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글...부글...부글....... 펑!!!!!!
“아 안해 !!!!!”
약간 예민해져서 복어처럼 부풀어 있던 내게 엄마가 바늘로 콕- 하고 한 방을 찔러버렸다. (그녀가 크게 잘못한 것은 없다. 타이밍이 잘못 걸린 탓.) 쌩하게 전화를 끊고도 분이 안 풀려서 씩씩대며 동생에게 바로 문자를 했다.
- 아니, 엄마가 전화 와서 마사지 안 하냐고 계속 그러는 거야.
- ㅋㅋㅋ아직 엄마가 언니를 모르네~
- 맞제? 하... 아이크림 사주겠다고 끝까지 그러잖아....
- 내라면 언니한테 그런 말 안 할텐데... ㅋㅋㅋ
다음 날 만난 이웃 수진에게 이야기를 했더니 "마~ 여서 밀가루로 팩 함 하까!"라며 뚱한 표정을 사르르 풀어주었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은 응? 마사지 때문에? 싶을 것이다. 평소에도 화장을 하고 다니지 않는 나는 대구 집에 갈 때마다 엄마, 아빠, 할머니로부터 가시 돋힌 포옹을 받아야 했다.
‘입술은 좀 빨갛게 칠하고 댕기라.’
‘얼굴이 그게 머꼬. 뭐 안 바르나.’
내 몸이 단단해져서인지 이제 그런 것에 따가워하지 않고 살게 되었지만, 이번 ‘신부 마사지’는 새로운 모양의 가시인지라 유독 따끔거렸다. 엄마는 당신은 네일 아트도 했고 매일 아이크림을 듬뿍 바르고 있다며 소풍가기 전 어린이처럼 신나했다. 딱 그까지였다면 존중할 수 있었을 텐데, 전화기 너머로 꾸덕한 크림이 튀어나올 정도로 집중 판촉을 하니 서둘러 벗어나고 싶었다.
그리고 며칠 뒤, 광주 어머니를 만났는데... 어머니의 얼굴이 뭔가 어색했다. 뭘 했냐는 아들의 질문에, "마사지는 받아야 화장을 잘 먹는대서~"하시며 수줍게 눈을 내리 깔았다. 젓가락을 쥔 손에는 도톰한 젤네일이 다소곳이 얹혀있었다.
나도?
잠시 상상을 해 봤다. 그런데 그 잠시도 피부가, 손톱이, 가슴이 켁- 하고 숨을 못 쉴 것 같아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예쁘다’는 소리의 무게는 무겁고 갑갑했다. 나는 예쁘고 싶지 않다. 메리올리버는 이렇게 말했지.
숲속에는 귀여운 게 없다. 수여우도 귀엽지 않고 새끼 여우들도 귀엽지 않다. 나는 그들이 모래언덕을 달려 오르내리는 걸 본다. 여우 한 마리가 더러워진 갈매기 날개를 물어오자 다른 녀석들이 달려들어 물어뜯는다. 작은 이빨을 딱딱거리며 금빛 풀 속으로 뛰어들었다 나왔다 한다. 그들은 사랑스럽지도, 매력적이지도, 귀엽지도 않다. (...)
장난감들은 귀엽다. 하지만 동물들은 장난감이 아니다. 나무, 강, 바다, 늪, 알프스산맥, 가시나무 가지에서 밤새 노래하는 흉내지빠귀, 늑대거북 ,자줏빛 버섯도 마찬가지다.
'귀엽다’ ‘매력적이다’ ‘사랑스럽다’ 같은 말들은 잘못됐다. 그런 식으로 지각되는 것들은 위엄과 권위를 잃게 되기 때문이다. 귀여운 것은 오락거리고 대체 가능하다. 말들은 우리를 이끌고 우리는 따라간다. 귀여운 것은 조그마하고, 무력하고, 포획할 수 있고, 길들일 수 있고, 소유할 수 있다. 그 모든 게 실수다. (...)
<긴 호흡>, 메리올리버
나는 대체 가능하지 않고, 무력하지 않고, 길들여질 수 없고, 소유될 수 없어서 발버둥을 치고 있을 수도. 자기 자신에 대한 존중, 나를 바라봐주는 사람에 대한 예우. 딱 그것만 표현하면 되는데...
마음이 맑아져서 두 눈에 그대로 비추어지게 부탁드려요.
나 홀로 머리에 보석을 얹고 싶진 않고요, 사람들과 함께 들풀처럼 흔들릴 수 있게 신경써주세요.
이런 요구들을 메이크업 샵에서 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래서 우선 나는 나를 가장 편안해하는 의자에 앉혔다. 눈을 감겼고 마음을 쓸어 넘겼다. 어떤 태도를 입으실래요? 침착해지고 싶고, 휘둘리지 않고 싶고, 비워내고 싶어요. 흰 웨딩드레스만큼 마음이 밝아지도록, 톡톡 마사지를 했다. 결혼식 전날 밤, 나는 준비했다. 화장 잘 먹는 얼굴 말고, 화창한 마음을. 하얗게 변한 마음은 그 누구도 미워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온 사람을 밝게 안아줘야지. (주의! 이 마사지는 한 번만 해서는 소용이 없다. 꾸준히, 오래, 진심을 다해 해야 효과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