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 아미노산이란 게 있다.
단백질을 만드는 재료인 20가지 아미노산 중 우리 몸 내부에서 스스로 만들지 못해 반드시 외부, 즉 음식을 통해 섭취해야만 하는 9가지 아미노산을 말한다.
이 필수 아미노산 중 근육 단백질 합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아미노산이 3개 있는데 류신, 이소류신, 발린이며 이들을 통틀어 BCAA(Branched Chain Amino Acids, 분지사슬아미노산)라 하고 동물성 단백질에 많이 들어있다 [1]. 이 중 '류신'은 세포의 성장에 관여하는 mTOR 라는 단백질을 활성화시켜 근육 단백질 합성을 촉진한다 [2].
따라서 근육 감소를 걱정하는 분에겐 귀가 솔깃해질 이야기라, '류신'을 약으로 만든 상품이 최근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그러나..
류신이 근육 단백질 합성을 시작하는 스위치 역할을 하는 건 맞지만, 류신이 많다고 근육 단백질이 더 많이 합성되지는 않는다. 왜냐면 류신 혼자서는 근육 단백질을 만들 수가 없고, 9가지 필수 아미노산이 다 있어야 근육 단백질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3].
뒤늦게 류신을 약으로 먹는 게 아무 효과가 없다는 걸 안 소비자들이 후회의 댓글을 홈피에 올리지만, 피해는 오로지 소비자들의 몫이다.
류신은 새로운 성분도 아니고 특별한 성분도 아니다. 왜냐면 우리가 일상으로 먹는 음식인 현미밥, 콩, 견과류에도 류신이 많이 들어있다 [4]. 아홉가지 필수 아미노산 중 특별히 1가지를 더 챙겨 먹는다고 근육이 더 많이 생길거라 기대하는 건 그야말로 연목구어(緣木求魚)다.
류신 열풍이 불기 전엔 BCAA가 많이 들어있는 유청 단백질(Whey Protein, 우유로 치즈를 만들고 남은 부산물) 열풍이 있었다. 운동 전후에 먹는 BCAA가 근육 합성을 증가시킨다며 헬쓰하는 사람들은 꼭 먹어야 할 단백질 보충제로 간주되었다.
하지만 각종 BCAA 논문들을 메타분석한 최근 보고에 의하면 BCAA를 섭취한다고 근육량이 증가하거나, 근력 또는 운동 능력이 향상된다는 근거는 희박하다고 했다 [5,6].
근육 감소를 걱정하시는 분은 류신이나 BCAA 등 특정 아미노산이 든 단백질 보충제를 먹어 손쉽게 근육이 증가되길 원하지만, 근육 합성에 실제로 도움이 되는 건 필수 아미노산이 들어있는 '질 좋은 단백질' 식품을 섭취하는 것이다 [7]. 진짜 음식보다 좋은 보충제는 존재하지 않는다.
질 좋은 단백질이란 무엇인가?
흔히 동물성 단백질은 필수 아미노산이 다 들어있는 완전 단백질이고, 식물성 단백질은 일부가 부족하여 불완전 단백질이라 한다.
하지만 그건 100년 전 쥐 성장 실험 결과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되었다. (*스토리 상세 설명 -> 면역력 강화법)
식물성 단백질의 대표격인 콩에는 라이신은 풍부하나 메티오닌이 적게 들어있고, 쌀에는 메티오닌이 풍부하나 라이신이 적다. 따라서 밥에 콩을 조금 넣어 먹으면 부족한 게 없어진다. 이렇듯 식물성 단백질 내 아미노산은 서로 보완되어 있기에 완전 단백질, 불완전 단백질 구분은 무의미하다.
한가지 음식만 평생 먹는 특이한 사람이 아닌 이상, 식물성 단백질만 먹어도 필수 아미노산이 부족해지는 일은 절대 생기지 않는다 [8].
오히려 완전 단백질을 섭취한다고 동물성 단백질인 고기·생선·우유·계란을 먹게 되면 콜레스테롤 및 포화지방 과다 섭취로 비만, 고지혈증, 당뇨병이 증가한다 [9,10,11].
고기를 안 먹으면 단백질이 부족해질 거라는 인식이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미국 국립 보건원(NIH)의 후원으로 식사 종류에 따라서 섭취되는 영양소의 양을 측정한 연구가 있다. 약 7만명 성인을 대상으로 5개 그룹(잡식,준채식,페스코,락토오보,비건)의 식사 패턴에 따라 조사한 결과, 체중 60kg 성인 단백질 하루 필요량을 약 48 gram(RDA 0.8g/kg/day)으로 볼 때, 어떤 종류의 식사로도 단백질 부족은 생기지 않았고, 비건(완전채식, strict vegetarian)인 경우에도 단백질 하루 필요량의 50% 이상 초과 섭취하는 것으로 나왔다 (아래그래프) [12].
NS Rizzo, et al. J Acad Nutr Diet 2013
고기에만 단백질이 있는 게 아니고 우리가 흔히 먹는 곡식, 콩, 채소에도 단백질이 충분히 들어있기 때문이다. 굶지 않고 정상적인 식사를 하는 한 채식을 해도 단백질 부족은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 (*식품에 들어있는 단백질 상세 설명 -> 채식하면 단백질은 어디에서 얻나요?)
단백질이 많다는 닭 가슴살이나, 단백질 보충제는 과거엔 운동선수나 바디빌더 하시는 분들이 주로 먹었지만, 요즘에는 이런 전문적인 운동과 관계없는 일반인들도 많이 먹는다.
왜 단백질에 집착할까?
과장된 단백질 광고의 영향으로, 먹은 단백질이 바로 근육으로 가서 멋진 근육을 만들어 줄거라 상상을 하기 때문이다.
과연 그렇게 될까?
아니다. 섭취된 단백질은 모두 위에서 아미노산으로 분해되고, 소장에서 흡수된 후, 간에서 다양한 신체 조직에 맞는 각종 성분들로 재조립되어 필요한 부위에 공급하기에, 먹은 단백질이 전부 근육으로 가는 일은 절대 생기지 않는다. 콜라겐을 먹는다고 피부가 좋아지지 않고, 도가니탕을 먹는다고 무릎관절이 좋아지지 않는 것과 같은 원리다.
단백질을 많이 섭취할수록 우리 몸에 좋을까?
아니다. 과다 섭취된 단백질은 독으로 작용한다.
탄수화물이나 지방과는 달리 단백질은 몸에 저장이 안되기에 하루 필요량 이상의 단백질을 먹게 되면, 초과된 단백질을 분해해서 몸 밖으로 배출해야 한다.
단백질 보충제의 주성분인 동물성 단백질의 과도한 섭취는 간에 부담을 주어 서서히 간기능이 손상된다 [13]. 단백질 분해시 나오는 암모니아, 황산, 요산, 요소 등 독성 물질로 혈액이 산성화되고, 혈액의 산성화는 뼈에서 칼슘이 빠져나가게 만들어 골다공증이나 신장결석의 위험이 증가하고, 신장에서는 독성 물질들을 배설하느라 무리해서 서서히 신장 기능이 나빠진다 (아래기사) [14,15].
단백질 보충제에는 단백질만 들어있는게 아니라 좀 더 맛있게 보이기 위해 인공화합물(감미료, 착색제, 착향제, 보존제, 방부제 등)을 넣는다. 이런 물질들도 몸에 안 좋기는 마찬가지다.
더 심각한 것은 중금속이다.
미국 내 영향력있는 소비자 단체인 컨슈머 리포트(Consumer reports)에서 2018년 미국 내 판매 중인 134개의 단백질 보충제에 들어있는 비소, 카드뮴, 수은, 납 등 중금속을 조사한 결과, 134개 제품 모두에서 1개 이상의 중금속이 검출되었다는 놀라운 보고를 했다. 이런 중금속들은 몸 밖으로 배출이 잘 안되어 오랫동안 몸속에 머물기에 암, 치매, 불임 등 질환을 야기할 수 있다 (아래기사) [16].
의약품 검사에 까다롭기로 유명한 미국에서도 이 정도인데 한국은 어떨까?
독자분들의 상상에 맡긴다.
우리 몸에 필요한 단백질 양은 얼마나 될까?
미국 의학원(National Academy of Medicine)에서 정한 하루 평균필요량(EAR, estimated average requirement)과 하루 권장량(RDA, recommended daily allowance)은 각각 0.66g/kg 과 0.83g/kg 이고 [17], 이 자료를 기초로 WHO에서 정한 RDA는 체중 1kg 당 단백질 0.8g 이다 [18].
물론 하루에 필요한 단백질 섭취량은 나이, 성별, 체격 등 다양한 요소에 따라 다르다. 운동선수에게는 더 많은 단백질이 권장된다. 고강도 바디빌더에게는 일반인을 위한 RDA인 0.8g/kg/day보다 많은 1.2-2.0g/kg/day 단백질을 권한다 [19]. 그러나 일반인이 취미로 하는 운동엔 그리 많은 단백질은 필요가 없다.
단백질을 더 많이 먹으면 더 많은 근육이 생겨날까?
40-64세 중년 50명을 하루 1.0g/kg 먹는 군과 하루 1.6g/kg 먹는 두 군으로 나누어 10주간 주 3회 근력운동을 시킨 결과 근육량과 근력이 증가하였으나, 두 군 간에 차이는 없었다. 즉 단백질을 더 많이 먹었다고 근육이 더 많이 생기지는 않는다 [20].
노인에겐 더 많은 단백질이 필요할까?
그렇지 않다.
2018년 하버드 의대 연구진이 미국의사협회지(JAMA)에 "노인에게 더 많은 단백질이 필요할까?" 라는 의문에 답을 주는 연구를 했다. 65세 이상 노인 92명을 하루 단백질 RDA인 0.8g/kg 먹는 군과 그보다 훨씬 많은 양인 하루 1.3g/kg 먹는 군으로 나누고, 운동 및 신체 활동은 평소 하던대로 하게 한 후, 6개월 뒤 조사한 결과 두 군 간에 근육량, 근력, 신체 기능 정도에 아무런 차이가 없었다. 단백질을 더 많이 먹는다고 더 많은 근육이 생긴 건 아니었다. 저자들은 노인에게도 성인 RDA인 하루 0.8g/kg은 근육을 유지하는데 충분한 양이라 했다 [21].
65세 이상 노인 200명을 대상으로 4개월간 주 2회 근력운동(resistance exercise) 및 단백질 보충제인 류신, 유청단백질, 대두단백질, 크레아틴의 효과를 조사한 결과, 근감소증을 위해 처방하는 어떤 단백질 보충제도 근육량을 늘리는데 실패했다. 근육량을 증가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근력운동이었다 [22].
70세 이상 고령자를 대상으로 단백질 보충제의 효과를 연구한 15개 연구를 메타분석한 결과, 지난 30년간 근감소증 해결을 위해 수많은 단백질 보충제가 나왔지만 별 효과는 없었고, 근감소증에 실제로 도움이 된 것은 근력운동뿐이라 했다 [23].
근육을 크게 만들어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 하루에 2-3시간 고강도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는 바디빌더에게는 단백질 보충제가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운동 좋아하는 일반인 또는 근감소증을 걱정하는 노인인 경우는 정상적인 식사만 해도 단백질은 부족하지 않으니, 고기를 더 먹거나 단백질 보충제로 얻을 수 있는 이득은 사실상 없다.
근육은 많을수록 더 좋은 것인가?
자크 라캉(Jacques Lacan)이란 분이 있다.
Jacques Lacan (1901~1981) 프로이드 이후 최고의 정신 분석가로 불리는 프랑스 정신과 의사로 인간의 무의식에 대한 연구가 유명하다. 그가 남긴 말 중에 "인간은 타인의 욕망을 욕망한다"라는 게 있다. 조금 쉽게 풀이하면, 인간은 스스로 원하는 것보다 남들이 원하는 것을 더 원한다는 말이다. 즉 타인의 인정을 받고 싶어하는 욕망이다.
근육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몸짱 열풍으로 어떤 분들은 적당량보다 많은 근육을 만들려고 과도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다. 과한 운동은 관절을 상하게 하고, 많은 근육을 유지하기 위해 먹는 단백질 보충제나 고단백식사는 간과 신장을 상하게 한다. 이러한 노력이 건강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인지? 남들 보기 좋아라고 하는 건 아닌지? 한번쯤 생각해 보자.
운동선수나 익스트림 스포츠(Extreme sports; 암벽등반, 철인 3종경기 등 극한의 힘이 요구되는 운동)를 즐기는 분이 아니라면, 일반인이 과도한 시간을 투자하여 너무 많은 근육을 키울 필요는 없다. 몸에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더 많은 근육을 원하는 건 자신을 위함인가? 타인을 위함인가?
단순한 진리지만, 사람의 근육은 그 사람이 살아가는데 딱 필요한 만큼만 붙어있다. 덩치가 큰 사람은 근육이 크고, 덩치가 작은 사람은 근육이 작다. 운동량이 많은 사람은 근육이 크고, 운동량이 적은 사람은 근육이 작다.
운동을 하면 몸에 근육이 붙는다.
근육이 커지는 원리는 '반복된 손상을 통한 재생'이다. 근육은 수많은 가닥의 근섬유로 구성돼 있다. 운동을 통해 근육을 많이 움직이면, 근섬유가 미세하게 손상된다. 피부에 상처를 입으면 새살이 돋듯이, 근섬유가 손상되면 근처의 위성세포(satellite cell, 근육의 줄기세포)가 몰려와 손상된 근섬유에 붙어 근육조직을 회복시킨다. 이 과정에서 근섬유의 양이 기존보다 더 늘어나면서 근육이 커진다 [24].
운동을 조금 많이 하면 근육이 뻐근하고 통증이 생기는 이유는 근육의 미세파열 때문이고, 2-3일 휴식 기간에 그 상처가 회복되면서 더 튼튼한 근육이 만들어진다.
운동을 하지 않으면 근육세포가 서서히 줄어들면서, 그 사람에게 딱 필요한 만큼의 근육만 남게된다.
정형외과에서는 이런 현상을 흔히 본다. 다리 골절로 기브스를 2-3주 가량 하고나면 근육이 감소된 게 눈에 띄게 보인다. 하지만 기브스를 풀고 다시 운동을 시작하면 근육이 서서히 늘어나서 2-3개월 뒤엔 이전 상태로 회복한다. 중환자실에 입원해서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환자의 허벅지 근육인 대퇴사두근 근육량이 불과 10일 만에 30%나 줄었다는 보고가 있을 정도로 사용하지 않는 근육은 급속히 퇴화한다 [25].
우리 몸은 자주 사용하는 기관은 발달하고, 사용하지 않으면 퇴화하는 "Use it or lose it" 원칙에 따른다. 근육도 마찬가지다. 운동하면 근육은 조금씩 커지게 되어있다. 매일 20-30분 유산소 운동, 이틀에 한번씩 10분 근력 운동을 생활화해야 한다. (*운동에 대한 상세 설명 -> 골다공증, 약 없이 치료하는 방법)
신체활동이 왕성한 20-30대에 근육량이 가장 많고, 40대 이후엔 근육량이 서서히 감소한다. 50대 이후엔 노화 속도가 빨라져 연간 1-2%의 근육 소실이 일어나고, 이후 10년 단위로 약 15%의 추가 근육 소실이 발생한다 [26].
이런 노화에 따른 근육 소실 방지위해 운동 외엔 방법이 없나?
아니다. 식습관도 중요하다.
동물성 식품은 우리 몸을 산성으로 만들어 근육 소실이 잘 일어나고, 식물성 식품은 우리 몸을 알칼리성으로 만들어 근육 소실을 예방한다 [27,28]. (*육식이 근육과 뼈를 약하게 만드는 기전 -> 골다공증 약없이 치료하는 방법)
65세 이상 한국인 약 3천명을 대상으로 식습관, 운동, 근육과의 관계를 조사한 연구에서 근육량 감소(low muscle mass)에 해당하는 하위 10%에 속할 확률이 채식을 하면 48%, 규칙적인 운동을 하면 38% 낮게 나와 채식은 근육량 보존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보고했다 [29].
사람 몸은 움직여야 건강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운동은 근육을 튼튼하게 한다. 근육뿐만 아니라 심장과 혈관을 튼튼하게 하여 혈액순환을 촉진하고, 신체 각 부위에 산소와 영양소 공급을 원활히 한다. 소화기, 내분비, 피부, 신경, 생식기, 호흡기를 튼튼하게 만들 뿐 아니라 기분을 좋게하고 우울증 및 불면증도 개선한다 [30].
운동이 바로 보약이다.
단백질 사업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된 요즘, 하루를 멀다하고 새로운 단백질 제품들이 신문, TV홈쇼핑, 유튜브 광고에 나와 소비자를 현혹한다. 손쉽게 근육을 키워보려는 사람들의 심리를 이용하여 류신, 유청단백질, 초유단백질, 산양유 등 수많은 제품들이 팔리고 있다. 별로 효과도 없는 제품인데도 불구하고 가격은 매우 비싸다. 막대한 광고 비용과 비싼 게 몸에 좋을거라는 소비자들의 심리를 역이용한 것이다.
근감소증은 보충제 등 약이 필요한 병이 아니라 자연적인 노화현상이다. 운동없이 가만히 앉아서 약을 먹고 근육이 튼튼해지길 바라는 것은 망상(妄想)이다. 멋진 근육은 약이나 단백질을 많이 먹는다고 저절로 생기는 게 아니라, 조금 수고스럽지만 운동을 꾸준히 해야 생긴다. 적당한 근육은 건강하고 활기찬 삶의 기본이다.
운동하면 노인도 청춘이 되고, 운동 안하면 청춘도 노인이 된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No pain, no gain."
근감소증을 걱정하는 당신에게 필요한 것은 단백질이 아니라 운동이다.
운동이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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