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군님이 변했어요

직급과 리더십 변화의 관계

by 문현웅

현 육군참모총장이신 남영신 대장님과 한미연합군사령부 부사령관이신 김승겸 대장님 말입니다만, 제가 육군에서 복무하던 때나 기자로 근무하던 시절엔 엄밀히 말하자면 덕장으로 알려진 분들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그 반대로 용맹 과감한 맹장 스타일로 명성을 떨치던 분들이었죠.


1627258327292.jpg 남영신 대장(왼쪽)과 김승겸 대장./대한민국 육군


뭐 솔직히 일개 병장 출신에 국방부 출입 기자도 아니었던 제가 그분들에 대해 깊이 알긴 어려웠지만, 그래도 나름 3사단에서 군 생활을 했는지라 그분들에 대한 풍문은 복무 중일 때나 전역 후에도 종종 들을 일이 있었습니다. 이를테면 남영신 대장께서는 3사단장 시절 전투력을 강조하는 엄한 지휘관으로서 제가 복무하던 때에 없던 백골데이(매월 3일 하는 훈련) 이벤트를 새로 만드셨다 들었으며, 김승겸 대장님이야 3사단에서 중대장으로 복무하던 1992년 즈음 은하계곡 대침투작전 전공으로 을지무공훈장을 받으셨으니... 사단 레전드인 만큼 군 생활 내내 언급이 되셨었죠.


그런데 그분들께서 중장을 다셨을 즈음에 들려오는 평판은, 예전에 제가 알던 바와 상당히 판이했습니다. 물론 공세적인 지휘와 더불어 군기를 엄정하게 확립하는 용장이라는 면이 아주 지워지진 않았지만, 온화한 리더십을 발휘하며 부하를 아끼는 덕장이라는 평이 공존하더군요.




쉰이 넘은 나이에 사람 성향이 완전히 180도 변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입니다. 그러니 이 두 장군께서 천성을 갑자기 바꿨다기보다는, 이전부터 품었던 성향 중 다른 쪽, 즉 용장 성향보다는 덕장 성향을 부쩍 강조해 내비치기 시작했다 보는 것이 합리적인 해석일 듯합니다. 이는 아마도 소장과 중장 계급의 차이에서 기인한 변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보직마다 약간씩 차이는 존재하지만, 육군 기준으로 소장까지는 대개 전투 일선에서 성과를 낼 수 있는 '전술 지휘' 능력을 중점적으로 평가받는 편입니다.


994FDC375EFC878535.png 별 하나 차이는 생각보다 큽니다./대한민국 육군


하지만 중장부터는 이야기가 좀 달라집니다. 중장은 군단급 사령부를 지휘하는 장으로서, 최전선에 나서기보다는 예하 전투/기행 부대를 총괄해 이끄는 '통솔' 역량에 평가의 방점이 찍히기 시작합니다. 물론 제2차 세계 대전 같은 전시 상황이라면 조지 패튼처럼 용장 성향이 압도적인 장성이라도 대장 진급을 노릴 수 있지만, 적어도 지금은 절대 그러한 상황이 아니죠.


image.jpg 거의 '미친개' 취급을 받을 정도로 용맹 일변도인 장군이었지만, 전시 상황엔 필요한 인재였기에 대장까지 진급했던 조지 패튼 미 육군 대장./history.com




군대만 그렇겠습니까, 직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느 시점에는 실무자가 중간관리자로, 중간관리자가 임원으로 올라서는 시기가 오기 마련이죠. 진급 대상자는 그 시기에 본인이 바뀌는 롤을 잘 수행할 수 있는 인물임을 보여 줘야 하는데, 많은 분이 이전 직급에서의 업무 행태를 고수하다가 미끄러지곤 합니다. 당연히 사람 습성이라는 것이 쉽게 바뀌진 않지만, 원래부터 상위 직급에 걸맞은 역량을 갖춘 분도 계시고, 정말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거나 놀랄 만큼 유연한 대응을 해 끝끝내 자기 성향을 자리에 맞게 성공적으로 트는 분들도 있죠. 그렇게 해내지 못해 진급 가능성이 급락하거나, 어떻게든 승진을 해내더라도 결국 제 퍼포먼스를 내지 못하고 낙오하는 분들도 드물지 않고요. 일부 직장에서는 언론사로 치면 '전문 기자'와 같이, 직급은 높여 주되 관리책임은 지우지 않고 본인의 장기만 한껏 발휘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기도 하죠. 다만 외국에서야 스페셜리스트와 매니저를 분류하는 사례가 꽤 있다지만, 아직은 국내 기업에선 그리 흔히 도입한 제도가 아니긴 합니다.


실무진일 때에는 퍼포먼스가 좋으셨다가 관리자에 올라선 뒤로 삐걱대는 분을 실제로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상당수가 '현장 마인드'로 관리자 업무에 임하는 바람에 생기는 문제죠. 과거의 성공을 이끌었던 '승리 방정식'이 잘못됐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저 자리가 바뀌면 기대되는 역할과 수행하는 업무의 성격이 모조리 변하니, 좋건 싫건 그것을 정확히 파악하고 본인이 맞춰 나갈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군단장이 소대장처럼 병력 선두에서 돌격 앞으로를 외치고 있을 수는 없지 않겠나요? 직장에서도 꾸준히 성장하려면 때때론 과거의 훌륭한 나를 과감히 버리고 다시 태어날 수 있는, '용장'이 '덕장'으로 변하는 정도의 중대 결단을 내릴 필요가 있지 않나 합니다.



*이 글은 플랜비디자인의 제안으로 출간된 '솔직히 당신 열정엔 관심 없어요' 서적의 일부입니다.

브런치북을 통해 이어지는 작가의 길은 여러분께도 열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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