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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감정의 방, 이성의 집>

by 청아

아침의 공기는 차분했지만, 그 속에는 보이지 않는 긴장이 흘렀습니다.


딸아이가 "자전거 타러 가자!"며 신이 나 있었고, 나는 그 말에 맞춰 마음속으로 주말의 평화를 그렸습니다. 하지만 잠시 한눈을 판 사이, 아이는 태블릿 화면 속으로 빠져들었습니다. 안방에 있어서 장면이 보이지 않았지만 아빠의 말 한마디가 귀에 들어왔습니다.


"이제 안 가."


남편의 목소리는 단호했습니다. 약속했는데 행동하지 않았으니 그는 계획을 취소했습니다. 그의 논리는 언제나 이렇게 명확했습니다.

아이가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그 울음 속에서 나는 오랜 익숙함을 느꼈습니다. 그가 질서를 세울 때마다, 나는 그 질서 밖에 남겨진 감정들을 줍습니다. 버려진 장난감처럼, 치워지지 않은 마음처럼.


"아빠가 말했지. 준비하지 않으면 못 간다고."
“아빠가 안 간다고 했어? 그런데 너는 어떻게 했어?”


그의 설명은 차분했고, 논리적이었습니다. 언제나 그렇듯 옳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옳음'이 내 마음에는 '서늘함'으로 남습니다.

함께 살아오며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그가 틀린 적은 거의 없지만, 그것이 꼭 따뜻한 건 아니라는 것. 결혼 생활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살아가는 온도의 문제일지도 모릅니다.


그의 온도는 늘 일정합니다.
나는 날씨에 따라 달라지고요.
때로는 그 차이를 사랑이라 불렀고, 이제는 피로라 부르게 되었습니다.


아이의 울음이 잦아든 뒤, 그는 말없이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나는 거실에 남아 흩어진 것들을 바라봤습니다.

책, 장난감, 접히지 않은 빨래, 어제의 컵.
그리고 정리되지 않은 감정들.

그는 물건을 치우면 끝이라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나는 그 물건에 담긴 이야기까지 정리해야 한다고 믿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그의 정리는 빠르고, 나의 정리는 느립니다. 그의 방법은 효율적이고, 나의 방법은 비효율적일 때도 있습니다.

그날 아침, 자전거를 타지 못한 건 아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우리 셋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멈춰 있었습니다.


며칠 뒤, 나는 다시 박스들을 마주하게 될 것입니다. 버려야 할 것과 남겨야 할 것 사이에서, 그와 나는 또 다른 온도로 마주 서게 될 것입니다.

정리는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마음도, 공간도, 우리도.


다음화 <정리되지 않는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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