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나의 아지트

by Mia Kim

엄마는 성격이 정확하고 합리적인 가운데 잔정도 많았다. 내가 새를 무서워하는 것도 못됐다며 핀잔을 줬고 내가 절 산길을 올라갈 때마다 바닥의 개미들을 발로 툭툭 차고 가면 어김없이 등짝을 때렸다. "비둘기는 악마의 자식 같이 생겼어." 그때 디로 얼마나 꾸중을 들었는지 모른다. 왜 살아있는 죄 없는 생명에게 악담을 하느냐며, 성질머리가 그렇게 뾰족하면 이다음에 사회생활을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알지도 못하는 내 학교생활, 교우관계까지 의심을 했다. 이런 식으로 시니컬했던 나는 늘 엄마에게 꾸지람을 들었다.



엄마에게 크게 혼난 날은 최대의 반항이 가출이었다. 그런데 가출해 봐야 늘 아줌마 집이었다. 아줌마 집과 우리 집 사이에는 매우 좁은 골목이 있었는데 우리 집 대문은 아줌마 집의 반대편으로 나있었다. 어느 날 그걸 굳이 인부들까지 불러 아줌마 집 쪽의 우리 집 담을 뚫어 대문을 하나 더 만들었다. 웃기게도 그 이후로 나야말로 아줌마 집을 내 집 드나들듯 했다.



학교 갔다가 집에 왔는데 아무도 없으면 무서워서 아줌마 집으로 쏜살같이 달려갔다. 아줌마가 해주는 미더덕 된장찌개는 정말 맛있었다. 우리 엄마 된장찌개는 호박이 들어가 국처럼 묽은데, 아줌마의 된장찌개는 감자가 들어가서 걸쭉했다. 미더덕, 우렁, 바지락을 잔뜩 넣고 쌈장과 고운 고춧가루를 넣어 강된장 같았다. 그걸 호박잎에 쌈 싸 먹으면 그게 그렇게 맛있었다.



아줌마 집은 한옥이라 마루에 걸터 앉아 있으면 비가 내리는 걸 보기에 참 좋았다. 처마 끝으로 떨어지는 빗물은 내 무릎에 닿을까 말까 했다. 내 무릎 위로 거의 막바지의 빗물이 똑 떨어져서 찰나를 머물다가 내 종아리를 타고 흘러내리는 그 감촉이 좋았다. 거기에 앉아서 그림을 그리고 책을 읽는 것도 좋았다.



내 친구들과 내 동생, 내 동생 친구들과 편을 먹고 숨바꼭질을 하면 아지트는 언제나 아줌마 집이었다. 아줌마 집은 본체 옆에 시멘트로 지어진 엘리베이터 만한 공간의 창고가 있었는데 그 옆으로 계단이 나있어서 옥상까지 연결이 됐다. 거기로 올라가면 온 동네가 한눈에 다 보였다.



우리 집은 2층짜리 단독 벽돌집이었는데 아줌마 집 옥상에 올라가면 2층 내 방이 훤히 다 보였다. 다른 공간에서 내 공간 속을 들여다보는 게 좋았다. 해질 무렵의 주황빛이 내 방의 창으로 한가득 들어와 내 침대 위에 내려앉는 것까지 다 보였다. 놀이에 지친 우리는 아줌마 집 옥상의 장독대 난간에 참새들처럼 조르륵 기대앉아 해가 지는 걸 함께 봤다. 그러면 아줌마의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야들아! 찌짐 무러 온나! 아지매가 정구지 찌짐 바삭하니 맛있게 꿉어 놨다!" 아줌마는 지나가는 모르는 동네 아이들도 다 먹였다.



친구들과 같이 아줌마 집에서 밥을 먹으면 아줌마는 꼭 내 밥 위에만 반찬을 올려 줬다. 특히 생선을 올리기라도 하면 나는 엄마한테 성질을 부리듯이 기겁을 했다. "아, 아줌마! 저 생선 싫어하잖아요! 나는 밥을 하얗게 먹는 게 좋은데. 밥 위에 고춧가루 묻는 거 진짜 싫다고요." 푸념하면 아줌마는 또 호탕하게 웃으며 "으이그, 이 놈의 가시나는 우째 이리 땍땍댈꼬?" 그러면서도 끝에는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한 마디를 더 얹었다. "지은아, 니는 한국 사람이 우째 이리 생깄노? 어이?" 나는 아줌마가 싫다가도 마지막 저 말이 좋아서 한 마디를 더 땍땍거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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