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살랑대는 오후, 버스 정거장 앞에 철쭉이 한창이다. 화려한 꽃 무더기를 보면서 문득 이 꽃은 발랄한 30대 같다고 생각한다. 어리지 않지만 아직은 젊고 자기 일에 분투하며 당당한 사람.
이른 봄꽃은 단지 꽃이라는 이유만으로도 탄성을 지르게 하고 마음을 설레게 한다. 황량한 겨울을 견딘 우리들에게 새 움이 트고 향기로운 것이 피어났다는 그 일은 저절로 대견스럽고 신비한 것이 된다. 그래서 산수유나 개나리, 벚꽃과 매화가 필 때 나른한 행복감마저 든다.
열흘 가는 꽃 없이 어느새 바닥에 떨어지고 꽃이 진 자리는 연두색 잎이 차지한다.
그즈음에 철쭉이 온다.
철쭉은 붉은 꽃과 함께 초록 잎사귀가 경쟁하듯 피어나서 꽃만 있는 것과 사뭇 다른 풍경을 이룬다. 여리고 순한 초봄의 꽃들과는 달리 강렬하고 선명하다. 건강하고 활동적인, 능력 있고 예의 바른, 일하는 여성 같다.
내게도 있던 그때가 그립다고 잠시 생각할 사이 앞에 멈춰 선 버스를 탔고 나는 집으로, 현재로 돌아온다.
아파트 단지에도 온통 색색깔의 철쭉 무리다. 바람에 흔들리는 향기에 잠시 혼몽하다.
누군가 그에게 '사랑의 기쁨'이라는 꽃말을 제대로 붙였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