 얘기를 나누었다.

레이는 삶의 끝에 자신을, 마음을 잃게 된다면 자기가 사랑하는 바다에서

다이빙을 하고 싶다고 했다.

레이의 와이프인 페니에게 약속을 받기까지 했다. 살아있지만, 살지 않은 날이 온다면

자신을 보내달라고 했다. 

모든 삶의 끝은 마주하기 힘든 슬픔 일이지만, 

삶의 끝에 치부를 드러내야하는 병마는 잔인하게 사람을 그리고 주변인들을 뒤덮어버린다.


누군가의 자상한 선생님이었고,

다정한 아빠였고,

든든한 남편이었고,

내겐 아이처럼 장난치던 좋은 사람

진짜 그래엠만을 기억한다.

그래엠이 아닌 그래엠을 지워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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