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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hni Apr 10. 2024

내가 쓴 가면과 내가 씌운 가면

<복면가왕>

복면가왕그 인기의 비결     

 출중한 노래실력을 가지고 있는 스타들이 출연하여, 가면 뒤에 자신을 가리고 노래를 열창하는 인기 예능 프로 「복면가왕」이 벌써 9주년을 맞았다. 2015년 2월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시작한 프로그램의 인기는 지금도 식을 줄 모른다. 「복면가왕」의 인기 비결은 무엇일까? 그 이유는 부제에서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프로그램의 부제는 ‘미스터리 음악쇼’인데,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음악 프로그램에 추리적인 요소를 융합한 것이 성공 요인으로 보인다. 참신한 기획으로, 천편일률적인 오디션 프로그램에 식상해진 시청자들을 끌어 모았을 뿐 아니라 해외에도 포맷이 수출됐다.


 특수 제작한 복면을 쓰고 8명의 스타들이 무대에 오르는데, 2명씩 짝을 이뤄 경연을 한 후, 패배한 쪽이 복면을 벗는 방식의 토너먼트다. 음악에 일가견이 있는 연예인  판정단이 나름대로 가면 뒤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추측하는 동안에 시청자도 추리를 하는 쏠쏠한 재미가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 프로그램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복면에 감싸인 스타가 얼굴을 드러내는 바로 그 순간이다. 이 때 사람들은 자신이 예상하던 인물이 나오면 예측이 맞았다고 환호하고, 전혀 예상 밖의 인물이 나오면 경악을 금치 못한다. 후자의 경우는 ‘아니, 저 사람이 정말 저렇게 노래를 잘했단 말인가?’에서 오는 놀라움이라 할 수 있다. 


 우리는 몇몇 연예인들에 대해서 고정된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아이돌 가수의 경우에는 그저 외모에 공을 들인 멋진 선남선녀일 뿐, 노래는 기계가 만들어주는 것이라는 선입견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그것은 단지 기획사의 컨셉이었을 뿐 실제로는 출중한 가창력을 선보일 때 우리는 신선한 충격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케이스는 ‘걸스데이’의 소진, ‘미스에이’의 민 그리고 ‘에프엑스’의 루나 등등 끝없이 나열할 수 있다. 이들은 모두 걸 그룹이라는 제한에 갇혀 개인 기량을 뽐내지 못하다가 마음껏 노래를 불러 한(?)을 푼 인물들이다.


 아이돌뿐만이 아니다. 그저 웃기는 일밖에 할 줄 모른다고 생각했던 개그맨들의 가창력은 그들을 새로운 눈으로 보게 만든다. 출연진 중에서는 바로 고명환과 김태균이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이외에도 새침하다 못해 냉정해 보이던 외모와 달리 열정적으로 노래를 한 아나운서 김소영, 사극에서 근엄한 연기를 선보이다가 멋진 노래를 선사한 탤런트 안재모 등이 반전의 주인공들이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인상적인 출연자 중 한 명은 바로 홍석천이다. 가발을 쓰고 중후한 목소리로 노래를 부른 인물이 평소 중성적 이미지로 알려진 그였을 줄이야! 


 물론 요즘의 「복면가왕」은 정체를 숨기기 위해 가성을 사용한다던지, 여장을 하고 나타나 성별을 속인다던지 하는 등으로 편견을 깨자는 취지에 맞지 않게 단순히 시청자 속이기에 전력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자, 이제 인기 예능 「복면가왕」이 우리에게 이야기하는 두 가지 가면에 대해 논해보도록 하자.     

이미지 출처 : MBC 홈페이지

 내가 쓴 가면     

 「복면가왕」의 출연자들은 복면을 쓸 때 비로소 자신을 짓누르던 가면을 벗을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 김소영 아나운서가 ‘복면을 쓰니 무슨 짓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한 것이 바로 그런 의미에서 한 말이다. 가면을 쓰면 이성의 규제에서 벗어나 일탈할 수가 있고 여기서 사람들은 본능적 욕구를 해소하며 자유를 누리기도 한다. 영화에서도 이런 소재가 자주 등장했는데 「마스크」, 「반칙왕」, 「아이즈 와이드 셧」 등이 바로 그런 영화들이다.  


 사람들은 상황에 따라 몇 가지 가면을 쓰고 생활한다. 회사에서의 복면, 가정에서의 복면 그리고 교회에서의 복면 등. 중국의 변검처럼 하루에도 수없이 가면을 바꿔쓰다보면 떠오르는 질문, ‘정말 나의 얼굴은 무엇일까?’ 만약 자신의 맨 얼굴이 아닌 가면을 쓰고 살고 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 그것은 어쩌면 타인으로부터 인정받고 칭찬받고 싶은 욕구 때문에 쓰는 위선의 가면일지도 모른다. 


 진정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타인에게 미움 받을 것을 각오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센세이션을 일으킨 책 <미움 받을 용기>는 인정욕구를 버리라고 주장하며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타인의 인정을 바라고 타인의 평가에만 신경을 기울이면, 끝내는 타인의 인생을 살게 된다.’ 우리는 이미 하나님의 자녀라는 정체성이 확립이 되어 있다. 그리고 하나님이 주신 은사는 모두가 다 다르다. 이 세상에 나라는 존재는 하나밖에 없다. 이런 나를 하나님이 사랑하신다. 이런 믿음이 있다면 세상의 기준에 맞춰 타인을 위해 가면을 쓰는 일은 없을 것이다. 

    

  내가 씌운 가면     

 한편, 도리어 내가 타인에게 씌운 가면도 존재한다. 세상의 가치관에는 잘못된 것이 참 많다. 그 중의 대표적인 것이 외모를 통한 편견이다. 예를 들어, 우리는 뚱뚱한 사람을 보면 그가 먹을 것만 탐내고 둔할 것이라는 식의 선입견을 가진다. 이는 대중매체가 스테레오 타입(고정관념)으로 그렇게 우리에게 주입한 탓이기도 하다. 그러나 사실 우리는 그의 일부분만을 보았을 뿐이다. 그가 어떤 인물인지는 실제로 겪어봐야 알 수 있는 일이다. 


 보는 것이 도리어 우리의 눈을 어둡게 만드는 것일지도 모른다. 저명한 작가인 말콤 글래드웰은 그의 저서 <블링크>에서 유럽에서 있었던 한 ‘장막 오디션(screened audition)’을 소개한다. 트럼본 연주자 아비 코난트는 뮌헨 필하모니 오케스트라에 들어가기 위해 33인의 지원자 중 하나로 장막 오디션을 받는다. 코난트가 출중한 실력으로 당당히 합격하고 심사위원 앞에 모습을 드러내자, 그들은 모두 경악한다. 바로 코난트가 남자가 아닌 여성이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보수주의적인 오케스트라에서 제 1 트럼본이 되기 위해 무려 8년의 세월을 편견과 싸운다.


 어쩌면 「복면가왕」은 스타들의 얼굴을 가리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눈을 가리는 것 일 수도 있다. 그래서 오로지 음악에만 집중하게 만든다. 

 내가 사람들을 볼 때 그 위에 덧씌우는 이미지가 있다면 그것은 무엇일까. 세상의 편견으로 가면을 씌우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시선으로 그 사람의 진정한 내면을 볼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한다. ‘...내가 보는 것은 사람과 같지 아니하니 사람은 외모를 보거니와 나 여호와는 중심을 보느니라’(사무엘상 16장 7절).     


 지금까지 예능 프로그램 「복면가왕」을 중심으로 가면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사실 「복면가왕」 뿐 아니라 우리가 쓰고 있는 가면에 대한 이야기는 많은 콘텐츠에서 다루고 있다. 이런 ‘가면’ 이야기가 꾸준히 등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내 맘처럼 되지 않는 불만스러운 현실에서, 가면을 쓰고 또 다른 내가 되고 싶은 욕망 때문이 아닐까?

 결론적으로 말해 우린 앞서 이야기한 두 가지 가면을 모두 벗어야 한다. 하나님의 은혜로 가면을 벗고 진실된 모습으로 나와 그리고 타인과 대면해야 한다. 그렇게 될 때에야 진정한 행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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