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쌓이고, 풀고

감정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

by 가브리엘의오보에

감정은 단지 ‘느끼는 것’이 아니라, ‘다루어야 할 것’이다.

쌓이면 무게가 되고, 풀면 흐름이 된다.


표출이라는 자연스러움


내 생각으로 말하자면, 인간의 몸은 커다란 ‘주머니’ 같은 존재다.

겉으로 보이는 피부는 주머니의 외벽 1.

그 안에는 생존에 필요한 모든 기관과 시스템이 들어 있다.

또 하나의 주머니의 입구는 입에서 항문으로 이어지는 긴 통로다.

이 통로에는 구간마다 게이트가 있고, 음식물이 지나며 대사작용을 일으킨다.


결국, 인간은 ‘중앙이 비어 있고’, 끊임없이 순환하며, 안팎으로 열려 있는 주머니다.

이 주머니 안에서 이뤄지는 생리적 변화는 외부 자극에 대응하면서도,

필요한 것은 안에 남기고, 불필요한 것은 밖으로 내보낸다.


콧물이 흐르면 닦거나 풀어야 하고,

눈에 먼지가 들어가면 눈물이 나와 씻어낸다.

이것은 표출이고, 해소다.

되려 안으로 들이마신다면, 이는 순환을 거스르는 일이다.


정신에도 ‘대사’가 있다


몸에 신진대사가 있다면, 정신에도 대사가 있다.

생각, 기억, 감정—모두 우리 안에서 만들어지고 쌓이며, 때로는 배출되어야 한다.


특히 감정은 정제되지 않은 원액처럼 강렬하다.

기쁨, 슬픔, 분노, 즐거움.

이 감정들은 억누르기보다는 적절히 표현하고 풀어야 건강하다.

기쁠 때는 웃고, 즐거울 때는 몸을 흔들며 노래를 흥얼거리는 것처럼.


감정은 그저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몸 어딘가에 남는다.

기억으로, 혹은 누적으로.

머릿속에는 잔상처럼, 몸에는 흔적처럼.


기쁜 감정도 지나치면 들뜨고,

화와 슬픔은 억누르면 병이 된다.

‘속병’이라는 말, 그런 이유에서 생겨났겠지.

심인성 질환이라는 단어를 굳이 인용하지 않더라도,

감정은 실제 몸에 영향을 미친다.


표출이 무조건 해소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크게 울었다고 슬픔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소리 지른다고 분노가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해소는, 다른 방식이 필요하다.


나의 방식 – 음악


나는 음악으로 감정을 풀어낸다.

볼륨은 평소보다 높게.

하지만 노이즈 캔슬링은 하지 않아.

자연스럽게 외부 소음이 차단되고,

가사에 몰입하게 된다.


애절한 발라드, 광란의 록.

그 안에 감정을 던져 넣고 30분, 혹은 1시간.

머릿속에 얽히고설켰던 생각이, 한 가닥씩 빠져나간다.

사람들 사이에서 겪은 일,

일의 무게와 부담감도

한 줄씩 풀려나간다.


예전에 넌 스튜디오를 빌려 K-Pop에 맞춰 춤을 췄지.

요즘은 잠으로 해소하는 것 같더군.


무엇이든 좋다.

자신에게 가장 맞는 해소법은 스스로만 알 수 있는 법이니까.


중요한 건

남겨두지 않고,

억지로 참지 않고,

한 올 한 올 풀어내는 것이다.

그게 바로 건강한 ‘해소’다.


쌓이고, 풀고 — 자기 관리의 시작


운동 전 스트레칭처럼,

하루를 시작하기 전 30분의 요가는 단순한 준비가 아니다.

몸과 마음을 정리하는 시간이다.


알고 있잖아.

매일 새벽, 요가와 스트레칭으로 하루를 여는 아빠를.

평일이든 주말이든, 깨어나는 순간 곧장 몸을 움직이지.


너에게도 그런 시간이 있기를 바란다.

하루의 시작과 끝에, 자신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는 시간.

무거운 감정을 내려놓고, 굳은 근육을 이완하듯

생각과 감정을 천천히, 조심스럽게 풀어낼 수 있다면

그 하루는 충분히 잘 살아낸 하루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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