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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브리엘의오보에 Apr 15. 2020

일상의 유지와 피드백

가장 적절한 변화시작 시기는 언제일까? 우리는 지금까지 생활 최적화 혹은 미니멀리즘 구현에 대해 이런 저런 이야기를 공유했다. 가능한 특정 방법을 논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쯤 새로운 생활 설계를 시작한 독자도 있을 것이라 생각해 본다. 이를 완성 했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새 생활 시작에 적절한 시점은 언제일까?


모든 일을 새로 시작할 때 일부 사람들은 오해를 한다. ‘열의와 각오를 다지고 결심하여 설계 했으니 바로 시작해야 하지 않겠나!’ 그러나 이는 작심 3일로 이어지는 요인 중 가장 영향력 있는 요인이 된다. 열정이 현실을 앞지를 때 예상치 못한 문제를 만난다. 계획대로 차분히 진행했다면 만나지 않았을 문제를. 


새해를 맞이하며, 빠른 사람들은 10월이 다가오면 새로운 플래너 혹은 다이어리를 구입한다. 그리고 숙고에 들어간다. 새로운 목표를 세우고 더 나아지려 한다. 이 사람들 중 열정이 가득하고 낮은 수준의 과거를 가능한 빨리 떨쳐내려는 사람들은 계획의 시작을 플래너 혹은 다이어리 시작 일자로 맞춘다. 당연하다. 시작이 좋아야 끝도 좋다고 생각하니까. 그렇지만 그렇지 않은 사례들이 꽤 많다. 


‘작심 3일’은 마음을 먹고 추진한 계획이 3일을 넘기지 못하고 중단된다는 의미다. 그렇게 단단히 결심했고 그 결심에 약간의 불순물도 섞이지 않았는데 왜 이런 일이 생길까? 내 의지가 약한 것일 것이다. 불타는 노력은 자기 의심으로 이어진다. 이런 체험이 몇 번 반복되면 플래너나 다이어리를 사는 일은 연간 요식 행위로 전락한다. 


생활이 변화할 계기는 다양하다. 자신의 의지보다 자신이 깊이 관련된 외부요인이 변화를 일으킨다. 변화의 계기가 무엇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제대로 변화시켜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글은 외부요인보다 의지 점유율을 높이자는 의도로 쓴 글이다.


사람이 태어나고 한 사람의 역할을 하는 순간까지 몇 년의 시간이 걸리는가? 환경 변화에 따라 일찍 자립한 사람들도 많지만 만 19세부터 자신의 의지로 일어서는 사례도 많다. 소와 말은 태어나자마자 스스로 일어고 젖에 스스로 다가간다. 사람은 태어나고 1~2년이 경과해야 자신의 발로 선다. 신체적 일어섬이 그렇고 정신적 자립은 교육과 체험이 필요하다. 자립이란 ‘자신의 일은 스스로 한다’라는 의미를 갖는다. 


많은 사람들이 만 13세 이상이 되면 의지가 발동된다. 13년 동안 먹고 입는 방법을 알고 학교를 통해 사회적 태도를 가늠하며 국어, 수학, 역사, 사회, 외국어, 예술 등 지식에 노출된다. 눈으로, 지면으로, 영상으로 타인의 모습을 보고, 자신의 행동에 관해 타인의 평가를 듣는다. 그 과정에서 무수히 많은 생각을 한다. 그로 인해 생각과 가치관이 많은 변화를 겪는다. 이러한 경험이 축적되면 자기의식이 싹을 틔우고 자라나게 되며 만 13세 정도 되면 뭔가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눈이 세상을 보게 되고 세상속의 자신을 느끼기 시작한다.


이와 같이 우리는 새로운 변화를 시작하기 전에 그에 필요한 체험을 하며 섞인 듯 중첩된 듯 변화로 전환해 왔다. 기존의 생활과 변경된 생활이 한 그릇 안에서 뒤섞이고 그 중 맞는 것만 남는다. 변화는 사전 숙성 기간을 갖는다. 


생활 최적화 계획을 세웠으면, 이에 필요한 훈련, 지식, 교육 과정을 거쳐, 기존 일상과 뒤섞듯 중첩된 생활을 지속하며 서서히 전환하는 것이 맞는 방법일 것이다. 무인도에서 혼자 있다면 어제의 생활을 칼로 자르듯 잘라내고 새로운 계획으로 전환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현실은 나와, 관련자들이 뒤섞여 사는 세계다. 나는 변해도 나에게 영향을 미치는 이해 관계자가 변하지 않으면 계획은 발목이 잡힌다. 역사를 보면, 급진적 개혁을 위해 반대파를 숙청하는 모습을 발견한다. 우리의 생활, 일과에서 그렇게 할 수 없다. 우리는 강자일 때도 있지만 약자일 때도 있다. 그렇게 정해지지 않은 사회적 위치와 태도를 가지고 살고 있다. 영원한 강자도, 영원한 약자도 없고, 이곳에서는 강자가 저곳에서는 약자가 되는 생활의 합이 ‘내 생활’이다.


적도 인근에서만 살던 사람을 헬리콥터에 태워 영하 40도 이하의 시베리아 벌판에 세운다. 헬기에서 내리기 전에 착용할 수 있는 모든 방한 의류 및 장비를 갖추었다. 교육도 꼼꼼히 했고 교육 이해도도 높았다. 이 사람은 몇 시간이나 시베리아 벌판에 서 있을 수 있을까? 


사례가 극단적이지만 새로운 계획을 세운 후 바로 전환하는 방식은 이와 같다. 궁금하니 한 번 해보자 라면 필자가 할 말은 없다. 그러나 이전과 다른, 개선된 삶을 살고 싶다면 서둘지 않는다. 서서히 돌다리도 두들겨가며 걷는다. 


기존 옷도 한 벌씩 새 옷으로 교체한다. 한 벌씩 새 옷을 교체할 때 가지고 있는 옷과 조화롭게 착용할 수 있을지 감안한다. 옷장 전체를 한 번에 바꾸면 많은 돈이 든다. 이와 같이 일상의 일괄변경은 부담이 크고 반향도 세다.


섞인 듯 중첩된 듯 전환하면서, 새로운 일과를 적용할 때마다 이를 관찰하는 과정을 거친다. 기록을 하고 개선점을 정리하여 적용하고 실험한다. 전환 과정은 일종의 실험이다. 실험은 ‘A가 B가 될까? 어떤 요인으로 그렇게 될까?’를 보는 과정이다. 따라서 변화 과정을 낱낱이 기록하고 이를 검토하여 변화 원인을 찾는다. 


우리는 지금 내게 맞는 생활 방식을 찾고 있다. 실험하고 적용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결과가 최적에 맞도록 노력한다. 여유를 갖고 한 발 한 발 천천히 하되 중단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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