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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단걸 Nov 26. 2020

함께 자는 갱얼지들

함께 놀지는 않지만 잘 때는 함께.



나의 반려견들은 같이 놀지 않는다. 함께 산 지도 어느새 반년이 지났으니 내가 사준 많은 장난감으로 함께 놀 만도 한데 절대 이 두 녀석은 같이 놀지 않는다. 아마 꽃님이를 입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봄이가 꽃님이를 물어버려서 그런지 꽃님이가 장난감을 가지고 놀면 봄이는 신난 꽃님이를 물끄러미 쳐다보기만 하고, 어쩌다 봄이가 장난감을 물어뜯으며 놀면 꽃님이는 멀찍이에서 언제 저 장난감을 놓을까 하며 응시한다. 물론 이 두 녀석은 나랑은 잘 노는데 그러니까 내가 한 손으로 장난감을 들고 꽃님이랑 놀아주면 다른 한 손은 봄이가 물어뜯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아이들과 놀 때는 내 양손은 쉴 틈이 없다. 그렇다면 이 두 녀석이 서로 싸우느냐 하면 그건 또 아니다. 함께 놀지 않지만 잠은 항상 같이 잔다. 


꽃님이가 본격적으로 저지레를 하면서 집안에 홈 카메라를 설치했는데 내가 없는 시간 동안 이 두 녀석은 꼭 몸을 맞대고 잠을 잔다. 집에 방석 두 개, 텐트 한 개, 켄넬 한 개가 있지만 좁은 텐트에 들어가 몸을 맞대고 자거나 방석 구석에서 함께 잠을 잔다. 실은 봄이가 꽃님이를 졸졸 따라다니는 편이다. 처음 꽃님이 얼굴을 물어뜯던 그 기세는 어디 갔는지 꽃님이가 켄넬에 들어가면 봄이도 켄넬에 들어가고, 꽃님이가 방석에서 자고 있으면 이내 봄이도 꽃님이 옆으로 다가가 몸을 맞대고 잠을 잔다. 어쩌다 두 녀석이 켄넬에 들어가 자고 있어 나도 같이 자자며 내 머리를 켄넬에 집어넣고 있을라치면 두 녀석은 벌떡 일어나 방석으로 가버린다. 그제야 민망해진 나도 머리를 켄넬에서 빼며 ‘흥!’ 이렇게 삐진 척을 해도 둘 다 상관하지 않고 쿨쿨 잔다. 나의 귀여운 배신자들.


복길이가 떠나고 봄이는 나보다 더 힘들어했다. 나는 매일 출근해서 일하느라 바쁜 일상을 보냈지만, 7년 동안 함께 지냈던 친구가 떠난 상실감은 작은 봄이를 더욱 작아지게 만들었다. 복길이가 있을 때는 내가 출근 준비를 할 때면 침대에서 내려와 함께 거실에 있는 방석에서 잠을 잤었는데 복길이가 떠나고 나자 봄이는 내가 출근 준비를 하는 동안 나만 따라다녔다. 나는 봄이를 안고 양치를 했고, 무릎에 앉혀놓고 화장을 했다. 봄이가 적적하지 않도록 노즈 워크 장난감에 간식을 넣어두고 출근했었는데 내가 퇴근할 때까지 먹지 않았더랬다. 화장실도 하루 종일 참았다가 내가 퇴근하고 오면 그제야 화장실로 급히 달려가서 볼일을 봤다. 그리고 나서야 노즈 워크 장난감에 넣어둔 간식을 먹었다. 봄이는 복길이에게 온갖 구박을 받았으면서도 복길이가 수술을 하고 집에서 힘없이 누워있을 때면 함께 놀자고 복길이를 졸랐고, 누워있는 복길이를 정성껏 핥아주었던 아이였다. 꽃님이가 집에 오고 나서야 봄이는 출근시간마다 나를 졸졸 따라다니던 행동을 멈추었고, 내가 없어도 볼일을 보게 되었다. 


꽃님이가 아무리 코를 심하게 골아도 봄이는 꽃님이 옆에 붙어서 잠을 잔다. 가끔 꽃님이가 그런 봄이를 귀찮아하며 자리를 옮기면 봄이는 꽃님이 눈치를 보며 옆에 가서 살포시 앉아 잠을 청한다. 그러면 꽃님이도 봄이를 정성껏 핥아주며 함께 잔다. 두 녀석은 식성도, 성격도, 좋아하는 것도 다르지만 분명한 것은 서로 의지를 한다는 것이다. 대단한 고자질쟁이였던 봄이는 복길이가 배변 실수를 하면 꼭 내게 와서 알려주었더랬다. 내가 눈치를 채지 못하면 복길이가 실수한 곳에 가서 내가 알아차릴 때까지 괜히 킁킁거렸다. 그러나 이제는 꽃님이가 배변 실수를 해도 함께 모른척한다. 장난감 욕심이 많은 꽃님이에게 모든 장난감을 양보하고 그저 내 손이나 내 소매 끝을 물어뜯고 논다. 나의 강아지들이 함께 놀지 않아도 괜찮다. 함께 붙어 자며 서로 의지하는 나의 강아지들이 무척 소중하고 고맙다. 가끔 나를 따돌리고 둘이서만 다정한 시간을 보내도 좋다. 이렇게 서로에게 소중한 시간들이 조용히 흘러가면 좋겠다. 



잠자는 자세도 닮은 나의 갱얼지들


이토록 평화롭게 잠들다니!


왜인지 꽃님이에게 깔려도 화내지 않는 봄


대체 왜 이러고 잠자는 것인지!



켄넬안에서 둘만 이토록 다정할테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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