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제는 다다익선이 아니다
겨울철이 되면 "비타민 C를 많이 섭취하라"는 말을 각종 미디어를 통해 자주 접한다. 추운 날씨와 건조한 환경으로 감기에 걸리는 사람들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비타민 C는 면역 세포 기능을 강화해 감기, 독감, 코로나 같은 호흡기 질환에 대한 저항력을 높여준다 [1].
'콜라겐' 생성을 촉진하여 피부를 탄력있게 만들고, '멜라닌' 생성은 억제해 기미·주근깨를 완화하고, '항산화' 작용으로 피부 노화를 늦출 수 있기에 여성들에겐 필수 비타민이다 [2].
그 외 피로회복, 철분 흡수, 스트레스 완화, 심지어는 암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약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영양제 중 하나다 [3].
수용성 비타민이니 부작용이 없어 많이 먹을수록 좋다는 주장도 있어, 요즘 하루 수천 mg의 비타민 C를 섭취하는 이른바 ‘메가도스 요법’(megadose·고용량 복용)을 선호하는 사람들도 많다(*참고: 비타민 C 하루 권장량 100mg).
하지만 우리 몸에서 필요한 영양소는 '다다익선'이 아니라 '과유불급'인데, 이렇게 많이 먹어도 되나? 는 의문이 생겨 비타민 C에 대한 문헌을 찾아보았다. (*영양제는 다다익선이 아니다 -> https://brunch.co.kr/@mhsong21/39 )
16-18세기 대항해 시대, 수개월씩 바다를 떠도는 선원들은 잇몸에서 피가 나고, 상처가 낫지 않고, 온몸에 피멍이 드는 병에 걸려 많은 이들이 죽어갔다. 이 병이 바로 괴혈병(壞血病, scurvy)이다. 포르투갈 탐험가 바스쿠 다가마의 인도 항로 발견 항해에서 180명의 선원 중 100명이 이 병에 걸려 사망했다. 당시에는 세균이나 영양소 개념도 없었다. 의사들은 “바닷공기 때문”, “게으름”, “체액 불균형” 같은 설명을 내놓았지만, 이 질병의 원인을 정확히 알 수 없었기에 선원들은 계속 죽어갔고, 이 병을 해적 이상으로 두려워했다 [4].
하지만 한 가지 이상한 점이 있었다. 같은 배를 타도, 어떤 사람은 괴혈병에 걸리고 어떤 사람은 멀쩡했다.
1747년, 영국 해군 군의관 제임스 린드(James Lind)는 괴혈병 환자들을 대상으로 서로 다른 식품을 먹이는 실험을 했다. 그 결과는 분명했다. 레몬과 오렌지를 먹은 사람들만 회복되었다. 이 실험은 역사상 가장 이른 형태의 임상실험이었지만, 왜 이 과일들이 괴혈병을 낫게 하는지는 몰랐다. 많은 과학적 사실들이 연구의 초반기에 무시당하는 것처럼, 린드의 보고도 당시 유럽 의사들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그 이후 영국 선원들은 린드의 조언에 따라 장거리 항해를 떠날 때는 레몬과 오렌지를 반드시 배에 실었다. 이러한 조치로 인해 영국 해군이 더 막강한 힘을 가진 근원이 되었다는 설도 있다 [5].
이후 복잡한 역사적인 과정을 거쳐 1930년대, 헝가리 과학자 알베르트 센트죄르지(Albert Szent-Györgyi)는 파프리카와 부신 피질에서 괴혈병을 막는 산성 물질을 분리해 냈다. 그는 이 물질을 '아스코르브산 (Ascorbic acid)'이라 명했는데, 아스코르브의 ‘아(a)’는 없다는 뜻이고 스코르브는 ‘스커비(scurvy)’에서 나온 말이니 "괴혈병을 막는 산성물질”이란 뜻이다. 그는 이 공로로 1937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다 [6].
비타민(vitamin)은 라틴어로 생명을 의미하는 ‘vita’와 유기화합물을 뜻하는 ‘amine’의 합성어로, 매우 적은 함량이지만 생명유지에 꼭 필요한 물질이다. 비타민 D를 제외한 모든 비타민들은 인체에서 합성되지 않기에 반드시 음식을 통해 섭취해야 한다. 비타민은 발견된 순서에 따라 알파벳이 차례로 붙어 A, B, C.. 등으로 이름을 붙이는데, 아스코르브산은 비타민 A와 B에 이어 세번째로 발견된 비타민이었기에, 비타민 C라고 불리게 된 것이다 [7].
놀랍게도 사람과 유인원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동물들은 매일 자신의 몸에서 비타민 C를 합성해 낸다 [8].
사람은 포도당을 비타민 C로 바꾸는 생합성의 마지막 단계에 꼭 필요한 '굴로노락톤 산화효소(GULO; L-gulonolactone oxidase)' 유전자가 약 4,000만년 전 비활성화 되어 작동을 못하기에, 비타민 C를 식품을 통해 섭취해야 생존할 수 있다 [9].
그 이유는 우리 조상들이 살던 환경에 있다. 약 4,000만~6,000만 년 전 대부분의 초기 영장류는 과일이 풍부한 열대 숲에서 살았다. 그 결과, 식단 자체에 비타민 C가 풍부했으며 몸에서 따로 만들지 않아도 부족하지 않았기에 GULO 유전자는 기능을 서서히 잃어갔다. 필요하지 않은 기능에 대해선 자연선택이 ‘관심’을 갖지 않는 것이 진화의 기본 원리며, 필요 없는 기능은 점점 사라진다. 굳이 체내에서 비타민 C를 합성하는데 에너지를 낭비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10,11,12].
이것은 인간이 유전적으로 '채식'에 적합하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인간은 잡식동물인가? -> https://brunch.co.kr/@mhsong21/48 )
따라서 인간은 매일 신선한 과일·채소를 먹어 비타민 C를 충분히 섭취해줘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최근 이 의문에 답이 될만한 놀라운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다.
2022년, 미국 국민건강영양조사(NHANES 2003–2006)에 참여한 9천9백명 성인을 대상으로 단순한 '섭취량(설문조사)'이 아닌 '혈중 비타민 C 농도'를 측정하여 신뢰도를 높이고, 평균 10년 이상 장기 추적 관찰해 비타민 C가 사망률을 낮출 수 있는지를 조사했다.
비타민 C 혈중 농도가 높을수록 사망 위험이 낮아지는 것이 아니라, 혈중 농도가 높을수록 사망 위험이 더 증가했고, 낮아도 역시 사망 위험이 증가하는 'U자형 곡선'을 보였다 (아래 그래프).
적정 농도를 유지한 그룹은 사망률이 가장 낮았지만, 혈중 농도가 가장 높은 그룹(과잉 섭취 추정)은 적정 그룹 대비 총 사망률 33% 증가, 심혈관질환 사망률은 무려 60%나 증가했다.
이 연구는 관찰 연구이므로 인과관계를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비타민 C는 많이 먹을수록 건강에 좋다"거나 "많이 먹어도 해롭지 않다"는 말이 진리는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비타민 C는 분명 우리 몸에 꼭 필요한 영양소다. 적절한 비타민 C 섭취는 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을 낮춘다는 연구가 반복해서 보고되어 왔다 [14,15].
하지만 이 연구의 메시지는 '적절함'과 '과도함'은 다르다는 것이다. 즉, 이미 충분한데 더 넣는다고 해서 더 좋아지는 것은 아니라는 걸 데이터로 증명했다.
쉬운 예로, 스마트폰의 배터리가 1% 일 때 충전기를 꽂으면 스마트폰이 꺼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사망률 감소). 하지만 배터리가 이미 100% 찼는데 계속 충전기를 꽂아둔다고 해서 배터리가 200%가 되거나 성능이 2배로 빨라지지 않고 오히려 배터리 손상(수명 단축)의 위험 때문에 좋지 않다. 우리 몸의 비타민 C도 이와 같다. 빈 곳을 채울 때는 약이지만, 넘치는 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비타민 C 메가도스 요법에 대한 문제점은 이미 여러 차례 제기되었다.
대표적으로는 고용량 섭취 시 옥살산 증가로 인한 "신장 결석" 위험이다. 비타민 C는 체내에서 대사되면서 일부가 옥살산(Oxalate, 수산)으로 변환하는데, 이 옥살산이 소변 내 칼슘과 만나면 수산화칼슘(Calcium Oxalate)이라는 결정 형태의 물질이 된다. 이것이 바로 결석의 주성분이다. 고용량 비타민 C 섭취 시 소변 내 옥살산 증가로 인해 신장 결석 위험이 높아진다 [16].
비타민 C와 신장 결석에 대한 가장 큰 연구인 미국 간호사 건강 연구(NHS)에 참여한 여성 약 15만명과 의료 전문가 추적 연구(HPFS)에 참여한 남성 약 4만명을 11년 이상 추적 관찰한 결과, 기준량인 하루 90mg이하(*미국 하루 권장량 90mg)로 섭취한 사람에 비해 하루 500mg 이상 섭취하면 29%, 하루 1000mg 이상 섭취하면 43% 더 많은 "신장 결석"이 발생했다. 흥미롭게도 이 결과는 남성에게만 해당이 되었고 여성에서는 관련이 없었는데, 이는 성별에 따른 대사 차이 때문이라 추정했다 [17].
물론 모든 사람이 동일한 위험을 겪는 것은 아니다. 개인적으로 고용량을 오래 복용해도 문제없이 건강하게 지내는 분들은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개인의 체험이 모든 사람에게 안전함을 증명하지는 않는다. 의학은 “누구는 괜찮았다”가 아니라 집단 전체에서 위험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데이터를 중심으로 본다. 명확한 이득이 증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장기간 고용량 비타민 C를 복용"할 필요가 있는지는 다시 생각해 봐야한다.
참고로 인체에는 약 1.5g의 비타민 C (*20mg/kg)가 세포 및 혈액 속에 함유되어 있고, 매일 약 3%가 손실된다. 비타민 C는 하루 10mg 정도만 섭취해도 괴혈병은 예방되고, 이는 레몬주스 15cc 를 마시는 것으로 쉽게 충족된다 [18]. 비타민 C 공급이 완전히 중단되고 1-3개월 정도 지나야 괴혈병 증상이 나타난다 [19].
활성산소(reactive oxygen species, ROS)라는 독성 물질이 있다.
자동차가 휘발유와 산소를 이용해 엔진에서 동력을 얻듯이, 우리 몸은 포도당과 산소를 이용해 미토콘드리아에서 에너지를 만든다. 그 과정에서 생기는 부산물로 자동차에서는 배기가스가 발생하고, 인체에서는 활성산소가 발생한다. 따라서 사람이 살아있는 한 활성산소의 발생을 피할 수는 없다.
활성산소를 분자생물학적 관점에서 보면 '유리기(遊離基, free radical)'라고 한다. 정상적인 세포의 분자에는 전자(electron)가 짝을 이루어 존재하나, 어떤 이유로 전자가 짝을 이루지 못하면 불안정한 상태인 유리기가 된다. 유리기는 다른 분자에서 전자를 빼앗아 안정해지려는 성질 때문에 주변 세포들을 공격해 전자를 강탈하며, 이 과정에서 공격당한 세포는 손상된다 (아래 그림) [20].
활성산소가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다. 우리 몸의 면역계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백혈구가 세균이나 바이러스를 죽일 때 활성산소를 이용해 살균 작용을 한다 [21].
손상된 세포나 돌연변이 세포가 스스로 죽게 만드는 세포자멸사(Apoptosis)를 유발하는데도 활성산소는 신호 전달 역할을 한다 [22].
즉, 적당량의 활성산소는 우리 몸에 꼭 필요하다.
문제는 '과잉'이다.
활성산소가 너무 많아지면 "철이 공기 중에서 녹슬듯" 우리 몸의 각종 세포에도 '산화작용'이 일어나 미토콘드리아가 손상되고 세포막, 단백질, 지질, DNA 등 다양한 조직에 구조적 변화를 야기한다 (아래 그림) [23].
그 결과 심혈관질환, 당뇨병, 호흡기질환, 치매 및 신경계질환, 간 및 신장질환, 피부노화, 암 등 다양한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아래 그림) [24,25,26].
하지만 활성산소를 너무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우리 몸은 이미 활성산소를 처리하는 방어 장치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깎은 사과가 갈색으로 변하는 것은 산화작용 때문인데, 깎은 사과 표면에 레몬즙을 바르면 갈변 현상이 없어진다. 이런 물질이 '항산화물질'이고, 레몬즙에 든 비타민 C가 그 기능을 한다.
'항산화물질'에는 인체에서 만들어지는 물질(효소)과 식품으로 섭취하는 물질(비타민)이 있다. 인체에서 만들어지는 물질은 슈퍼옥사이드 디스무타제(SOD), 카탈라제, 글루타치온, 코엔자임 Q10 등이 있다. 식품으로 섭취하는 물질은 비타민 C(아스코르브산)와 비타민 E(토코페롤), 카로티노이드(베타카로틴, 루테인, 라이코펜), 폴리페놀(카테킨, 레스베라트롤, 이소플라본, 안토시아닌, 퀘르세틴) 및 셀레늄, 아연 등 미량원소도 포함된다 (아래 도표) [27].
이들 항산화물질들은 활성산소를 중화하여 물·산소 등 무해한 형태로 바꾸고, 손상된 조직 회복에 도움을 준다 [28].
1969년 미국 듀크대학의 맥코드(McCord)와 프리도비치(Fridovich) 교수팀이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효소인 '수퍼옥사이드 디스뮤타제 (SOD;Super Oxide Dismutase)'를 발견한 것을 계기로 항산화제 개발을 통한 질병 치료와 노화 억제에 대한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29].
SOD는 강력한 항산화 효소다. '활성산소'가 SOD를 만나면 부족한 전자를 건네받고 '과산화수소(H2O2)'가 된다. 이후 과산화수소는 카탈라제와 글루타치온을 만나 물(H2O)로 변해 몸 밖으로 배출된다. 미국 존스 홉킨스 의과대학 연구팀은 모든 만성 질환의 90% 이상은 활성산소로 인해 생긴다고 했다 [30].
이제 인류는 SOD를 비롯한 '항산화물질'들을 이용해 활성산소를 없애면, 노화로 인한 각종 퇴행성 질환에서 해방되어 건강 장수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이에 항산화물질을 이용한 임상 연구가 국가적인 차원에서 활발히 진행되었다.
그런데..
이런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연구들이 1990년대에 발표되었다.
1994년 발표된 ATBC(Alpha-Tocopherol, Beta-Carotene) 연구는 의학 역사상 가장 중요하고도 충격적인 결과를 안겨준 연구 중 하나다.
당시 과학자들은 채소와 과일에 들어 있는 항산화제인 베타카로틴(비타민 A 전구체)과 알파-토코페롤(비타민 E)이 암을 예방할 것이라 믿었다. 특히 담배를 많이 피우는 사람들은 몸속에 유해한 활성산소가 많기에, 이 "항산화 영양제"들이 폐암을 막아줄 것이라는 기대가 컸었고, 이 가설을 증명하기 위해 핀란드 국민을 대상으로 핀란드 국립보건원과 미국 국립암연구소의 공동연구로 '역사상 가장 큰 폐암 예방 연구'가 시작되었다 [31].
1985년에서 1993년까지 하루에 담배를 5개비 이상(평균 1갑) 피우는 남성 흡연자(50-69세) 약 2만9천명을 대상으로 '이중맹검(Double-blind)' 방식으로 대규모 연구를 진행했다. 매일 약을 먹는 참가자도, 약을 주는 의사도 누가 진짜 영양제를 먹는지 모르게 하여 실험의 객관성을 높였다. 평균 6.1년 진행된 연구의 결과는 참담했다. "항산화 영양제를 먹으면 폐암이 줄어들 것"이라 기대했으나 알파-토코페롤은 아무 효과가 없었고, 베타카로틴을 먹은 그룹에서 폐암 발생률이 18% 더 높게 나와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아래 그래프 -> 베타카로틴을 복용한 사람들(실선)이 시간이 갈수록 이를 복용하지 않은 사람들(점선)에 비해 폐암이 더 많이 발생했다) [32].
"비타민이 암을 막아줄 줄 알았는데, 흡연자가 베타카로틴 알약을 먹었더니 오히려 폐암에 더 잘 걸렸다."는 결론이 나온 이 논문은 현대 의학에서 '근거 중심 의학(Evidence-Based Medicine)'의 중요성을 일깨워준 기념비적인 연구가 되었다.
위 ATBC 연구의 충격적인 결과 이후, 과학계는 이것이 일시적인 오류인지 아니면 정말 비타민 보충제가 위험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후속 연구들을 진행하였다.
1996년,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의학저널 중 하나인 NEJM에 미국암연구소의 후원으로 이루어진 CARET(Beta-Carotene and Retinol Efficacy Trial) 연구가 발표되었다.
이 연구의 핵심 목표는 더 강력한 항산화제의 조합은 어떨까? 로 베타카로틴에 비타민 A(레티놀)를 추가로 섞은 '강력한 항산화 칵테일'이 폐암을 막아줄 수 있는지 확인하려 했다. 폐암에 걸릴 확률이 매우 높은 고위험군(담배를 많이 피우는 흡연자 또는 직업적으로 석면에 노출되어 폐암 위험이 큰 노동자) 약 1만8천명을 평균 4년 추시 관찰한 결과, 영양제를 먹은 그룹의 건강 상태가 가짜 약을 먹은 그룹보다 훨씬 더 나빠졌다. 폐암 발생률 28% 증가, 심혈관질환 사망률 26% 증가, 전체 사망률 17% 증가되는 충격적인 결과가 나오면서, 실험을 계속하는 것이 윤리적으로 위험하다고 판단되어, 이 연구는 원래 계획된 기간보다 21개월이나 일찍 "강제로 중단"되었다 (*아래 그래프 설명 -> Fig 1. 베타카로틴과 비타민 A를 복용한 사람들(Active treatment)이 복용하지 않은 사람들(Placebo)에 비해 폐암이 더 많이 발생했다. Fig 2. 전체 사망률과 심혈관 질환 사망률도 더 많이 발생했다) [33].
당시까지 여러 연구결과들에서 활성산소로 인한 산화스트레스는 노화, 심장병, 암의 주범으로 밝혀지고 있어, 폐암이나 심장병 발생의 위험이 높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안전한 '항산화제'로 알려진 베타카로틴(비타민 A 전구체), 알파-토코페롤(비타민 E), 레티놀(비타민 A)을 꾸준히 복용시키면 당연히 폐암은 물론 심장병까지 좋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다. 그러나 국가에서 연구비를 지원한 두 개의 큰 임상연구에서 ‘항산화제'를 복용하는 것이 오히려 더 나쁜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영양제는 안전하다"는 믿음이 깨지고, 아무리 몸에 좋은 영양소라도 인위적으로 농축된 알약(보충제) 형태로 먹을 때는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생길 수 있음을 증명한 이 연구 이후, 전 세계 보건 기관들은 '흡연자는 베타카로틴 보충제를 절대 고용량으로 섭취하지 말 것'을 강력하게 권고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후원으로 전립선에 좋다고 알려진 비타민 E와 셀레늄이 전립선암을 예방할 수 있는지를 미국, 캐나다, 푸에르토리코에서 50세 이상 남성 약 3만5천명을 대상으로 "역사상 가장 큰" 암 예방 실험인 'SELECT(Selenium and Vitamin E Cancer Prevention Trial)' 연구를 2001년에 시작했다. 이 연구는 12년간 계속할 계획이었으나, 8년 뒤 조기 중단되었다. 이유는 비타민 E 보충제 복용자에게서 평균 7년 추적 관찰 기간 동안 전립선암이 17% 증가했기 때문이다. 보충제는 전립선암 예방에 아무런 효과가 없을뿐만 아니라 오히려 전립선암 위험을 증가시켰다 [34].
'SELECT' 실험 참가자를 대상으로 한 후속 연구에서 셀레늄 보충제는 셀레늄 결핍이 있는 남성에게는 무해했으나, 이미 셀레늄 수치가 높은 남성에게 투여했을 때는 악성도가 높은 전립선암 위험을 91%나 증가시켰다 [35].
이 놀라운 소식은 The New York Times, The Washington Post, USA Today, The Guardian 등 많은 언론에서 보도하였다.
시애틀에 있는 프레드 허친슨 암 연구 센터의 책임자인 앨런 크리스탈 박사는 사람들이 '건강 보조식품'의 효능에 대한 잘못된 정보에 현혹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러한 보충제들은 인기가 많지만, 지금까지 대규모로 잘 설계된 연구에서 만성 질환 예방에 대한 이점이 입증된 적은 없다." "특히 셀레늄이나 비타민 E 보충제는 이점이 전혀 없으며 위험만 있을 뿐이니, 이러한 보충제를 복용하는 남성은 즉시 중단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식이 보충제가 도움이 되거나 적어도 무해하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여러 연구를 통해 고용량 식이 보충제, 즉 영양소의 권장 섭취량보다 훨씬 많은 양을 제공하는 보충제는 암 위험을 증가시키니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36].
ATBC 연구, CARET 연구, SELECT 연구가 비타민 A와 E 보충제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운 이후, 과학계는 비타민 C에 대해서도 대규모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미국 하버드 의대 연구팀이 50세 이상 남성 의사 약 1만4천명 대상으로 매일 '비타민 C' 500mg과 격일로 비타민 E 400 IU를 평균 8년간 장기 복용한 결과, 심혈관질환 발생률에서 비타민 C는 아무런 예방 효과가 없었고, 비타민 E는 출혈성 뇌졸중 발생 빈도를 74% 증가시켰다 [37].
하버드 의대 연구팀이 40세 이상 여성 약 7천6백명을 대상으로 '비타민 C', 비타민 E, 베타카로틴 보충제를 단독 혹은 복합적으로 평균 9년간 장기 투여했으나, 암 발생률 및 사망률에 아무런 예방 효과가 없었다 [38].
비타민 D, 오메가-3 도 마찬가지였다.
하버드 의대에서 주도한 대규모 연구(VITAL; VITamin D and OmegA-3 TriaL)에 따르면, 50세 이상 남성과 55세 이상 여성 약 2만5천명을 대상으로 5년간 매일 고용량(2000IU) '비타민 D'와 오메가-3 를 보충해도 암 발생률이나 심혈관질환 발생률을 감소시키지 못했다 [39].
이러한 일련의 연구 결과들은 전 세계 보건 가이드라인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1. 흡연자 금기 사항: 현재 모든 종합비타민이나 영양제 주의사항에는 "흡연자는 고함량 베타카로틴 섭취에 주의해야 한다"는 경고 문구가 들어가게 되었다.
2. 항산화제의 역설(Paradox of Antioxidants): 적당량의 항산화제는 건강에 좋지만, 필요 이상의 과도한 항산화제는 오히려 산화를 촉진하는 '산화 촉진제(Pro-oxidant)'로 변해 부정적인 효과를 낸다.
3. 천연 식품의 중요성: 알약 하나로 채소와 과일을 대신하려던 시도는 실패로 돌아갔고, 과학자들은 다시 "음식 속에 들어있는 복합적인 영양 성분"의 중요성을 강조하게 되었다.
존스홉킨스 대학에서 미국 성인 6천1백명을 약 28년 추시 관찰한 결과, 과일·채소 섭취량이 많은 군은 적은 군에 비해 총 사망률 37%, 암 사망률 35%, 심혈관질환 사망률 24% 낮게 나왔다. 이러한 결과는 하루 5회 분량 이상의 과일과 채소를 섭취하라는 일반적인 권장사항에 부합되었다 [40].
69건의 관련 연구를 메타분석한 결과, 비타민 C, 카로티노이드, α-토코페롤의 식이 섭취량 또는 혈중 농도가 높을수록 심혈관 질환, 전체 암 발생률 및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위험이 감소했다. 이 결과는 개별 항산화제 자체 효과 때문이 아니라, 과일·채소에 함유된 여러 유익한 성분들의 "복합적인 작용"일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만성 질환 예방을 위해서는 항산화제 '보충제' 복용이 아닌 '식품' 과일·채소 섭취량 증가를 권했다 [41].
아시아, 아프리카, 중동, 남미를 포함한 18개국 약 13만5천명을 대상으로 평균 7.4년 추적 관찰한 결과, 과일·채소·콩류를 많이 섭취하는 경우 적게 섭취하는 경우에 비해 심혈관질환 사망 27%, 비심혈관질환 사망 16%, 전체 사망 19% 감소했다. 하루 3~4회 섭취(375~500g)는 더 많은 양을 섭취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전체 사망률 감소에 효과적이었다 (*1회 분량은 미국 농무부(USDA) 기준인 과일/채소 125g으로 사과 중간 크기 1개 정도의 분량). 과일·채소·콩류 섭취가 많을수록 심혈관질환 위험이 낮아지는 이유는 비타민 C, 비타민 E, 카로티노이드와 '항산화제'들이 동맥 혈관벽의 산화를 방지하고, 혈압을 낮추며, 내피 기능을 개선한다는 것과 '식이섬유'가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하고, 콜레스테롤 및 중성지방 수치를 낮추기 때문이다 [42].
현재 WHO 지침은 하루 최소 5회 분량의 과일 또는 채소 섭취를 권장한다. 그러나 과일·채소 섭취를 늘리기 위한 모든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재 전 세계 섭취량은 권장 섭취량에 미치지 못한다. 주로 저소득 및 중소득 국가 52개국을 대상으로 한 세계보건조사(2002-2003)에 따르면, 하루 5회 분량의 과일·채소를 섭취하는 비율은 22%에 불과했다. 이러한 비율은 선진국도 유사하며 미국은 25%, 영국은 24%이다(*참고로 한국 2022년 25% [43]). 따라서 하루 최소 5회 분량의 과일·채소 섭취를 권장하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중요한 건강 문제 중 하나로 간주되어야 한다 [44].
하버드 보건대학원 자료에 의하면 과일·채소·통곡물에 자연적으로 함유된 '항산화제'는 다양한 만성 질환 예방에 도움이 되지만, 제약회사에서 만든 고용량의 항산화 '보충제'는 식품과 같은 효과를 낼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한다. 예를 들어, 신선한 딸기 한 컵에는 항산화 활성이 높은 영양소인 비타민 C가 약 80mg 함유되어 있다. 하지만 비타민 C 500mg(일일 권장량의 667%)을 함유한 '보충제'에는, 딸기에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안토시아닌이나 플라보노이드와 같은 폴리페놀이 들어 있지 않다. 폴리페놀 또한 항산화 기능을 가지고 있으며 질병 예방에 도움을 준다. 항산화제는 다른 영양소, 식물성 화학물질 등과 함께 작용할 때 가장 효과적이기에 "한가지 성분"으로 만들어진 '보충제'는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45].
다음은 항산화 기능을 가진 영양소와 식품들이다.
· 비타민 C : 브로콜리, 방울양배추, 멜론, 콜리플라워, 자몽, 녹색잎채소(순무, 겨자, 비트, 콜라드), 케일,
키위, 레몬, 오렌지, 파파야, 완두콩, 딸기, 고구마, 토마토, 피망(모든 색깔)
· 비타민 E : 아몬드, 아보카도, 근대, 녹색잎채소(비트, 겨자, 순무), 땅콩, 붉은 피망, 시금치(삶은 것),
해바라기씨
· 카로티노이드(베타카로틴과 라이코펜) : 살구, 아스파라거스, 비트, 브로콜리, 멜론, 당근, 피망, 케일, 망고,
순무, 콜라드 그린, 오렌지, 복숭아, 핑크 자몽, 호박, 시금치, 고구마, 귤, 토마토, 수박
· 폴리페놀 : 케르세틴(사과, 적포도주, 양파), 카테킨(차, 코코아, 베리류), 레스베라트롤(적포도주와
백포도주, 포도, 땅콩, 베리류), 쿠마르산(향신료, 베리류), 안토시아닌(블루베리, 딸기)
① 음식 속 항산화제는 복합 구조로 작동한다
과일·채소에 들어 있는 항산화 성분들은 단일 영양소가 아니라 수백~수천가지 성분이 복합적으로 섞여 있는 형태다. 이 복합 구조는 각 성분이 서로 '시너지'를 내도록 설계되어 몸 안에서 더 효율적으로 작용한다. 단일 영양소만 넣은 보충제와 달리, 식품은 다양한 항산화제가 자연스럽게 조합되어 있어 더 효과적이다.
② 음식은 과잉 섭취 위험이 거의 없다
보충제는 흔히 고용량을 일시에 섭취하는데, 인체는 그것을 한꺼번에 소화하기 어려워 부작용이 종종 발생한다. 예를 들어 비타민 C 고용량 복용시 위장 장애나 설사가 생길 수 있다. 음식을 통해 섭취하는 항산화 성분은 '식이섬유'의 존재로 인해 천천히 흡수되어 부작용 위험이 거의 없다. 식이 섬유는 장내 유익균의 먹이가 되어 전신적인 항염증 효과가 있고, 덤으로 변비도 예방한다. 이는 알약에는 전혀 없는 기능이다.
③ 실제로 음식 기반 항산화소 섭취가 질병 위험 감소와 연관됨
대규모 관찰 연구에서 '식품'으로 섭취한 항산화 성분의 섭취량이 높을수록 심혈관질환, 암, 조기 사망의 위험이 감소한다. 반면, 항산화 '보충제'는 일부 기능 개선에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만성질환 예방 효과는 거의 없다는 결론이 대부분이다.
④ 의학적/영양학적 권장
하버드 공중보건대학 등 주요 기관의 권고 처럼 “하나의 음식 또는 식품 그룹만으로 항산화가 다 해결될 수는 없지만, 과일·채소·견과류·통곡물 등 다양한 항산화 소스가 풍부한 식단을 유지하는 것이 건강에 가장 좋다”는 것이 일관된 메시지다.
참고로 항산화 물질은 색깔별로 종류가 다르다. 그래서 가장 좋은 방법은 다양한 색상의 과일·채소를 매일 먹는 것이다. "Eat the rainbow"를 기억하자 [46].
고기·생선·우유·계란 등 육식에는 비타민 C가 거의 들어있지 않다. 따라서 육식인은 비타민C 결핍이 생기기 쉽고, 채식인은 비타민 C 걱정할 필요가 없다.
<과일 100g 당 비타민 C 함량>은 키위 91mg, 대추 85mg, 딸기 63mg, 오렌지 56mg, 레몬 52mg, 파인애플 41mg, 밀감 31mg, 단감 29mg, 망고 22mg 등이고, <채소 100g 당 비타민 C 함량>은 케일 76mg, 피망 60mg, 시금치 51mg, 풋고추 44mg, 브로콜리 29mg, 양배추 29mg, 연근 28mg, 열무 27mg, 토마토 14mg, 감자 11mg, 고구마 11mg, 상추 11mg 등으로 "하루에 즐겨먹는 과일 1-2개나 채소 100-200g 정도만 섭취해도 비타민 C 하루 권장량인 100mg은 쉽게 충족된다" [47].
비타민C는 수용성 비타민이다. 수용성이란 물에 잘 녹는다고 말이고, 지용성이란 기름에 잘 녹는다는 말이다. 수용성은 소변으로 배출이 잘되고, 지용성은 몸에 축적되니 주의를 요한다(*참고; 비타민 B는 수용성, 비타민 A,D,E,K 는 지용성). 수용성 비타민은 열에 약하기에 자연상태 그대로 먹는 것이 좋고, 하루 필요량 이상 섭취분은 소변으로 배출된다. 신선한 과일·채소를 매일 먹어야 하는 이유다.
생 채소를 배제하고 삶은 채소만을 5년간 섭취 후 괴혈병에 걸렸다는 보고도 있다 (*아래 사진 -> 흑인이 아닌 일본인의 발로 치아와 잇몸 문제로 5년간 삶은 식품만 섭취한 59세 남자에서 발생한 괴혈병으로 양 발에 부종과 출혈이 보인다 [48].
미국에서 심혈관질환과 암은 사망의 2가지 주요 원인이며, 합하면 전체 사망의 약 절반을 차지한다. 염증과 산화 스트레스는 심혈관질환과 암 모두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항염 및 항산화 효과가 있는 보충제를 많이 찾는다. 2023년 발표에 의하면 미국 성인 58.5%는 적어도 1개 이상 보충제를 복용하고 있었다 [49].
한국은 더 많다. 2024년 조사에 의하면 성인 90%가 보충제를 챙겨 먹는다고 한다 (아래 기사) [50].
미국 질병예방 특별위원회(USPSTF)는 정부기관의 영향을 받지 않는 독립기관으로 1차 진료 및 예방의학 전문가들이 모여 증상이 없는 일반 인구, 즉 건강한 사람을 대상으로 질병 예방에 대한 과학적인 지침을 제공하고 있다. 이들은 문헌들을 체계적으로 검토하여 예방 효과의 확실성에 따라 A(매우 확실), B(확실), C(불확실), D(복용 반대), I(근거 불충분)의 등급을 부여한다. 최신판인 2022년 지침에 따르면 비타민 C 보충제는 모든 원인으로 인한 사망률, 심혈관질환 사망률, 암 발생률에 영향을 미치지 않아 등급은 I 로 정했다 [51]. (*하지만 검토한 문헌들이 2010년 이전 것이라 비타민 C 고용량 복용시 심혈관질환 사망률이 60% 높아졌다는 2023년 보고서는 반영이 안 되었다는 점을 참고하시기 바란다.)
베타카로틴과 비타민 E는 당연히 D 권고이고, 그 외 다른 종류의 보충제나 종합비타민은 심혈관질환이나 암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증거가 없어 I 등급으로 결정되었다. 비타민 C와 D는 고용량 투여시는 '신장결석'의 잠재적인 위험이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다른 보충제도 고용량은 부작용이 생길 수 있으니 주의롤 요한다 (아래 표).
이미 특정 질환이 있거나 비타민 C 결핍증(괴혈병 등)이 있는 환자는 의사의 지시를 따라야 한다. 하지만 건강한 사람들은 보충제 대신 균형 잡힌 식단을 통해 과일·채소 등 식품으로 비타민 C를 포함한 영양소를 섭취하는 것이 건강을 유지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임을 강조하고 있다.
사물을 잘 이해하기 위해 자세히 들여다보는 것은 중요하다. 그 사물의 구성 요소들을 찾아 성질을 분석하면 우리가 사물을 좀 더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거의 모든 과학은 이러한 방법으로 사물을 탐구하며 발전해왔다. 이렇게 전체를 잘게 쪼개 각 부분의 성질을 밝혀내면 전체를 알 수 있다고 믿는 패러다임을 '환원주의(reductionism)'라 한다.
하지만 환원주의는 아주 큰 맹점을 하나 가지고 있다.
부분이 모여 전체가 되었을 때는 부분이 가지고 있지 않던 특성이 생겨난다.
고대 그리스의 위대한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전체는 부분의 합보다 크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예를 들어 각 개인이 가진 역량을 1로 볼 때 3명이 모여 일하면 역량이 3이 아니라 4가 될 수도, 5가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특히 영양학에서는 더더욱 그러하다 [52].
우리가 알고 있는 식품 영양소는 약 150개 정도지만, 현재까지 밝혀진 영양 성분은 약 2만6천개에 달한다. 인간이 알고 있는 것은 전체 중 불과 0.6%에 불과하다. 즉 식품 속에 든 99.4%의 영양 성분은 실제 존재하지만 그 기능을 아직 인간의 능력으론 알지 못한다는 말이다 [53,54].
이런 수많은 영양 성분들이 상호작용하여 복잡한 '시너지 효과'를 내는데, 한 두가지 영양소만 가지고 건강을 얘기한다는 건 환원주의적 오류이며 가당치도 않다 [55].
결핍 질환에 대한 영양소 보충은 효과적이지만, 결핍이 없는 상태의 만성 질환 예방에 대한 영양소 연구는 대개 효과가 없거나 때로는 해로운 결과가 나타났다. 음식은 각 성분의 합보다 더 큰 가치를 지닌 '시너지 효과'가 있다. 음식은 약보다 훨씬 복잡하다. "사람은 무엇을 먹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답을 찾기 위해서는 개별 영양소를 따지는 것보다는 음식과 식단에 대한 연구가 더 필요하다. 음식은 각 성분의 합보다 더 큰 가치를 지니기 때문이다 [56].
코로나19 이후 건강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어 홍삼, 비타민, 미네랄, 글루코사민, 콘드로이친, MSM(식이유황), 보스웰리아, 콜라겐, 글루타치온, 프로바이오틱스 등 건강기능식품 산업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 그러나 이런 제품들은 효과가 검증된 의약품이 아니라는 사실을 아는 소비자는 거의 없다. 막연히 몸에 좋겠지 하는 생각에 열심히 챙겨 먹지만, 의학적인 근거가 없는 "과대광고"가 대부분이다 [57].
영양소를 기준치 이상으로 섭취한다고 건강에 도움 된다는 증거는 없다. 많은 건강기능식품에는 근본적으로 영양소가 비정상적으로 높은 농도로 함유되어 있어 간이나 신장 기능에 손상을 주기도 한다 [58].
영양 결핍을 걱정해서 보험이라 생각하고 각종 영양제를 챙겨 먹는다면, 그냥 영양분이 풍부한 식품을 먹는 게 훨씬 더 안전한 보험이다.
모든 영양소는 음식을 통해서 섭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상적인 식사를 하는 사람은 삶에 필요한 영양소를 충분히 공급받는다. 기본적으로 결핍이 없으니 사실상 보충할 것도 없다. 모자라지도 않는 영양소를 영양제로 보충하는 건 "값비싼 소변"을 만들 뿐이고, 돈 낭비에 불과하다 [59].
아무리 잘 만든 영양제라도 식품을 대체할 순 없다.
평소 '저탄고지' 같은 육식 위주의 식습관, 또는 패스트푸드나 간편 냉동식을 주로 드시는 분이라면 비타민 C가 부족할 수 있으니 궁여지책으로 보충제를 쓸 수도 있다. 간혹 감기나 바이러스 질병에 걸렸을 때 면역 기능을 돕기 위해 고용량을 단기간 섭취할 수도 있다. 하지만 평상시 건강을 위해 필요한 것은 '메가도스(과잉 섭취)'가 아니라, 매일 꾸준히 과일·채소를 먹어 '적정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다. 평소 채식 위주의 식단을 실천하시는 분이라면 굳이 비타민 C 보충제를 챙겨 먹을 필요가 없다.
영양소는 '다다익선(多多益善)'이 아니라 '과유불급(過猶不及)'이기 때문이다.
결론, 비타민 C는 많이 먹을수록 좋은 게 아니라, 적당히 먹었을 때 몸에 가장 좋다. 미국 국민건강영양조사(NHANES) 자료에서 시사하는 가장 적정한 혈중 농도는 약 1 mg/dL 전후이며, 이 수치는 보충제 없이 신선한 과일과 채소를 골고루 챙겨 먹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도달할 수 있다.
오늘 당신에게 필요한 건 고용량 비타민 C 알약이 아니라, 키위 또는 밀감 1-2개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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