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누군가들을 위해 기록하는 오늘.
왜 임신과 출산은 행복한 글들만 세상에 나온 아이들의 이야기만 남아있는 걸까.
퇴원 후, 중기 유산이라는 글들은 찾아 헤매었다. 아니 목매었다.
왠지 비슷한 글들을 읽으면 나의 맘이 조금이나마 위로가 될 수 있을까 싶어서.
그러다 웹툰도 보고, 초기 유산에 관련한 웹툰을 보았다. 그리고 그 댓글에 글을 보고 결국은 울고 말았다.
사실 일주일 동안은 먼 산만 바라봐도 눈물이 주룩주룩 나고.
할머니 집 근처는 유독 어린아이들이 많이 사는 동네라서 그런지. 마음이 참 안 좋았다.
유산 후 재임신, 아기가 떠나간 게 아니고 돌아오는 길을 기억해서 엄마에게 다시 오는 거라고.
시간은 흐르고 흘러갔고, 남들 다 받아서 깔아본다는 주수에 맞추어 계산해주는 280 days 애플리케이션을 받아보았다. 태명을 정하고, 병원에서 알려준 출산 날짜를 세팅해 놓고 나니 오늘이 벌써 10주 차라니!
참 빠르기도 하다. 출근해서 퇴근하고 어느덧 일 년이나 다니고 있는 직장에서는 시간이 그렇게도 안 가더니만.
일요일 저녁 그날도 내가 먹고 싶은 좋아하는 것들을 오빠에게 사다 달라 잔뜩 부탁하고 같이 드라마를 보다가 잠이 들었다. 새벽쯤이나 되었으려나, 임신 후에는 흔히들 있는 증상으로 화장실을 엄청 자주 가고, 새벽에 한 번씩 깨고는 했다.
아, 오늘은 느낌이 이상하다.
화장실을 가고 싶은 생각보다는 다리를 타고 흐르는 뭔지 모를 불쾌감에 눈을 떴고, 무슨 일인지 확인했다.
아, 이게 병원에서 조심하라던 하혈인가 보다.
너무 두려웠다. 임신에 대해 나는 가지고 있는 정보도 없을뿐더러 주변에 출산을 겪었던 사람이라고는 엄마와 이모 정도인지라 이게 무슨 상황인지도 인지를 못하겠더라.
그냥 눈물이 뚝뚝 흐르고, 무서울 따름이었다.
일단 마음을 추스르고 화장실로 갔다. 흰 변기가 붉은색으로 변해가는 것을 보며 더욱 패닉에 빠졌고, 곤히 코 골며 자고 있는 남편을 깨웠다.
"오빠, 나 갑자기 피가 막 흘러......."
"???????????"
"이따 아침에 병원에 가보자."
"괜찮아. 별일 아닐 거야. 걱정 말고 아침에 바로 병원에 가자."
비몽사몽 한 상태에 같이 놀랐을 오빠는 나를 다독이며 아침에 병원을 가보자, 별일 아닐 거다 말해주었다.
지옥 같은 새벽이 지나고, 아침이 밝자마자 바로 병원으로 갔다.
"엄마, 별일 없으셨죠?"
"아뇨, 오늘 저 갑자기 하혈해서 지금 온 거예요."
"네, 그럼 바로 진료 볼 수 있게 해 드릴게요.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혈압이랑 몸무게 먼저 잴게요."
약간의 시간이 지나고, 진료실에서 부르는 소리에 후다닥 들어가 선생님께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나니, 뭔지 모를 안도감과 한숨이 삐져나온다.
"피고임이 좀 커져서 하혈을 한 거 같아요. 초기에 이런 경우가 있으면 유산 가능성이 있으니 절대 안정 취하셔야 해요. 진단서 끊어드릴까요?"
"네............"
"참, 오늘은 검사하나 하고 가셔야 하니까, 이따 간호사 지시에 따라주세요."
진료실에서 나오는 간호사가 원무과에서 수납 후, 피를 뽑고 가라고 한다.
피를 그만큼이나 흘렸는데 뽑을 피가 남아있으려나.
"검사 결과는 다음 주에 전화로 알려드릴 거예요."
뭔 검사길래, 일주일이나 걸리는 거람.
일주일 뒤에 전화를 받고 안 사실이지만, 그 검사는 엄마 몸에 부족한 영양소와 필요한 항체 등을 확인할 수 있는 검사였다. 터덜터덜 걸어서 원무과에서 수납을 하고, 검사실에 가서 피를 뽑았다.
이놈의 짧은 일요일과 월요일 아침 사이에 너무 많은 감정 변화를 겪은지라, 평소에 주사를 무서워하는 나는 무섭지도 않고 축 쳐진 상태로 피를 뽑고 나왔다
"멍드니까 1분 정도 잘 누르고 있어."
아, 이 와중에도 나 멍들까 봐 걱정해 주는 남편이라니.
결혼은 참 잘했네. 토닥토닥
병원에서 나와 출근하는 길, 가서 바로 말하고 연차를 써야 되나 말아야 하나 엄청난 딜레마에 빠졌다.
일이 뭔지, 돈이 뭔지 참. 아가도 소중한데 나도 소중해서. 어리석은 딜레마였다.
매장에 들어서(누가 봐도 아픈 몰골로) 점장님에게 꽤 많은 날들을 여름휴가 대신 연차를 쓰고 휴무를 더해서 쉬어야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게 뭐라고 아픈 게 죄인 거 같고, 그냥 죄인이 된 거 같았다.
모든 직장여성들이 겪는 워킹맘들이 겪는 마음이겠지 하면서.
아, 앞으로 아가가 나오면 더한 일도 있을 텐데. 이 정도로 쫄면 안되지.
임신은 병이 아닌데. 아픈 게 아닌데. 나는 아프고, 어미는 죄인이 되어가는구나.
그렇게 휴무와 연차를 더한 여름휴가가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