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거대한 오케스트라야.
현악기, 관악기, 타악기… 각 악기가 제자리를 지키고 제때 울려야 비로소 하나의 곡이 완성되지.
그리고 너도 언젠가, 그 합주단에 들어가겠지.
그때 네가 맡게 될 악기가 ‘직업’이란다.
“아무거나 잡아도 되지 않을까?”
그 질문에 난 단호하게 말할게. “안 돼.”
오보에 자리는 오보에 연주자에게. 팀 서버엔 서버 엔지니어가 필요하니까.
분업은 ‘정확한 자리에서의 정확한 연주’를 전제로 움직여.
분업을 선택한 인류, 그리고 그 속도의 비밀
우리는 하나의 전략으로 지금 여기에 도달했어.
역할을 나누고, 각자의 깊이를 파는 것.
만약 네가 스마트폰 하나 만들기 위해 광산도 캐고 회로도 설계하고 포장까지 직접 했다면,
아마 그 폰은 3025년에나 나왔겠지.
반면, 한 사람이 여러 파트를 맡는 구조였다면?
속도는 느렸겠지만, 시야는 넓고 편협함은 줄었을 거야.
각자의 악보가 아니라, 전체 곡의 흐름을 이해하는 사람이 많아졌을 테니까.
요즘 시대는 ‘전문성’이라는 연주법을 택했어.
빠르게, 깊게 파는 사람이 인정받는 시대.
하지만 그 흐름도 영원하지는 않아.
다음 세대는 다시 통섭의 시대가 올지도 몰라.
음악처럼, 시대도 반복되는 거니까.
직업, 누가 정해?
간단해. 먼저 연주해 본 사람이 고른다.
1. 지적 이해 능력 – 학벌과 기초 스펙. 악보를 읽을 줄 알아야 연주에 낄 수 있으니까.
2. 신체‧정신 건강 – 건강검진. 기침 한 번에도 박자가 깨져. 연주는 결국 ‘지속력’ 싸움이야.
3. 협업 가능성 – 면접에서의 인성. 탬버린만 치고 싶은데 박자 안 맞추면? ‘솔로 연주’ 하라는 신호지.
4. 인맥 – 숨겨진 볼륨 노브. 누군가의 추천 한 마디로 볼륨이 확 올라갈 수도 있어. 하지만… 악보 못 읽으면, 그건 그냥 소음일 뿐이야.
현실은 때때로 불공평해 보여.
그럴 땐 자신에게 묻자.
“내가 가진 볼륨 노브는 어디에 달려 있지?”
스스로 볼륨을 조절하고, 타이밍을 읽고, 조율하는 법을 익혀야 해.
그게 연주자로서의 자존감이야.
분업이니, 역할이니,
직업을 이렇게 이야기하니까, 어떤 기업이나 기관에 취직을 해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어.
네가 프리랜서든, 조직의 구성원이든,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어.
인간은 서로 모여 분업해서 사회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한다.
조직의 구성원으로서, 홀로 독립한 자로서,
문제 해결에 참여하는 거야.
그 문제란, 사회 전체에 영향을 주는 문제일 수 있고,
어떤 사회 구성원이 가진 문제일 수 있어.
예를 들면, 사회 전체가 움직이는데 필요한 핵심 요소, 식량을 예로 들어보자.
너 혼자 모든 사회 구성원이 필요로 하는 식량을 생산할 수는 없어.
누군가는 대지를 밟고,
누군가는 산을 타고,
누군가는 배를 타고
사회 전체가 필요로 하는 식량을 생산해.
혹은, 식량 생산에 필요한 도구, 비료 등을 생산하는 역할을 수행하기도 해.
이것이 직업이자 너의 역할이란다.
분업의 그림자 속에서 살아남으려면
깊이만 판 사람은 “내 파트 말고는 몰라요” 상태에 빠지기 쉬워.
터널 비전이 생기고, 악보에 박히는 거지.
그래서 최근 사회적으로 필요로 하는 사람이 T자형 인재야.
• T의 윗변: 인문·사회·기술, 교양의 넓이
• T의 기둥: 하나를 끝까지 파고드는 전문성의 깊이
이 두 줄을 가진 사람이야말로, 시대가 진짜 찾는 연주자야.
인맥 없어도 괜찮아. 네가 ‘재밍탄’이면 돼
인맥은 필터를 살짝 열어주는 치트키야.
하지만 실력은 그 필터를 뚫고 나오는 풀메탈 재밍탄이야.
• 실력 + 기록: 포트폴리오, 깃허브, 사이드 프로젝트
• 태도 + 신뢰: 마감 지키기, 피드백 응답하기
• 그리고 작은 무대에서 자주 박수받기
그 박수는 결국 **“저 친구랑도 연주해 보고 싶다”**는 인맥으로 변해.
직업 준비는 ‘해커톤’이야
준비된 사람들끼리, 정해진 시간 안에, 주어진 테마를 가지고 합을 맞춘다.
그게 바로 사회라는 해커톤의 본질이야.
때로는 실전에 투입되고,
때로는 모의 해커톤에서 협업의 타이밍을 익히지.
직업을 가진다는 건, 결국 긴 리허설과 반복된 즉흥 연주 끝에 만들어지는 하나의 곡이야.
네가 어떤 악기를 고르든, 그 악기를 통해 너만의 연주법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직업의 진짜 정체란다.
직업은 정체성이 아니라, 연주 순서야
네가 맡게 될 역할은 너 자체가 아니야.
그건 순서대로 돌아오는 무대의 차례일 뿐이야.
어떤 파트든, 너의 리듬은 네 안에 있어.
그러니 너무 일찍 좌절하지 마.
아직 네 연주가 시작도 안 됐는데, 박수를 기대할 순 없잖니?
너의 역할이란 네가 할 수 있는 일의 범주 내에 있어.
너의 역할이란, 적어도 남보다는 잘하는 분야에 있어.
그 분야와 범주가 네가 욕망하는 대상이든 아니든.
세상은 빠르고 복잡하게 돌아가지만, 그 중심엔 사람이, 그리고 연주가 있어.
직업은 수단일 뿐이야.
너의 리듬, 너의 멜로디, 너의 연습을 통해
너만의 무대를 만들어 가길 바란다.
덧붙여, 급여란 혹은 수입이란, 내 역할을 수행한 것에 대한 대가야.
급여나 수입을 높이려면, 어제보다 더 잘하는 거야.
모든 연주는 박수보다 연습이 먼저고,
그 연습은 너의 리듬을 발견하는 과정이야.
용어 해설
• 재밍탄 (Jamming Time): 음악에서 즉흥 연주(jam)에서 유래. 계획된 연습이 아닌, 자유로운 흐름 속에서 실력을 폭발시키는 순간을 뜻함. 실력과 태도가 쌓이면, 필터 따윈 뚫고 나오는 직업 세계의 돌파형 포탄 같은 존재.
• 볼륨 노브 (Volume Knob): 내가 가진 태도, 표현력, 상황 파악 능력 등을 조율하는 감각. “지금은 말할 때인가?”, “여긴 내 강점을 강조할 타이밍인가?” 사회라는 믹서기에 스스로 볼륨을 맞추는 자기 조절 장치.
• 해커톤 (Hackathon): 해킹(Hacking)과 마라톤(Marathon)의 합성어. 제한된 시간 안에 팀 단위로 문제를 해결하고 결과물을 내는 협업 경연. 직업이란 실전 해커톤의 반복이라는 은유로 자주 쓰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