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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hni Feb 06. 2024

외력과 내력

<나의 아저씨>

 많은 이들이 본인의 인생작이라고 했지만 나는 워낙 드라마를 잘 보지 않는지라 무시하고 있었다. 드라마의 분위기도 어두운 듯하여 그것도 내 취향이 아니었다. 그래서 몇 번 관람을 시도하다가 포기한 것이 한 두어번 된 것 같다. 

 그러다가 다시 이 드라마를 정주행하게 된 것은 다른 이유가 아닌 바로 그 이유 때문이다. 내가 좋아하던 배우를 그리워하는 마음으로. 결국 이번에는 정주행에 성공했다.


 결론을 말하자면 기대가 컸던 것인지, 나의 인생작으로 뽑을 정도는 아니었다. 물론 몇몇 에피소드에서는 눈물을 흘리기도 하였다(예를 들면 지안을 위해 동훈이 사채업자 광일을 찾아가서 난투극을 벌이는 대목. 그 장면을 지안이 휴대폰으로 몰래 듣는 장면 등등). 


 그리고 오랫동안 기억할만한 좋은 대사들도 있었다. 예를 들면, '잘 사는 사람은 좋은 사람이 되기 쉽다', '과거 일에 대해서 아무 것도 아니다라고 생각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와 같은 대사들이 인상 깊었다. 

이미지 출처 : tvN

 그 중에서도 백미는 구조기술사인 동훈이 건물의 '외력'과 '내력'에 대해 설명하는 부분이 아니었나 싶다. 동훈은 한 에피소드에서 건물에는 지진, 바람 등 건물을 무너뜨리려는 다양한 외력이 작용하며, 이를 이겨내기 위해서는 건물 내부에 견디는 힘인 내력이 있어야 한다고 설명한다. 

 사람이 감당할 수 있는 내력보다 더 강한 외력이 발생할 때 사람들은 무너진다. 그래서 사람들은 강한 내력을 키우기 위해서 자신만의 수양을 하기도 하고, 신앙의 힘을 빌리기도 한다. 운명의 힘을 절감한 인간은 자신의 힘으론 어찌할 수 없는 연약함을 느끼고 절대자를 찾고 의지하게 된다.


 극중에서 지안이 동훈이 자신에게 한 '착하다'라는 말을 반복 재생해서 듣는 것처럼, 우리 모두는 누군가로부터 위로의 말을 듣고 싶은 것은 아닐까? 내부의 힘을 키우기 위해서는 외부의 강력함을 필요로 하는게 아닐까? 위로와 응원의 말들은 각박한 세상에서 잠시 피해갈 수 있는 피난처가 되어준다. 

 시편을 비롯한 성경의 많은 부분에서 저자들은 하나님을 '나의 힘, 나의 요새, 환난날의 피난처'라고 고백한다. 이러한 고백은 세상이 험해질 수록 더욱 인간의 마음 속에서 버팀목이 되어줄 것이다.

'여호와 나의 힘, 나의 요새, 환난날의 피난처시여 민족들이 땅 끝에서 주께 이르러 말하기를 우리 조상들의 계승한 바는 허망하고 거짓되고 무익한 것 뿐이라'(예레미야 16장 19~21절)


 좋은 배우가 너무 이르게 우리 곁을 떠난 것을 안타까워하며 그가 이제는 '지안' 즉, 평안에 이르렀기를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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