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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 정리는 언제나 마음보다 늦게 온다

by 청아

정리는 늘 뒤늦게 찾아옵니다.


마음이 먼저 준비되어야 물건도 떠나보낼 수 있는데, 삶은 그런 여유를 잘 주지 않습니다.

쌓여 있는 건 박스와 물건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우리의 시간과 감정들입니다.


나는 감정이 먼저 움직이는 사람이고, 남편은 이성이 먼저 반응하는 사람입니다. 그 차이는 사소한 일상에서부터 스며들어왔습니다. 같은 공간에 살아도, 우리는 늘 서로 다른 질서로 세상을 정리해 왔습니다.


그의 질서 속에서 나는 종종 숨이 막혔습니다.
나의 감정 속에서 그는 종종 길을 잃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감정의 방'과 '이성의 집' 사이에서 살아가는 두 사람의 기록입니다. 버리지 못한 것들과 너무 쉽게 버린 것들, 그 사이에서 흘러간 말과 남은 마음들을 하나씩 꺼내봅니다.


매주 월요일과 일요일, 한 주의 시작과 주말의 끝자락에서 이 이야기들을 하나씩 풀어놓으려 합니다.

누군가의 일상 속에서도 '정리되지 않은 마음'이 작은 위로가 되기를 바라며.


《우리의 정리법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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