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신경계 이상이라는 가설

by Mia 이미아

증상들은 각각 다른 병원에서, 각각 다른 진료과에서 다뤄졌다.


불명열은 감염내과와 류마티스내과에서, 허리 통증과 보행 문제는 신경외과에서, 피부 반응은 피부과와 내과에서, 혈압 변화는 내과에서. 각각의 증상은 각각의 창구로 분산되었다. 어떤 의사도 이 증상들을 한꺼번에 보지 않았다.


나는 그 원무 창구들 사이 어딘가에 있었다.


증상들을 기록하면서 한 가지 의문이 생겼다. 이것들이 서로 무관한 것일까. 열이 오르면 피부 반응이 심해졌다. 활동을 조금만 해도 체온이 올라가고 혈압이 흔들렸다. 잠은 의지와 무관하게 갑자기 꺼졌다. 회복에는 예상보다 훨씬 긴 시간이 필요했다.


따로 보면 각각 다른 문제처럼 보였다. 함께 놓고 보면 어떤 중심이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2021년에 접한 자율신경계 이상이라는 개념을 다시 꺼내 들었다. 자율신경계는 심장 박동, 혈압, 체온 조절, 소화, 수면, 땀 분비처럼 의지로 조절할 수 없는 신체 기능들을 담당한다.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이 균형을 이루며 몸의 항상성을 유지하는데, 이 균형이 무너지면 특정 기관의 문제가 아니라 여러 기능이 동시에 흔들린다고 했다.


자율신경계 실조증의 증상으로 거론되는 것들을 찾아보았다. 기립성 저혈압, 심박수 이상, 체온 조절 장애, 과도한 피로, 수면 장애, 피부 반응, 소화 문제. 하나씩 읽어 내려가면서 낯설지 않았다. 오랫동안 각각의 이름으로 따로 다뤄졌던 것들이 하나의 목록 안에 있었다.


병원에서 이 연결 가능성을 이야기했다. 돌아오는 말은 대부분 비슷했다. 자율신경계는 심박이나 호흡을 조절하는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바이탈 수치의 문제로 좁혀졌다. 내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그게 아니었다. 설명되지 않는 증상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이었다. 그 이야기는 진료실에서 이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스스로 연결해 보기 시작했다.


열이 오르는 시간대와 피부 반응이 심해지는 시간대를 나란히 놓았다. 활동량과 체온 변화를 함께 기록했다. 혈압이 흔들리는 날과 어지러움이 심한 날을 비교했다. 수면이 갑자기 꺼지는 날과 그 전날의 활동량을 살폈다. 외출 후 회복에 걸리는 시간과 그날의 체온 변화도 함께 보았다.


패턴이 보이기 시작했다. 완벽하지는 않았다. 예외도 있었다. 하지만 반복되는 흐름이 있었다. 몸이 일정 수준 이상의 자극을 받으면 여러 증상이 동시에 악화되었다. 그리고 회복에는 자극의 크기보다 훨씬 긴 시간이 필요했다.


이것이 자율신경계 이상인지는 여전히 확인되지 않았다. 진단을 받은 것도 아니었다. 다만 여러 증상들을 하나의 가능성으로 묶어볼 수 있는 언어가 생겼다.


원인을 설명하는 것과, 증상들 사이의 연결을 발견하는 것은 다른 일이었다.


진단이 없어도 패턴은 존재했다. 나는 그 패턴을 기록하기로 했다. 그렇게 3년쯤이 지났다. 기록하는 일이 일상이 되었고, 동시에 지쳐갔다. 기록의 주기가 길어졌다.




월, 수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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