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모양의 삶을 살고 싶었다. 바람은 간절했으나 다른 모양이 어떤 모양인지 알 길이 없었다.
사랑에 빠진 사람에게 사랑의 이유를 묻는 건 어리석다. 아무리 촘촘히 대답해도 말과 말이 만드는 성근 망 사이로 사랑은 빠져나갈 수밖에 없으니.
대단한 무엇이 변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나는 여기에서도 나인 것처럼 거기에서도 나일 것이다. 갑자기 파리에 어울리는 근사한 나로 변모하는 일도 없을 것이고, 42년간 몰랐던 자아를 거기에서 갑자기 찾을 일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다 알면서도 떠나야만 하는 때가 있다. 공간의 형상을 한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그곳에 혼자 아무 말 없이 있는 인생의 한 조각이 필요한 것이다. 그 인생의 조각이 나의 남은 시간에 어떤 빛을 비춰줄지는 나만 알겠지. 오랜 후에 나만 살짝 알게 되겠지.
메모: 내가 여행을 떠나고 싶은 이유
의도적으로 길을 잃으며 의도적으로 많이 걸었다. 가장 아름다운 것들은 늘 길 위에 있었으므로. 지금 잠깐 생겼다가 바로 사라져 버리는 많은 것들을 사진과 영상으로 담았다. 내가 아무리 욕심을 크게 부려보아도 이 도시의 아름다움은 한 조각도 훼손되지 않았으니, 욕심껏 담았다.
집 앞 빵집의 따뜻한 바게트가 가장 맛있고, 집 앞 카페에서 따뜻하게 내주는 크루아상이 제일 맛있다는 걸 오늘 알게 되었으니. 그리고 우리의 행복은 이토록 간단한 레시피로 완성된다는 사실도.
여유로운 공원 안에. 공원의 모든 나무를 지나, 잊지 않고 내 몸에도 도착해 주는 바람 속에. 튈르리 정원의 의자에 다리를 뻗고 가장 편안한 자세로 앉아 해를 정면으로 마주 보는 그 순간 속에. 장미꽃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사진을 찍게 만드는 팔레 루아량 정원의 5월 장미 속에. 그 장미들 옆에 일렬로 도열한 나무를 바라보며 커피를 마실 수 있는 노천카페에.
메모: 공원 안팎의 분위기가 그 공원을 휴식 장소로 여기게 한다. 공원 안팎의 사람들이 자아내는 분위기.
수많은 처음
메모: 내 여행기의 콘셉트
공원이 지척이었고, 치즈 가게 주인과는 얼굴도 익혔고 좋아하는 카페도 생겼다. 그곳에 오일 파스텔 재료를 싸 들고 가서 그림을 그리기도 했고, 노트북을 가져가서 일기를 쓰기도 했다.
메모: 내 여행의 TO-BE 첫 번째
갑자기 다른 나로 변신하고 싶어서 이 화려한 도시에 도착한 것도 아니었다. 내 속도로, 내 방식대로, 나만의 파리를 창조하고 싶었던 건데. 그렇다면 내가 제일 잘하는 걸 하면 되지 않나.
메모: 내 여행의 TO-BE 두 번째
혹여라도 완전히 엉뚱한 곳에 도착하게 되면, 그럼 거기에 배를 정박하고 여행하면 되는 거다.
메모: 구상 중인 여행기의 콘셉트
읽고 싶은 만큼 읽다가, 가방을 챙겨서 다시 정처 없이 걸을 것이다. 발이 닿는 모든 곳이 목적지가 될 것이다. 처음 보는 길을 선택할 것이고, 마음에 드는 곳이 보이면 주저 없이 들어갈 것이다.
메모: 내 여행의 TO-BE 세 번째
누군가가 만들어준 안전한 울타리가 없어도, 스스로 하고 싶은 일들을 울타리로 세우며 살아가는 삶도 있다.
메모: 내 여행의 TO-BE 네 번째
*출처: 김민철, 무정형의 삶
너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스스로 가진 꿈이 있니?
“대통령이 될 거야!”
“우주선을 개발하는 과학자가 될 거야!”
“이소룡 같은 무술가가 될 거야!”
“난 평생 조립식 장난감을 사서 조립할 거야!”
기타 등등
그 꿈 중에 포기한 것이 있니?
누구에게 너의 꿈을 무시당했을 때
누군가 너의 꿈을 비웃었을 때
누군가 안 될 거라 속단했을 때
그런 타인의 말에
‘그럴 거야!’라고
인정해 버린 거니?
단순히 흥미가 떨어진 거라면 다른 이야기야.
하지만, 너의 의사가 아닌 원인으로 꿈을 접었다면, 다시 펴지 그러니?
꿈은 버려지지 않아.
언제나 그 자리에 있지.
단지 어떤 이유로 볼 수 없어서 접어 둘 뿐이야.
남의 꿈을 무시한 모든 이들 역시 누군가에게 그 작은 꿈의 싹을 밟혔을 거야.
그 화를 만만해 보이는 너에게 푼 거지.
너의 꿈을 이루고, 결코 네가 만만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자각하렴.
그런 경험은, 네 미래로 힘차게 나아가는데 필요한 추진력이 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